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준 부국장

입춘이 지나면서 대한민국 의학회들의 정기 학술대회도 봄꽃 피듯 열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기자간담회도 경쟁적으로 열리고 있다.

지난 수 십년간 학회들은 학회 활동과 질환 인식 등을 알리기 위해 간담회를 열기 시작했고, 이런 활동이 학회 위상강화의 중요한 역할로 떠오르면서 급기야는 홍보이사까지 탄생시켰다.

지금은 홍보이사의 주도 하에 거의 모든 학회가 학회기간 중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학회 기자간담회가 발전하고 있는 언론의 기대치를 전혀 따라주지 못한다는 데 있다. 대부분 학회는 학술대회 중간에 간담회를 여는데 학회운영 대회를 소개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쓰고 있다. 사실 학회는 매년 열리는 행사인데 이런 내용을 언론에서 새롭게 느낄 것은 없다. 기사 가치도 없다. 그럼에도 이 내용은 해마다 계속되고 있다.

의학을 다루는 전문언론의 수준은 발전을 거듭해 주요한 학술적 논제에 실시간으로 접근하고 있다. 따라서 언론은 학회에서 발표되는 새로운 학술적 소식과 사회적으로 관심이 많은 건강정보를 원하는데 이런 사안을 학회 간담회에서 다루는 곳은 거의 없다.

간담회를 열어야 되는 중요한 사안이 없다 보니 학회 임원진들의 자세도 문제가 되고 있다. 많은 언론을 초대해놓고 서둘러 종료를 선언하거나, 회의나 발표가 있다는 이유로 나가버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추가 취재를 위한 개인적 정보 교환에도 소극적이다.

이 모두가 불필요한 간담회를 열었을 때 벌어지는 현상이다. 많은 기자가 학회간담회를 참석한 후 내뱉는 말은 "내용도 없는데 뭐하러 했느냐"는 말이다.

외국은 어떨까? 기자가 매번 느끼는 거지만 해외에서 진행되는 기자간담회는 우리와는 급이 다르다. 학회의 규모와 상관없이 내용이 충실하다.

주요한 임상 결과라든지 가이드라인 등의 임상의 변화 등을 본 세션 보다 먼저 언론에 공개하며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더 많은 의학적 정보를 원하는 기자들을 위해 발표 슬라이드 제공도 마다하지 않는다.

또한 간담회 시간도 충분히 할애한다. 적어도 이슈를 갖고 있고 이를 알리겠다는 언론관이 뚜렷한 것이다. 아마도 국재학술대회 참석시 현지 간담회에 참석한 의사라면 이해할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 의학회는 국제학술대회로 향하고 있다. 국제학술대회를 주도하는 아시아 대표학회로 성장한 만큼 앞으로 간담회 운영에도 많은 변화가 요구된다. 기자들의 요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나아가 외국의 기자들도 참석할 수 있다. 해외 언론에 학술대회 운영을 소개할 수는 없지 않는가?

다만 의사들이 홍보까지 잘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한 번쯤은 기자들과의 간담회를 열어 아이디어를 얻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서로 시간을 빼앗는 의미 없는 간담회는 그만 두고, 무엇을 알릴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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