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선혜 기자

국내 의학회의 최근 화두는 '국내 개최 국제학술대회 지원기준'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국내 개최 국제학술대회 지원 기준을 △5개국 이상 외국인 참가 △참가자 숫자가 300인 이상이면서 이 중 외국인 100명 이상 △3일 이상 회의개최 등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 경우로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이를 정부에 권고하겠다고 알렸다.

이에 대한의학회는 권익위의 개선안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자 지난달 '공정경쟁규약 개선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모든 학회가 참석할 수 있도록 요청한 만큼 다양한 의견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고 한편으로는 중재안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장시간 토론에도 불구하고 결론은 없었고 중재안도 내지 못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권익위가 제시한 개선안에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됐다. 게다가 홍보가 부족했는지 대한의학회가 참석 공문을 보낸 180여 개 학회 중 60개 학회만 간담회에 참석했고, 일부 학회는 간담회에 대해 따로 연락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문제는 행사를 마련한 대한의학회의 행사 운영 방식에 있다. 이날 간담회는 사전에 참석 의사를 밝힌 각 학회 대표 1인만의 참석만 허용했다. 게다가 간담회에서 공유한 의견에 대해서는 외부에 절대 유출되지 않도록 간담회 전부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과연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이런 모습은 그동안 사회적 이슈가 되는 보건의료 현안에 대해서는 공개적인 자리를 마련해 의견을 공유하고 외부에 학회의 의견을 적극 개진하던 모습과 사뭇 다르다.

권익위 기준을 맞추기 어렵다면 무엇 때문인지, 학회의 현실적인 고민은 무엇인지를 유관기관, 언론계 등의 참석을 유도해 내외부적으로 듣고 수렴하는 자리로 만들지 못한 것이 아쉽다.

외부와 소통을 단절한 채 일부 학회의 의견만을 내부적으로 수렴하고 비밀에 부치면 가뜩이나 무늬만 국제학술대회라는 평가가 많은 상황에서 학회의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게다가 이런 모습은 외부에서 볼 때 입맞춤 또는 입막음이라는 생각만 들게 할 뿐이다.

본지가 주요 학회 이사장을 만나보면 국제학술대회 규정 강화에 대해 안타까워하면서도 그동안 국제학술대회가 난립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어느 정도의 규제 강화를 예측했기에 통합 학술대회 운영, 횟수 제한 등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이다. 

이번 사안은 대한의학회가 방안 모색이라며 나서서 해결도 못 하고 오해만 키웠다는 생각이다. 비공개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신중함은 좋지만 너무 과도한 행동은 불필요한 오해를 낳기 마련이다. 자칫 국제학술대회를 잘 운영하고 있는 학회까지 욕을 먹게 할 수도 있다. 여러모로 고민하지 못한 대한의학회의 빅픽처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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