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콜마+CJ헬스케어 빅딜...도입약품·제네릭 위주 국내 제약계, M&A 활성화 필요

 

그동안 국내 제약업계에서 국내사 간 인수합병(M&A) 사례의 등장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M&A를 위해서는 이를 진행하는 제약사 간 시너지가 가능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데, 그 조합이 드물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최근 한국콜마가 매물로 나온 CJ헬스케어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낙점, 인수 절차를 본격적으로 밟기 시작하면서 제약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미미했던 국내사 간 대규모 M&A가 진행될 수 있을지 초미의 관심사가 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M&A 사례를 놓고 국내 제약업계가 신약개발 역량을 키우려면 글로벌 제약사들처럼 M&A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콜마, 단숨에 매출 1조 제약사 등극…양사 시너지 기대

한국콜마가 CJ헬스케어를 1조 3000억원에 인수한 것은 제약업계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양사의 인수합병은 M&A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첫 제약사 사례로 꼽힌다. 화장품과 의약품 위탁생산 회사인 한국콜마와 수액, 전문의약품, 음료 등에 강점이 있는 CJ헬스케어가 합병하면서 국내 상위권 제약사로 발돋움할 것이라는 기대다. 

이처럼 양사의 M&A에 업계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는 대다수의 국내사가 제네릭 의약품을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는 현실에서 시너지를 낼 만한 M&A 조합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특히 제약사는 동일 성분·용량의 의약품을 1개만 보유할 수 있어 제네릭 의약품 중심의 국내 제약업계는 각각 동일한 성분과 용량의 제품을 보유할 경우 둘 중 하나는 사라져야 하기에 M&A에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제약업계는 양사의 M&A를 두고 두 회사 간 경쟁품이 거의 겹치지 않아 긍정적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합병에 따라 두 회사의 주력 제품을 정리하지 않은 채 종전보다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가동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한국콜마는 M&A를 통해 CJ헬스케어가 구축한 R&D 파이프라인도 확보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했다. 

CJ헬스케어는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와 항구토제, 비알코올성지방간 치료제 등 6개 합성신약과 4개의 바이오의약품을 개발 중이다. 

이에 따라 한국콜마는 2022년까지 신약개발 중심 회사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또 10년 이내에 신약개발을 통한 글로벌 제약사로 발전하기 위해 R&D 비용도 확대할 방침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두 회사가 인수합병을 계기로 신약 개발에 역량을 쏟는다면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여기에 한국콜마의 강점으로 꼽히는 화장품 사업까지 더해진다면 경쟁력은 더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M&A 열풍에 빠진 글로벌…우리에겐 남의 일?

이처럼 국내 제약사 간에도 초대형 빅딜이 이뤄졌지만, 사실 국내 제약업계에서 M&A는 남의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글로벌 제약업계는 M&A 열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실제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는 2000년 미국 위너램버트를 900억 달러에 인수하고 2003년 미국 파마시아를 600억 달러에 인수하는 한편, 2015년 앨러간과 1550억 달러 규모의 합병에 합의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로슈는 2009년 미국 제넨텍을 468억 달러에 인수하며 바이오분야 파이프라인을 대거 확충했고, 애브비는 2015년 210억 달러를 투자해 실리콘밸리 바이오테크 파미사이클릭스를 인수하는 데 성공하며 백혈병 및 림프종 치료제 임브루비카를 손에 넣기도 했다. 

제약업계에서 고도의 기술집약이 필요한 신약개발은 막대한 투자와 장기간의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1개의 신약개발을 위해서는 글로벌 임상시험까지 포함해 약 1조원의 비용이 사용되기도 한다. 이 같은 신약개발은 성공에 따른 부가가치는 크지만, 성공확률은 0.02%에 불과해 후보물질 탐색 기간부터 전 과정을 진행하기 위해 자본력은 필수다. 

글로벌 제약사가 대규모 M&A를 통해 규모를 확대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야기가 다르다.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제약업계 M&A는 10여 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제 대웅제약과 한올바이오파마, 크리스탈지노믹스와 파일약품, 한독과 태평양제약 등 M&A 사례는 손에 꼽힐 정도다. 게다가 인수 규모도 2000억원 정도. 

제약업계는 국내 제약사 간 M&A가 잘 이뤄지지 않는 이유를 비슷한 사업 구조에서 찾는다. 대부분 국내사가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도입한 의약품과 제네릭을 취급하고 있어 M&A를 강행할 경우 합병 기업의 가치가 되레 기존 개별기업 가치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 한 관계자는 "M&A를 시도하는 이유는 회사의 장점은 강화하고 단점은 보완해주기 때문"이라며 "도입 약물, 제네릭 의약품과 내수 위주의 국내 제약환경에서 M&A 필요성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제약업계가 M&A에 인색한 상황이지만, 한국콜마와 CJ헬스케어의 이번 M&A 사례를 놓고 제약업계는 제약산업 선진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일부 국내 제약사 간 진행된 M&A의 반사이익 효과 이상의 덕을 볼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한올바이오파마는 대규모 기술수출을 통한 반사이익을 누리기도 했던 만큼 한국콜마와 CJ헬스케어의 M&A 사례가 대규모 인수합병을 시도하는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 세계 제약업계는 M&A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며 글로벌 신약 개발을 위한 체력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트렌드가 된 M&A는 향후 글로벌 제약업계에서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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