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 키워 정부 얻는 것 없어" ... 정부가 국립대병원 등 소득에 대한 사회적 합의 나서야

 

정부가 의사 수입으로 국민과 의사 관계를 이간질하는 정책을 쓰면 안 된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최근 정부가 의사 월 평균 임금이 2016년 기준으로 약 1300만원, 연봉으로 약 1억 5656만원이라고 밝히면서 안 그래도 국민에게 이기적인 집단이라는 인상을 받고 있는 의사들이 궁지에 몰렸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보도자료를 내자 "영원히 이기적인 집단"이라는 얘기부터 "여전히 많이 번다", "한달에 200만원도 못 번다. 징징대지 좀 말아라", "돈만 밝히는 집단"이라는 등의 여론이 형성됐다. 

의사들 반응 또한 날카롭다. 

대체적으로 정부가 의사와 국민을 이간질하기 위한 의도적 발표라는 주장이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추진하려 할 때 의사들이 반대가 거세면 추진 동력으로 의사 고수익 등의 보도자료를 내 왔다는 것. 

한 가정의학과 원장은 "의약분업 때 정부가 이런 모습을 보였다. 당시 의사가 제약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기사를 흘려 의사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았다.야비한 정책수단"이라며 "이번에도 문재인 케어를 반대하는 의사들을 곤혹스럽게 하려고 의사 임금을 자료로 만든 것"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많은 분야에서 의사에게 쓴소리를 하는 무상의료본부도 정부의 이런 자료발표는 잘못됐다는 지적을 했다. 

정형준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은 문케어를 반대하는 의사들을 견제하려고 발표를 낸 것처럼 보이는데, 이런 식의 책임감 없는 이간질은 도움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정 정책위원장은 "국민이 의사를 비난하고 비양심적인 집단으로 몰아가는 것이 정부에 도움이 될지 몰라도, 국민이 아프면 그들이 곧 환자가 된다. 정부가 환자와 의사 관계를 불신하게 해서 얻는 게 무엇일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또 "월 임금이 1300만원 정도라는 것이 발표되면서 공공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은 자존감이 떨어졌다"며 "정부가 국민과 의사, 의사와 의사 사이를 이간질하는 정책은 오히려 갈등만 부축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실한 자료 발표한 정부 왜?

이번 정부 발표가 비판을 받는 이유는 또 있다. 자료의 허술함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 회장 이용민 후보는 "보건산업진흥원에서 의사 임금을 계산할 때 사용한 자료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신고된 소득자료를 통해 건강보험료 징수액을 보고 거꾸로 임금을 산정했다"며 "건강보험료는 단순 임금소득을 포함한 종합소득에 대해 부과되므로 징수된 건강보험료만을 갖고 계산하면 임금은 과대평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또 "사업자인 개원의를 구분않고 모든 의사의 월평균 임금을 계산하는 의도적 오류를 저질렀다"고 덧붙였다. 

고병수 탑동365일의원 원장(한국일차보건의료학회장)도 같은 의견이었다. 

고 원장은 "의사들이 화를 내는 것은 평가가 정확하지 않아서다. 내과 등 보험과는 대부분의 수입이 노출돼 있음에도 수입이 너무 높게 책정돼 있다"며 "의사 급여를 왜 자꾸 언론에서 거론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의사는 연봉 많이 받으면 안 되나?

대학병원 교수나 개원의의 임금을 알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봉직의들의 임금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해봤다. 

대체적으로 수술하는 진료과와 그렇지 않은 진료과, 서울·경기지역과 전남 등 지방으로 큰 구분이 지어졌다.

의사구인 업체인 초빙닷컴 측 관계자에 따르면 "월급의 기준은 NET다. 서울 지역 기준으로 정형외과나 신경외과, 항문외과 전문의가 1500-1800만원 정도를 받는다. 수술 건수에 따라 인센티브가 있다"며 "일반외과나 산부인과가 1000-1200만원이다. 경기 지역으로 내려가면 서울 지역 기준에 100-300만원 정도, 전남 등 지방으로 내려가면 약 500만원이 추가된다"고 설명했다.

또 "소화기내과나 순환기내과 등 중재시술을 하는 진료과도 100-200 정도를 더 받는다"며 "요양병원은 재활의학과 등 가산이 되는 진료과가 세후 1000만원 정도다. 나머지 진료과는 700-800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밝히 의사 임금 월 1300만원 정도에 국민이 나쁜 감정을 갖게 된 이유는 뭘까? 

 

의대 6년, 인턴과 레지던트 5년, 펠로우 2년 등 13년 넘는 수련을 통해 대학교수가 되거나 개원을 하는 최고의 전문가 집단인 의사들이 이토록 비판받는 이유는 뭘까.

미국 등은 평균 우리나라 의사들보다 2배 정도의 수입을 기록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들로부터 우리나라와 같은 지탄을 받지는 않는다.

전문가들은 의료계가 국민을 위해 나서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국민이 어려울 때 의사가 도움을 준다거나, 일상에서 의사는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이미지를 준 적이 없다는 것이다. 

모 개원의는 "우리나라에 연봉 1억이 넘는 사람들 많다. 그런데 의사들은 항상 돈 많이 버는 표적집단이 된다"며 "의사들이 국민을 위해 한 것이 없어서다. 국민이 의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따가운 것에 대해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또 "기승전 수가 얘기만 할 게 아니라 의사협회가 먼저 국민을 위한 정책을 제시하고, 정부 정책 중 협조할 것이 있으면 하면서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아야 한다"며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하고, 존경받는 직업으로 그 만큼의 수익은 당연하다는 인식이 자연스러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 소득에 대한 사회적 합의 논의해야 할 시점  

일각에서는 정부가 국민과 의사 사이를 이간질하는 것에 앞장설 것이 아니라 임금에 대한 사회적 합의 노력에 앞장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 정책위원장은 "민간이나 시장이 주도하는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고려해 국립대병원이나 공공병원에서 의사 소득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들 병원에서부터 의사의 소득 설계부터 다시 해야 한다"며 "정부가 연구용역을 하고 방안을 제시하는 것에 앞장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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