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 청구자료 분석 결과, 올메살탄과 장흡수장애 연관성 나타나지 않아

 

프랑스, 미국 등에서 불어온 올메살탄 장질환 주의보가 국내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주의대 박래웅 교수팀(의료정보학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Korean National Health Insurance Service) 청구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환자군에서는 올메살탄 복용에 따른 장흡수장애(intestinal malabsorption) 발생 또는 체중 감소 등의 위험 신호가 감지되지 않았다(Korean J Intern Med. 2017 Nov 27. Epub ahead of print).

그동안 서양에서는 올메살탄 복용 시 스프루 유사 장질환(sprue like enteropathy) 발병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한국, 일본 등의 동북아시아에서 올메살탄과 관련된 스프루 유사 장질환 사례는 보고된 바가 없었다. 이 때문에 이번 연구는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올메살탄과 장질환의 연관성을 분석한 첫 대규모 후향적 코호트 연구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청구자료를 이용해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ACEI), 올메살탄 또는 다른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 계열을 처방받은 환자를 확인했다. 약 11만명의 환자가 분석에 포함됐고, 여성은 6만여명을 차지했다. 올메살탄을 제외한 다른 ARB 계열을 복용한 환자군이 7만 6000여명으로 가장 많았고, 올메살탄 복용군이 약 2만 3000명, ACEI 복용군이 약 8500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분석 결과, 장질환을 진단받은 환자는 총 31명으로 매우 드물었다. 약물 복용기간에 따른 장질환 발생률은 복용기간이 1년 미만인 환자에서 1000명 당 △ACEI 복용군 0.73명 △올메살탄 복용군 0.24명 △다른 ARB 계열 복용군 0.37명, 1년 이상인 환자에서 1000명 당 △ACEI 복용군 0.99명 △올메살탄 복용군 0.18명 △다른 ARB 계열 복용군 0.19명으로, 약물 복용기간과 관계없이 ACEI 복용군에서 장질한 발생률이 높았다.

이어 나이, 성별, 합병증 등을 보정해 약물간 장질환 발생 위험을 비교한 결과, ACEI 복용군 대비 올메살탄 복용군의 장질환 발생 위험은 63%(OR 0.33; 95% CI 0.10-1.09; P=0.070), 다른 ARB 계열 복용군은 66%(OR 0.34; 95% CI 0.14-0.83; P=0.017) 낮았다. 단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는 없었다.

이 같은 결과는 약물 복용기간이 1년 미만인 환자군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이들에서 장질환 발생 위험은 ACEI 복용군과 비교해 올메살탄 복용군이 55%(OR 0.45; 95% CI 0.09-2.19; P=0.326), 다른 ARB 계열 복용군이 47%(OR 0.53; 95% CI 0.16-1.75; P=0.295) 낮았지만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던 것. 

올메살탄을 1년 이상 복용한 환자군은 ACEI 복용군과 비교해 장질환 발생 위험이 75% 낮았지만 통계적으로 의미 있지 않았고(OR 0.25; 95% CI 0.04-1.62; P=0.147), 다른 ARB 계열을 1년 이상 복용한 환자군은 ACEI 복용군보다 장질환 발생 위험이 유의미하게 76% 감소했다(OR 0.24; 95% CI 0.06-0.90; P=0.034).

연간 체중 변화는 ACEI 복용군이 0.3kg 줄어, 0.1kg 감소한 올메살탄 복용군보다 체중 변화가 더 컸다(P<0.001). 다만 체중이 감소한 환자 비율은 ACEI 복용군이 3.2%, 올메살탄 복용군이 2%로 두 군간 통계적인 차이는 없었다(P=0.224). 아울러 연간 체질량지수(BMI)는 ACEI 복용군이 0.1kg/㎡ 감소한 반면 올메살탄 복용군은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P<0.001). 

"올메살탄 관련 장질환 위험 다른 이유는?…인종간 차이 때문"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2016년 대한고혈압학회의 '올메살탄 프랑스 이슈에 관한 답변서'에 힘을 실어준다. 

2016년 당시 프랑스 국립의약품안전청(ANSM)과 고등보건당국(HAS)은 올메살탄의 스프루 유사 장질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경제성을 이유로 올메살탄을 급여목록에서 제외시킨 바 있다. 

이에 대한고혈압학회는 답변서를 통해 "올메살탄에 의한 셀리악병은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실체조차 명확하지 않은 질환이며, 올메살탄 성분에 대한 장의 반응에 있어서 인종적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연구팀도 서양에서 보고된 올메살탄 관련 장질환 위험이 국내에서 일관되게 나타나지 않은 이유로 인종간 차이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올메살탄에서 이슈가 된 장질환은 유전적 요인이 작용하는 질환인 셀리악병으로, 셀리악병 환자 중 95%는 HLA-DQ2 또는 HLA-DQ8 유전자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양과 인도 등에서 HLA-DQ2 또는 HLA-DQ8 유전자를 가진 이들은 20% 이상이지만, 한국, 일본 등에서는 5% 미만으로 매우 드물게 보고된다. 즉 이 같은 인종간 유전자 차이로 올메살탄 관련 장질환 위험에서 차이가 나타났다는 게 연구팀의 전언이다. 

박 교수는 논문을 통해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올메살탄은 장흡수장애 또는 체중감소 등의 장질환과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면서 "다만 이번 연구가 관찰연구로 진행됐고 장질환이 발생한 환자가 소수였기에, 향후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올메살탄과 장질환의 상관관계를 평가한 대규모 전향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지난 2016년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메살탄 허가사항에 '만성흡수불량증-유사장질환 증상이 사라지고 만성흡수불량증-유사 장질환이 조직검사에서 확정될 경우, 이 약을 다시 복용하지 않아야 한다'라는 주의문구를 추가하라고 공고하면서 올메살탄 논란을 일단락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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