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트라사이클린 계열 항암제 투약·유방암 방사선 치료 시 심장 기능장애 위험 상승

미국심장협회(AHA)가 유방암 치료의 심혈관질환 위험을 공식적으로 경고했다. 그 중심에 선 치료는 안트라사이클린 계열 항암제와 유방암 방사선 치료다.

AHA는 Circulation 2월 1일자 온라인판에 실린 성명서를 통해 "여러 연구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유방암 환자에게 안트라사이클린(anthracycline) 계열 항암제를 투약하거나 방사선 치료 시 치료 범위에 심장이 있다면 심장독성을 일으켜 심부전, 부정맥 등의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현재 임상에서는 주요 연구에서 유방암 치료가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확인돼 이를 염두에 두고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이번 성명서로 임상에서 유방암 환자 치료에 대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다만 지금보다 유방암 환자 치료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심혈관질환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점에 더욱 무게가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량 독소루비신·에피루비신 투약 위험…30Gy 이상 방사선 치료 주의

AHA가 경고한 심장 기능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치료는 총 네 가지다.

먼저 고용량 안트라사이클린 계열 항암제의 위험을 경고했다. 구체적으로 고용량 안트라사이클린 계열 항암제 치료로 독소루비신(doxorubicin) 250mg/㎡ 이상 또는 에피루비신(epirubicin) 600mg/㎡ 이상을 투약하는 경우를 제시했다.

이어 유방암 방사선 치료 시 치료 범위에 심장이 있다면 방사선 조사량이 30Gy 이상의 고용량일 경우 심장 기능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저용량 안트라사이클린 계열 항암제 투약에 대한 경고도 이어졌다. 독소루비신 250mg/㎡ 미만 또는 에피루비신 600mg/㎡ 미만의 저용량 항암제를 투약한 후 트라스투주맙(trastuzumab)을 순차적으로 투여하면 심장 기능장애 발생 위험이 높다고 지목했다. 

아울러 독소루비신 250mg/㎡ 미만 또는 에피루비신 600mg/㎡ 미만을 투약하면서 30Gy 미만의 조사량으로 방사선 치료 시 치료 범위에 심장이 있다면 심장 기능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AHA는 저용량 안트라사이클린 계열 항암제 또는 트라스투주맙을 단독 투약하는 경우 심장 기능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요인이 있다면 치료 시 주의가 요구된다고 추가로 명시했다.

구체적인 위험요인으로, 유방암 치료 시 △60세 이상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비만, 흡연 등의 심혈관질환 위험요인 2개 이상 보유 △심근경색 과거력, 중등도 판막질환, 암 치료 전 또는 치료 동안 좌심실 수축기능이 50~55%로 저하됐거나 정상인 경우 등을 제시했다. 

독소루비신 천천히 투약·덱스라족산 병용으로 심장 기능장애 위험 낮춰

단 AHA는 항암제를 기존과 다른 방법으로 투약하면 심장 기능장애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제언했다. 

대표적으로 독소루비신을 한 번에 투약하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투약한다면 심부전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 독소루비신 관련 6개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독소루비신을 6시간 이상에 걸쳐 지속적으로 투약한 환자군의 심부전 위험은 이보다 짧은 시간에 걸쳐 투약한 환자군보다 73% 감소했다(Cochrane Database Syst Rev 2009;(4):CD005008). 

이와 함께 항암보조제인 덱스라족산(dexrazoxane) 투약에 방점을 찍었다. 덱스라족산을 독소루비신 또는 에피루비신과 병용하면 좌심실 구혈률 감소 정도를 미약하게 하고 심부전 발생 위험을 현저하게 낮출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Curr Opin Oncol 2014;26:590-599).

덱스라족산에 대한 8개 임상시험을 체계적으로 문헌고찰한 연구 결과에서도 덱스라족산을 투약하면 심부전 위험이 82% 감소하고 무진행 생존율, 전체 생존율, 암 반응률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Cochrane Database Syst Rev 2011;(2):CD003917).

"임상에서 유방암 치료의 심혈관질환 위험 인지…한 번 더 경종 울려"

AHA는 유방암 치료가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이는 심혈관질환 위험 때문에 유방암 치료를 받아선 안 된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성명서는 의료진과 유방암 환자들이 유방암 치료를 진행하면서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치료에도 중점을 둬야 한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는 것. 

AHA 의장인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 Laxmi Mehta 교수는 "여성의 주요 사망 원인은 심혈관질환이고 여성이 가장 우려하는 질환은 유방암이다. 유방암 환자를 치료할 때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을 적절하게 관리해야 한다"며 "이상적인 유방암 치료는 심혈관 건강을 함께 관리했을 때 이뤄진다. 유방암 환자 치료 시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관리가 필수적이며, 유방암 치료 후 심장독성에 대한 장기간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성명서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유방암 치료가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 한 번 더 경종을 울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한암학회 김열홍 이사장(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은 "유방암 치료가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임상에서 잘 인지하고 있다. 결국 유방암 치료제의 누적 용량이 문제이기에, 어느 정도 용량 이상을 투여해선 안 된다는 원칙을 가지고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며 "유방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심장초음파 등을 주기적으로 시행해 부작용 발생 여부를 확인하고 있으며, 이번 성명서는 임상에서 잘 알고 있는 유방암 치료의 위험을 한 번 더 지적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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