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하 부산대병원 교수

고열량·고지방식 같은 서구화된 식습관과 음주와 흡연, 과도한 스트레스 등의 영향으로 위장장애를 호소하는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소화성궤양이나 위식도역류질환(GERD) 등이 대표적인 질환으로, 이를 억제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식생활 습관 개선과 더불어 위산분비를 억제하는 약물인 프로톤 펌프 억제제(PPI)를 사용하는 약물치료가 흔히 사용된다. 그러나 최근 PPI 장기복용을 둘러싼 안전성 이슈가 불거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 부산대병원 김광하 소화기내과 교수를 만나 GERD 등 주요 위장질환의 진단과 치료법, PPI 안전성 이슈 등에 관한 견해를 들었다.
 

 

- GERD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원인과 진단, 치료법은?
GERD는 위산이나 위 내용물이 식도 내로 역류해 불편감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주로 가슴 안쪽에 타는 듯한 통증이나 가슴쓰림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위산 또는 위 내용물이 입까지 역류해 쓴 맛을 느낄 수도 있다. 비전형적인 증상으로 만성기침이나 목의 이물감, 쉰 목소리, 흉통, 기관지 천식이나 후두염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통증으로 인한 수면장애 등을 호소하는 환자도 많다.
 
증상 개선을 위해서는 식생활습관 개선과 더불어 위산분비를 억제하는 약물치료를 병행한다. 치료제로는 PPI가 가장 효과적인 약물로 꼽힌다. 통상 4~8주 정도를 투여하나, 증상이 심한 환자에게는 좀 더 지속적인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약물치료로 증상이 호전된 경우라도 복용을 중단하면    1년 내 60% 정도에서 증상이 다시 나타날 정도로 높은 재발률을 보이기 때문에, 필요 시 의사 지시에 따라 꾸준히 약물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 유사한 효과를 내는 약물로 제산제나 히스타민2(H2)수용체 길항제 등이 있다. 이들 약물과 PPI 제제의 차이점은?
제산제는 약제가 위에 형성된 산을 중화시켜 이차적으로 위산의 역류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즉각적인 증상 완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위산 분비를 근본적으로 억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증상을 개선하거나 치유하는 데 제한이 있다. H2수용체 길항제도 위산분비 자극 수용체 중 히스타민 수용체에 작용해 위산분비를 빠르게 억제한다는 장점이 있으나, PPI보다 위산 억제 효과가 약하고 연속적으로 사용할 경우 내성에 의해 위산분비억제 효과가 낮아진다는 한계가 있다.
 
PPI는 위산 분비기전의 최종단계에 작용해 위산분비를 강력히 억제하는 약제다. H+/K+ ATPase에 작용, 이 효소를 비가역적으로 불활성화시킴으로써 기초 위산분비와 자극에 의한 위산분비 모두를 봉쇄시킨다. 1세대 PPI는 개인마다 약물효과 편차가 있고 약효 발현이 느린 단점이 있었으나, 2·3세대 PPI는 약효 발현이 빠르며 위산 억제 효과가 오랜 시간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강점을 보인다.
 
- 최근 PPI 장기복용에 관한 안전성 이슈들이 연이어 나오면서 일부 환자가 불안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PPI는 단기간 복용했을 때 심각한 부작용이 거의 없는 안전한 약제다. 위산은 기본적으로는 우리 몸에 소화를 위해 꼭 필요한 물질이다. GERD의 경우 위산이 식도 내로 역류해 환자에게 불편감을 야기하므로 치료를 위해서는 산 분비를 억제해야 하는데, 위산 분비가 억제되면 영양소 흡수가 원활하지 않게 된다. 칼슘이 대표적으로, PPI 장기 복용 시  골절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또한 위산은 음식과 함께 위로 들어오는 세균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때문에 위산분비가 억제된 경우 병인성 세균이 위산에 의해 죽지 않아 장내 감염 위험이 늘어난다는 연구, 예를 들어 클로스트리듐 디피실 장염 등이 늘어난다는 보고도 있다.  최근에는 PPI가 산화질소 분비를 억제, 혈관의 이완 기능을 위축시켜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인다고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다만 이런 부작용을 우려해 지나치게 PPI 복용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현장에서 의료진이 관련 연구에 대한 최신 지식과 더불어 환자의 상태를 충분히 숙지하고 있으므로, 의사와 상의해 조절해 나간다면 충분히 안전하게 PPI를 복용하면서 불편한 증상을 조절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GERD는 완치되는 병이 아니라 고혈압, 당뇨병처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병이다. 다만 고혈압, 당뇨병과 달리 반드시 매일 약을 복용하는 게 아니라, 환자의 상태 등에 따라 충분히 조절 가능하다. 이러한 점을 처음부터 환자들에게 설명하면 GERD라는 병 자체에 대한 이해와 함께 장기간 PPI 복용에 대한 불안감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위식도역류질환이 다른 질환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나?
위산이 식도점막을 지속적으로 자극해 염증이 계속되면 식도염이 발생할 수 있고, 이것이 심해지면 궤양이나 출혈, 장기화되면 식도가 좁아지는 식도 협착 등이 일어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식도염이 치유되면서 식도 점막이 비정상적으로 장상피화생으로 바뀌는 바렛식도로 이어지기도 하고, 바렛식도가 식도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존재한다. 다만 바렛식도가 식도암으로 발전할 확률은 서구에서는 약 0.5% 정도, 우리나라는 이보다 휠씬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무엇보다 GERD를 만성 질병으로 인식해 의료진과 함께 잘 관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쉽게 생각해 질환을 방치하는 것도 문제지만, 반대로 과도하게 걱정하거나 염려해 치료를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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