국내 제약사들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본격 진행되자 문득 우리나라에 '주주 행동주의'의 지평을 연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떠올랐다. 

2006년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가 내놓은 펀드에 장하성 실장이 자문을 맡으면서 장하성 펀드로 불린 적이 있다. 이 펀드는 주력 사업은 내팽긴 채 그룹 총수 지원에만 몰두해 주가가 떨어진 기업의 지분을 사들여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었다. 

문득 이 생각이 든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후 도입하겠다고 선언하며 주목받았던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때문이다.

'기관 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 투자자의 행동지침으로 해석하면 된다. 

스튜어드는 사전을 찾으면 집사라는 뜻이 나온다. 고객의 돈을 맡아 관리하는 기관 투자자도 집사처럼 최선을 다하도록, 주식 지분을 확보한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해 주주의 권리를 강화하려는 자율지침인 셈이다. 

그동안 국내 기관 투자자들은 주주총회장에서 회사 경영진에게 찬성표를 뽑아주는 거수기 역할을 해오며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 2015년 통계에 따르면 자산운용사가 반대표를 던진 비율은 1.8%에 불과했다. 

즉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통해 기관투자자를 자판기에서 '행동하는 주주'로 바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이끌어내겠다는 취지다. 

이는 비단 삼성, 현대와 같은 대기업에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국민연금 지급을 위한 준비기금을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는 국민연금공단도 하반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확정한 만큼 국내 제약사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올해 공시된 주요 제약사의 주식대량보유내역을 보면 국민연금공단은 GC녹십자홀딩스, SK케미칼, 한국콜마, 한미약품, 종근당 등의 지분을 확대했다. 

GC녹십자홀딩스는 6.04%에서 8.11%로, GC녹십자는 10.07%에서 12.13%, 한미약품은 8.17%에서 9.22%, 종근당은 11.37%에서 12.48%로 늘었다.  

국내 제약업계와 어쩌면 업계의 개미 투자자일 수도 있는 우리는 문외한이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스튜어드십 코드가 강제 규범이 아니기에 법적 구속력이 없어 단기간에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국내에도 조만간 스튜어드십 코드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그동안 제왕적 오너 경영 등으로 구설에 올랐던 제약업계도 주주 가치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상징을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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