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호트 분석 결과, 다른 ARB 계열보다 셀리악병·체중 감소·설사 위험 높아

올메살탄의 장질환 위험 논란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Alimentary Pharmacology & Therapeutics 지난달 22일자 온라인판에 실린 미국 코호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올메살탄을 복용한 환자군은 다른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 계열을 복용한 환자군보다 셀리악병, 체중 감소, 설사 등의 장질환 발병 위험이 높았다.

올메살탄은 전 세계적으로 10년 이상 처방된 고혈압 치료제이지만 한편으로는 스프루 유사 장질환(sprue like enteropathy)이 발생할 수 있다는 위험을 안고 있다. 여러 연구 결과와 보건당국의 발표를 통해 장질환 이슈를 몰고 와 국내외에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2013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올메살탄 제품 라벨에 스프루 유사 장질환 문제를 포함시킨다"는 의약품 안전성 공고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성명서에서는 "다른 ARB 계열에서는 스프루 유사 장질환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올메살탄에 대한 안전성 평가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게다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프랑스 국민건강보험 청구자료를 분석한 결과에서는 올메살탄을 처방받은 환자가 다른 ARB 계열 또는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ACEI)를 처방받은 환자보다 스프루 유사 장질환 발병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Gut 2016;65(10):1664-1669).

이에 2016년 프랑스 국립의약품안전청(ANSM)과 고등보건당국(HAS)은 스프루 유사 장질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경제성을 이유로 올메살탄을 급여목록에서 제외시켰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미국 브리검여성병원 Joshua J. Gagne 교수는 "여러 연구에서 올메살탄과 장질환과의 연관성을 확인한 데 이어, 일부 역학연구에서는 올메살탄과 함께 다른 ARB 계열도 장질환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됐다"면서 "올메살탄과 다른 ARB 계열의 장질환 위험이 다른지를 비교하고자 이번 연구를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2002년부터 2015년까지 메디케이드 및 메디케어 데이터베이스를 포함한 5개 미국 데이터베이스에서 등록된 약 192만명의 환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번 분석을 진행했다. 다만 스프루 유사 장질환에 대한 진단 코드가 없어, 이 질환의 대리결과(surrogate outcome)로 셀리악병을 확인했다. 

올메살탄을 복용한 환자군은 약 35만명, 다른 ARB 계열을 복용한 환자군은 157만여 명이었다. 약물 복용 후 282일 동안 추적관찰한 결과, 전체 환자 중 장질환이 발생한 환자는 △셀리악병 1227명 △흡수장애 2102명 △체중감소·설사 2467명 △비감염성 장질환 4만 2440명으로 확인됐다.

보정하지 않은 장질환 발생률은 1000인년(person-year) 당 △셀리악병 0.82명 △흡수장애 1.41명 △체중감소·설사 1.66명 △비감염성 장질환 29.2명이었다.

이들을 대상으로 성향점수매칭 기법을 이용해 올메살탄 또는 다른 ARB 계열을 복용했을 때 장질환 발병 위험을 비교한 결과, 올메살탄을 복용한 환자군이 다른 ARB 계열을 복용한 환자군보다 장질환 발병 위험이 △셀리악병 1.21배(95% CI 1.05-1.40) △체중감소·설사 1.22배(95% CI 1.10-1.36) △비감염성 장질환 1.04배(95% CI 1.01-1.07) 더 높았다. 다만 흡수장애 위험은 두 군간 차이가 없었다(HR 1.00; 95% CI 0.88-1.33). 

특히 장질환 중 셀리악병 발병 위험은 올메살탄을 복용한 환자군이 △65세 이상의 고령일수록 △치료를 1년 이상 지속할수록 △누적 용량이 많을수록 각각 1.57배, 1.62배, 1.7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Gagne 교수는 "연구에서 올메살탄이 다른 ARB 계열보다 장질환 발병 위험이 높다는 점을 확인했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밝히지 못했다. 향후 올메살탄이 장질환에 미치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연구해야 할 것"이라며 "임상에서는 장질환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는 올메살탄보단 다른 ARB 계열을 고려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편 2016년 프랑스에서 불거진 올메살탄 이슈는 국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당시 대한고혈압학회는 '올메살탄 프랑스 이슈에 관한 답변서'를 통해 "올메살탄에 의한 셀리악병은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실체조차 명확하지 않은 질환이며, 올메살탄 성분에 대한 장의 반응에 있어서 인종적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이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메살탄 허가사항에 '만성흡수불량증-유사장질환 증상이 사라지고 만성흡수불량증-유사 장질환이 조직검사에서 확정될 경우, 이 약을 다시 복용하지 않아야 한다'라는 주의문구를 추가하라고 공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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