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부국장

최근 미국내과학회(ACP)가 가이드라인 개정을 통해 제2형 당뇨병 환자의 목표 혈당 기준을 당화혈색소 6.5~7%에서 7~8%로 높였다. 이보다 앞서 미국심장협회/미국심장학회(AHA/ACC)도 목표 고혈압 기준을 140/90mmHg에서 130/80mmHg으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새로운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처럼 영향력 있는 학술단체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만성 질환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게 될 때마다 이를 적용해야 하는 문제를 놓고 국내 학계는 고민에 빠져든다. 그러다 결국은 수용한다. 자체 근거가 없고 전 세계가 따르는데 거부할 수 없다는 게 주 이유다.

그러나 최근 속속 밝혀지고 있는 유전자 연구를 보면 인종에 따른 약물간 차이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나아가 나이, 성별, 지역, 동반질환에 따라서도 다르게 나타난다. 이런 마당에 서양인 임상연구를 토대로 만들어진 근거를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문제는 이제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할 때다. 특히 특정 수치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문제는 민감함을 넘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다행히 최근 빅데이터 분석 연구의 활성화로 일부 대안은 생겼다. 이를 토대로 다양한 정보를 확인하고 치료 수준을 결정할 수 있다. 당뇨병 치료만 보더라도 젊은 당뇨병 환자들에게는 당화혈색소를 최대한 낮추는 전략을 쓰고 있다. 그보다 위험요소가 많은 고령의 환자에서는 혈당보다는 합병증 관리에 신경쓰면서 안전한 치료전략을 쓰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ACP 가이드라인도 국내 빅데이터에서 제안하고 있는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목표혈당 이 수치적으로는 완화됐지만 실제로 혈당조절이 잘 안 되는 환자, 저혈당 동반 환자, 기대여명이 많이 남지 않는 환자는 혈당보다 합병증 관리에 더 집중하라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빅데이터는 어디까지나 연관성을 알려주는 역학일 뿐이다. 보다 근본적인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임상 연구가 필수적이다. 한국인들의 임상적 특성을 반영한 실제 치료 목표를 제시하고, 고위험군에서는 어떤 기준을 반영해야 하는지는 임상을 통해서만 확인이 가능하다.

대한당뇨병학회 박경수 이사장은 "현재 가이드라인은 철저히 서양인들을 대상으로 만든 것이기 떄문에 받아들이는데 있어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제라도 국내 근거로 개발된 가이드라인을 만들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국처럼 국가적 차원의 가이드라인 수립 계획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도 질병관리본부가 추진하고 있지만 성과만보면 미약하다.

대한민국 의료수준 위상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면서 국내 지침에도 관심이 높다. 하루 빨리 근거를 위한 임상연구를 시작해 자체 가이드라인 개발과 외국의 가이드라인에 민감해지지 않는 상황을 만드는 것은 아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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