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역량강화 획기적 전기 '기대'...환자 설득·수련병원 이행력 확보 '과제'

 

전공의 수술 수련을 대폭 강화한 외과의 도전이 주목을 받고 있다.

양질화 된 수련과정을 통해 외과 전공의들을 '메스 들 자격'이 있는 전문의로 양성한다는 의지를 밝힌 것인데, 기대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보건복지부는 외과학회와의 협의를 거쳐, 새로운 전공의 연차별 수련교과과정 고시를 최근 행정예고했다.

새 수련과정의 핵심은 수술 수련의 강화다. 연차별로 '최소 수술 건수' 기준을 마련해 수련과정 중 이를 반드시 이수하도록 의무화했다. 

구체적으로는 ▲전공의 1년차에 충수절제술 20예 ▲2년차는 탈장교정술 20예 ▲3년차엔 담낭절제술 20예 ▲4년차엔 분과전문수술 10예 이상을 각각 지도전문의 감독 하에 집도해야 한다.

별도로 유급 규정이 존재하지 않아 각 년차에 최소 수술 건수를 채우지 못해도 일단 승급은 가능하지만, 4년의 수련기간이 끝날때까지도 이를 채우지 못한다면 전문의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새 수련기준은 올해 수련을 시작하는 외과 레지던트 1년차부터 적용된다. 

전공의들은 변화를 반기는 분위기다. 내실화된 수련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안치현 회장은 "학회와 수련병원들이 전공의 역량강화를 위한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긍정적인 변화"라고 평가했다.

 

다만 제도의 안정적인 이행을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아 보인다. 

첫째는 수술 환자들의 동의를 얻는 문제다. 

주로 대형병원인 수련병원을 선택한 환자들은 숙련도 높은 의사에게 안전하고 정확하게 수술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수술수련을 위해서는 사전에 환자들에게 전공의 집도 사실을 알리고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다소간의 혼란이 예상된다. 

복지부 곽순헌 의료자원정책과장은 최근 전문기자협의회와 가진 간담회에서 "환자 안전을 전제로 양질의 의료인력 양성을 위해 전공의에게 수련의 기회와 경험을 제공한다는 취지를 의료진이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얻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도전문의가 함께하는 과정으로, 문제가 되는 쉐도우 닥터와는 완전히 다르다"며 "환자의 안전을 고려해 외과수술 가운데 비교적 빈번하고 난이도가 높이 않은 수술을 지도전문의 감독 하에 시행하도록 정했다"고 부연했다.

수술결과 등에 따른 책임 문제도 존재한다. 

복지부는 수술을 집도하는 전공의와 이를 지도하는 지도전문의 모두 의사이고, 함께 진료에 참여하는 구조이므로 기존 의료법과 같이 해당 전공의와 지도전문의 모두 수술에 대한 책임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수련교육과정 중이라는 점을 감안, 지도전문의의 책임을 좀 더 크게 보아야 한다는 견해도 덧붙였지만 명시적인 근거는 없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양질의 의료인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환자의 결정과 치료받을 권리 또한 보장돼야 한다"며 "제도의 이행을 위해서는 수술 전 환자 동의 절차를 명확히하고, 수술 수련 시 지도전문의의 책임을 강조하는 등의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반대로 부실 수련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소 수술 기준 마련해 전공의에게 양질의 수술수련이 이뤄지도록 한 제도의 취지와 달리 병원들이 이를 준수하지 않거나, 교육의 질을 담보하지 못했을 때 이를 관리하거나 강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다.

안치현 회장은 "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서는 실제 수련병원들이 달라진 기준에 맞게 제도를 운영해 나가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수련교과과정 준수를 강제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전공의협의회 차원에서 모니터링을 통해 이행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한편,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추가 반영을 요구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문화를 바꿔나가는 과정으로 이해해달라며, 수련병원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부실 수련 등의 문제가 확인된다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곽순헌 과장은 "이번 수련과정 개편은 강압이나 폭행, 폭언 등의 배경으로 지목됐던 도제식 수련방식에서 벗어나 '배울 권리와 가르칠 의무'를 인정하는 수련문화로 바꿔가자는데 그 의미를 두고 있다"며 "그 방향성에 모두 동의하고 있는 만큼 긍적적인 변화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부실수련 우려와 관련해서는 "수술기록지와 전공의 수련수첩 등을 통해 현황파악이 가능하다"며 "수련기록을 허위로 작성하거나 형식적인 수련으로 이를 기피한다는 등의 제보가 접수된다면 전공의법 등에 의거 조사를 진행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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