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술 내용보다 횟수 더 중시

여 봉 구
대한정형외과개원의협 보험이사

 열 손가락을 치료해서 아홉개는 잘 나았고 한 개는 불구가 되면 불구된 한 손가락 때문에 아홉개 잘 치료한 노력은 빛을 잃는게 보통이다.
 의학적으로 보면 엄지, 검지 손가락과 나머지 손가락은 차별대우를 받는다. 이는 기능적 중요도 때문이다.
 그런데 건강보험에서는 엄지, 검지의 차이가 아니라 첫 째 시술과 둘째 시술이 차별대우를 받는다. 즉, 동일한 시술을 여러 손가락에 동시에 하는 경우에 첫째 시술은 100%, 둘째는 50%, 그나마 모두 합쳐서 200%를 넘지 않아야 하므로 네번째 손가락은 그냥 봉사다.
 이런 규정은 척추압박골절에 시행하는 경피적 척추고정술에도 해당돼 흉추 12개 요추 5개에 대해 한마디 수술은 정해진 수가의 100%, 두번째 마디는 50%, 모두 200%를 넘지 않아야 하므로 세 마디 이상은 봉사행위다.
 그런데 준엄한 법의 심판 아래 셋째 시술은 책임이 반감한다는 규정은 들어본 적이 없다. 똑같은 시술을 셋째 손가락에 시술할 때는 아무렇게나 할 정도로 시술이 쉬워진 다고 주장하는 의사를 본적이 없다. 의사의 노력은 빈부 남녀노소 첫째둘째 손가락 사이에 차별이 없다. 의사의 책임은 부자를 시술했을 때와 가난한 사람을 시술했을 때 보상액 상에서 차이가 있다. 준엄한 법의 심판은 그렇다.
 그러나 의사들은 정치인, 언론인, 시민단체, 거지를 치료하는데 있어서 차별을 둘 만큼 약삭빠르지 못하다. 수술포를 한번 덮는 것이 어려운 것인지 합병증을 피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여 시술을 여러마디 하는 것이 어려운 것인지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다. 게다가 경피적 척추성형술은 대개 경제력이 없는, 골다공증을 앓는 노인들에게 필요하고 혼자서는 돌아눕기도 힘들어 하고 독립보행이 어려운 척추압박골절을 당한 노인들에게 시행하게 되는데 척추의 압박골절이 있는 환자가 혼자서 돌아눕거나 대소변을 가리고 식사를 해결한다는 것이 빠듯한 가계에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지 겪어본 사람은 다 알 수 있다.
 그런데 심평원 심사기준에 의하면 골다공증성 척추압박 골절이 있을 경우에 일단 15일 이상 누워서 지내며 주사 및 투약치료 후에도 통증이 있으면 MRI 검사를 하여 최근의 압박골절임이 확인되고 후방으로 돌출되어 척수를 누르는 소견이 없음이 입증되어야 할 수 있고 그나마 두마디를 동시에 하면 한마디는 반값에 해야 한다.
 외국에서는 예방적으로 압박골절이 예견되는 곳에 할 수 있는 수술을 우리나라에서는 예방적 목적으로 하면 안된다. 압박이 되기 전에 해야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수술의 가치를 반감시키는 것이다.
 외국에서 슬관절 관절경 수술을 열심히 배워서 좋은 장비를 갖추고 개업한 선배가 그 좋은 기술을 쓰기도 전에 기계를 팔아 버렸다. 환자에게 이로운 좋은 기술이 가격도 책정이 안된 상태의 우리나라 건강보험체계가 그 흔한 비급여 항목도 개발할 수 없이 고지식하게 정통의학을 고수하던 우수한 의료인력을 사장시킨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분이 이땅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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