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협, 상임이사회서 합의문 채택 거부 결정...추 회장 탄핵 명분도 사라져

 

대한병원협회가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문 협의안 채택을 거부하면서 이제는 각개전투가 됐다. 

병협에 따르면 5일 오전 코엑스에서 열린 상임이사회에서는 의료전달체계 개선 실무협의체에서 도출된 권고문 협의안에 대해 채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병협은 "의원의 병상 허용은 의료전달체계 개선 본연의 목적을 벗어난 것으로 동의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발표했다. 

또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권고문은 국민의 입장에서 편리하고 안전하며, 의료공급자 입장에서는 제도개선에 참여할 유인을 제공하고 사회구성원 모두가 수용 가능한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대한의사협회와 병협은 지난달 30일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문 마련을 위한 실무협의를 갖고 ‘외과계 단기입원을 한시적으로 허용하되, 단기입원을 대체하는 제도인 개방병원 시범사업을 진행, 성공적이라 판단되면 단기입원 중단 여부를 결정한다’는 내용의 협의안을 마련한 바 있다. 

다만, 이날 의협과 병협의 합의안은 병협 홍정용 회장의 추인을 받지 못해 완전한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던 상황. 

하지만 5일 병협은 상임이사회를 통해 수용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병협이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문 협의안을 수용치 않은 데는 외과계 개원가의 주장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외과계 의원에서 수술실과 입원실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기능정립이라는 취지의 의료전달체계 개선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병협 한 관계자는 “외과계 의원에서 입원실과 수술실을 운영할 경우 2차 의료기관으로 편입될 것을 주장했다”며 “입원실 및 수술실 존치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의 취지를 잃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결정에 의협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도 당혹스러운 눈치다. 

의료전달체계 개선 추진을 이유로 추무진 회장의 불신임 안건이 오는 10일 열리는 임총에서 다뤄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각개전투 시작...복지부 판단은?

이처럼 병협이 최종안에 사인을 거부하면서 의료전달체계 개선의 주도권은 보건복지부로 넘어갔다. 

복지부가 키를 쥔만큼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에 참여했던 각 이해관계자들은 자신들의 의견 반영을 위한 각개전투가 펼쳐질 전망이다. 

우선 시민사회는 독자적으로 의료전달체계 개편에 나설 방침이다. 

앞서 지난달 C&I소비자연구소·한국환자단체연합·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등 시민사회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해 독자적으로 나서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이들은 “권고문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합리적이고 투명한 의료이용 체계, 소비자 요구에 근거한 새로운 의료환경 조성을 위해 시민사회 독자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대정부 협의를 강화하는 한편,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를 통해 논의하고 공감한 기본 원칙을 발전시키고 구체화해 실제 정부 정책에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의료기관 기능에 부합하는 수가 체계로 개편 ▲기능에 적합지 않은 의료 공급에 대해서는 수가를 인하 ▲일차의료기관의 입원 병상 중장기적 폐지 ▲수술 및 입원 기능을 수행하는 외과계 의원은 2차 의료기관으로 분류 ▲시설, 인력, 장비, 운영기준 강화 등을 정부에 요구할 방침이다. 

한편,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문 채택이 최종 불발되면서 재협의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의료계의 생각과는 달리 이런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기회가 오더라도 그 안에서 의료계의 발언권은 지금과 같지 않을 것"이라며 "다 차려놓은 잔칫상을 엎은 꼴로, 의료계 입장에서는 논의를 시작하지 않은 것보다 오히려 못한 결과를 얻게 됐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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