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의료비 실태조사 정례화, 실손 이익 회수...비급여 공개 부담·규제 부메랑 우려도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문케어 후속조치로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의 상호영향을 측량화해 실손보험 설계와 운영에 반영하도록 하는, 이른바 공사보험 연계작업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따른 실손보험사의 반사이득을 줄여 실손보험료를 현실화한다는 것인데, 의료기관들의 비급여 현황 공개가 불가피하다는 점, 또 이것이 비급여 의료비에 대한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문케어 이행에 맞춰 실손보험을 개선한다는 목표로 지난 9월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가 참여하는 '공사보험 정책협의체'를 구성하고, 공사보험 연계방안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국내 실손의료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의 보충재로,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등의 범위만을 그 보장 대상으로 삼는 것으로 그 역할이 정해져있다. 

바꿔 말하면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강화될수록 실손보험의 보장범위와 손해율은 더 줄어든다는 얘기로, 새정부 보장성 강화대책 추진에 앞서 사보험의 반사이익을 줄이기 위한 정리작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공사보험연계법, 무슨 내용 담겼나?

국회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여야 모두 관련법 개정안을 내놓고 본격적인 논의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공사보험연계법안은 모두 3건.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대표발의 한 '국민건강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의 연계에 관한 법률안', 정의당 윤소하 의원의 '국민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 연계에 관한 법률',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이 내놓은 '공사의료보험 연계에 관한 법률안' 등이 그것이다(발의일자 순).

이들 법안이 공통적으로 그리는 그림이 이렇다. 

정부 주도로 정기적으로 국민의료비 실태조사를 실시,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등이 민간보험의 운영 등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가칭 '공사보험연계위원회'에서 이를 반영해 실손보험의 보험료율이나 보장범위 등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기전을 만든다는 것이 골자다. 

▲공사보험연계법 주요내용(정리 메디칼업저버) 

위원회 운영 및 구성과 관련해서는 다소간의 차이를 보인다.

김상희 의원과 윤소하 의원의 안은 해당 위원회를보건복지부 산하에 두어 사실상 복지부에 업무의 주도권을 주도록 한데 반해, 김종석 의원의 안은 국무총리 산하 위원회로 만들어 복지부와 금융위가 함께 업무를 추진하도록 했다. 

또 김상희 의원과 윤소하 의원의 안은 위원회 내에 의료계의 참여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반해, 김종석 의원의 안은 국무조정실장을 위원장-복지부 차관과 금융위 부위원장을 부위원장으로 하되 각 위원은 복지부 장관과 금융위원장이 각각 같은 수로 임명 또는 위촉할 수 있도록 위임했다. 

건보-실손 연계 강화, 어디로 튈까?

이들 법안 모두 비급여 의료비를 포함 정기적으로 국민의료비 실태조사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손보험이 건강보험재정에 미치는 영향, 보장성 강화에 따른 실손보험 반사이익 규모 등을 파악, 산정하기 위해서는 실제 의료현장에서 이뤄지는 비급여 진료비 현황파악이 불가피하다는 전제에서다.

3개 법안 모두 의료기관의 비급여 자료제출 등을 의무화 했으며, 여기에 더해 김상희 의원의 안은 자료제출 의무 위반시 100만원의 과태료를, 김종석 의원이 안은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벌칙 규정도 두고 있다.

의료계는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대한병원협회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따른 실손보험 반사이익 제어와 보험소비자 권익보호라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현재 의료법에 따른 현황조사만으로도 전체 비급여 의료비 파악이 가능한만큼, 자료제출 요구 대상에서 의료기관은 삭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한의사협회 또한 법안의 취지에는 동의한다면서도, "환자 개인정보 등 민감한 내용이 포함돼 있는 만큼 진료 목적 외에 이를 활용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의료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사실상 반대의견을 냈다.

비급여 현황공개, 규제 부메랑 우려도

©메디칼업저버

일각에서는 실손보험 운영과 관련한 정부의 권한이 강해지는 것이, 비급여 관리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건강보험 보장성 대책으로 의학적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가 예고되고 있는 상황에서 남은 비급여, 정부의 기준대로라면 비의학적 비급여까지 정부의 통제 하에 들어가지 않겠느냐는 우려다.

의료계 관계자는 "문케어 대상으로 언급된 의학적 비급여는 물론, 사실상 모든 비급여 행위에 대한 정보를 정부가 갖게 되는 상황"이라며 "실손보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 맞물려, 의료기관 비급여 전체를 규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전 급여화 과정들이 그랬던 것처럼 보장성 강화의 반대급부로 환자들의 의료 선택권이 제한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비의학적 급여화까지 규제대상에 놓이게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손보험 개선은 '권고', 또 의료기관만?

법률이 제정되더라도 정부의 권한이 손해율 산정방법 개선 등을 '권고'하는 수준에 그친다는 점을 두고도 갑론을박이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따른 실손보험의 반사이익을 제어하고, 나아가 이를 환원하도록 하는 근거를 만들겠다는 법안의 취지와 달리 그에 따른 조치가 권고수준에 그쳐,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 국회에 제출된 법안들은 공사보험연계위원회에 실태조사 결과 등을 반영해 실손보험의 보장범위와 손해율 산정방법 등을 정할 수 있도록 하되, 이의 개선을 실손보험사나 협회에 권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상희 의원실 관계자는 "당초에는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실손보험을 인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법률에 명시적으로 규정했으나, 금융위원회 등의 반발로 중재안을 마련했다"며 "정부와 위원회의 역할 등에 관해서는 법안 심의과정에서 충분히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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