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비대위, 의료계 의견서 취합 제출은 보류....복지부 "약속 위반" 반발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의협 비대위)는 지난해 12월 14일 첫 회동을 시작으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과 관련한 의정협의를 본격화했다. 회동에 앞서 악수를 나누는 보건복지부 권덕철 차관(사진 왼쪽)과 비대위 이필수 위원장. 

두 달 가까이 이어져 온 의정 대화모드에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비급여 전면 급여화 의견서 공유 여부를 두고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탓이다.

11일 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 취재결과, 대한의사협회 비대위가 지난 9일 비급여 전면 급여화와 관련해 각과 개원의사회와 학회들에서 취합한 의견서 제출 여부를 향후 의정협의와 연계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복지부에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취합된 의견서 제출을 일단 보류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앞서 복지부는 비대위와의 협의를 통해 지난 1월 17~1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사무소에서 설명회를 갖고, 의학적 비급여 급여화에 대한 의료계 의견수렴에 돌입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복지부는 정부가 1차로 선별한 3600개 비급여 급여화 대상 항목을 공개하고 비급여 유지가 필요한 사례, 급여화가 필요하나 목록에는 빠져있는 사례, 기타 쟁점사항 등에 관해 의료계의 의견을 물었다.

동시에 각 의사회와 학회 등에 공문을 보내 비급여 급여화와 관련해 의견이 있는 경우 2월 초까지 복지부 또는 의협 비대위로 그 내용을 제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수신처를 복지부와 비대위로 병기한 것은 의료계의 의견을 스스로 취합해 복지부로 제출하겠다는 비대위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복지부의 설명이다.

의견수렴 결과 대다수 개원의사회와 학회들은 비대위 측에 의견서를 접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복지부에 직접 의견을 전달한 곳은 대한병원협회와 소수 학회에 그친다. 

©메디칼업저버 

이 같은 상황에서 비대위가 의견서 제출 여부를 향후 의정협의와 연계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복지부는 "약속 위반"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견서 수신창구를 복지부와 비대위로 이원화 한 것은 비대위가 각 학회 개원의사회의 의견을 취합해서 복지부로 넘기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으로, 이제와 의견서 제출 여부를 의-정협의와 연계하겠다는 것은 합의위반에 해당한다는 것. 

아울러 각 학회와 개원의사회가 복지부로 전달될 것으로 예상하고 제출한 의견을 비대위가 임의로 전달하지 않는 것은 월권에 해당한다는 것이 복지부의 입장이다. 

복지부는 비대위의 이번 결정이 비급여 급여화 진행 과정에서 악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목록을 조정할 예정이었으나, 의료계가 별다른 의견을 주지 않는다면 당초 정부가 마련한 초안 수준에서 급여화 대상을 확정하고 향후 추진과정에서 이를 점검해 나갈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의견수렴은 의료계에서 원하는 사항을 검토해 급여화 목록 등을 조정하기 위한 것"이라며 "비대위가 무슨 생각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를 들어 영양제 주사, 도수치료, 하지정맥류 등에 대해서도 급여화하기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은 공식적으로 없는 셈"이라며 "의견을 제출한 경우에만 검토가 진행될 수 있겠으나 복지부는 어떤 단체로부터도 이런 의견을 받지 못했다. 다시 한번 의견수렴에 나서겠지만 의료계가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0일 대한문 앞에서 전국의사총궐기를 열고 문재인 케어 즉각 철회 등을 요구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비대위는 신뢰를 저버리고 있는 것은 되레 정부라는 입장이다. 의료계와의 협의를 통해 제도를 추진하겠다는 약속과 달리, 의-정협의를 명분으로 삼아 제도를 강행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비대위 관계자는 "현재 문케어 의정협의체에서 수가 정상화, 비급여 전면급여화, 심사체계 개편을 함께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는 이 세가지 문제가 뗄레야 뗄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으로 비대위가 비급여 전면급여화를 새삼 의정협의와 연계하자고 주장한 것이 아니라, 이는 당연히 같이 가야 할 문제"라고 반박했다.

정부의 설명회와 의견수렴에 동의했다는 것도 의미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당시 설명회에 비대위 동의한 것은, 정부 계획대로 의견 받아서 진행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정부가 각 학회나 이사회 등 의료계에 직접 설명하는 자리를 갖고 싶어해 그렇게 하라고 했던 것"이라며 "이를 정부 계획대로 일을 추진하라고 동의해놓고, 말바꾸기를 하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의료계의 의견이 제출되지 않을 경우, 비급여 급여화를 정부 초안대로 진행해 나갈 수밖에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 관계자는 "수가정상화, 심사체계 개편 등 필요한 부분들과 함께 논의해 진행하자고 해놓고, 나머지 논의와 별개로 비급여 급여화는 원래 정부 계획대로 가야한다는 것"이라며 "이는 그간의 협의를 무시하는 일방적인 태도로 결코 받아들 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정부가 비급여 전면 급여화를 강행해 나간다면) 파국으로 갈 수밖에 없다. 모든 협의가 중단 될 것이며, 의료계는 다시 강경모드로 돌아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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