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보다 더 빛나는 `열정`에 찬사

독일의 린다우에서 생리·의학상, 화학상, 물리학상 수상자, 세 분야 공동모임이 매년 순차적으로 개최되고 있는데 올해 세 분야 수상자들의 모임에 주경민(서울의대 해부학교실 조교) 씨가 값진 자리에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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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보다 더 빛나는 `열정`에 찬사

생리의학·화학·물리학 수상자 55명 전세계 젊은 과학도 한 자리에


수상 후에도 수십년동안 즐기며 한 길 걸어
PCR 개발 뮬리스박사 "소신+조언" 함께해야





`Meeting of Nobel Prize Winners in Lindau룑는 의학, 화학, 물리학의 여러 노벨상 수상자들과 세계 각국의 젊은 과학도들을 한 곳에 초청해서 젊은 과학도들로 하여금 노벨상 수상자들의 강의를 듣고 그 주제에 관해 노벨상 수상자들과 직접 토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 그들의 학문적 영역을 넓히고 열정을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모임이다.
 이 미팅은 학문적인 토론 이외에도, 노벨상 수상자들과 젊은 과학도들이 개인적인 교류를 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 젊은 과학도들이 노벨상 수상자들의 삶의 자세, 학문에 대한 태도 등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물론 자연스럽게 세계 각국의 젊은 과학도들이 서로를 알고 의견을 나누는 기회도 제공된다.
 55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참가한 이번 `55th Meeting of Nobel Prize Winners in Lindau룑는 6월 26일부터 7월 1일까지 개최되었다. 첫 날은 개막식이 있었고, 둘째 날부터 넷째 날까지 3일 동안 강연과 토론이 진행됐다.
 모든 사람이 동시에 참여하는 전체 강의와 토론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2시 30까지 진행되었고,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는 여러 소그룹으로 나뉘어 노벨상 수상자들이 자신의 연구에 대해 자세한 강의를 하고, 이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질의응답을 나눌 수 있었다. 6월 27일 저녁에는 노벨상 수상자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다. 저녁 식사가 있었던 강당에 여러 개의 테이블이 준비되었고, 테이블 1개마다 노벨상 수상자 1명이 앉고 나머지 좌석에 대여섯명의 젊은 과학도들이 앉도록 되어 있어, 자연스럽게 서로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마지막 날에는 이 모임을 창안한 Bernadotte 가문(Sweden 왕족)의 섬 Mainau로 간단한 소풍을 가는 행사가 준비되었는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처음 이 미팅에 대한 정보를 접했을 때, 나는 대학원 학생으로서 쉴 틈도 없이 계속되는 실험과 논문작성, 그리고 조교로서 지속되는 학생교육에 조금 지쳐있던 상황이었고, 너무 지엽적인 학문분야에 매몰되어 있지 않는가 하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러한 사정 때문인지 노벨상 수상자들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자신의 학문분야에서 큰 업적을 남긴 성공적인 학자가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내가 겪고 있는 여러 어려움들(학문적인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활에 대한)을 어떠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헤쳐나갔는지 듣고 싶었다. 나는 이런 나름대로의 목적을 가지고 이 미팅에 참가하였고, 수상자들의 강의를 경청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의 삶의 자세, 학문에 대한 태도 등을 조금이나마 배울 수 있었다.
 여러 노벨상 수상자들을 접하면서, 그들은 꾸준히 자신의 연구를 하는 도중에 큰 업적을 이룰 수 있었고, 노벨상을 수상한 이후에도 변하지 않고 열심히 그들의 일을 지속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러한 꾸준함의 원동력은 학문에 대한 애정 그리고 열정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Prof. Sir Aaron Klug(Chemistry 1982; 노벨상 수상 내용: Development of crystallographic electron microscopy and Structural elucidation of protein-nucleic acid complexes of biological importance)는 그의 주제(Zinc Finger Protein)에 대한 연구 도중에 이 transcription factor와 DNA의 interaction 양상을 구조적으로 밝힘으로써 노벨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Zinc Finger Protein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여, 이들의 기능을 밝히고, 기능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구조가 무엇인지 밝힌 후에 그 특징을 이용한 여러 응용법을 개발하고, 결국에는 이를 사람의 질병에까지 이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artificial transcription factor를 이용한 gene therapy for claudication, 2004년 clinical trial 시작).
 이분은 1982년에 노벨상을 수상하였는데 그 당시에는 artificial transcription factor를 만드는데 필요한 여러 기본적인 기술(gene cloning, gene transfer기술 등)이 너무나 빈약했던 때였다. 아마 그 당시에 그는 이런 기술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기술개발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자신의 분야에서 이를 어떻게 응용할 것인지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이를 실현시켰다.
 노벨상 수상 이후 20년 동안 자신의 연구를 꾸준히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 이런 열정을 가질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대한 약간의 해답은 Prof. Richard Roberts(physiology or medicine 1993; 노벨상 수상 내용: The discovery that the genes in the cells of higher organism have a mosaic structure in which coding and non coding sequences are interspersed, whereas in bacteria like E.coli the genes are continuous)의 강의를 통해 얻을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강의에서 자신은 연구를 선택한 것이 그저 재미있었기 때문이고, 너무나 재미있었기 때문에 주야로, 주말에도 일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분야에서 재미있게 즐기면서 일하다 보니, reverse transcription을 통해 bacteria와 higher organism의 DNA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고, 이를 통해 노벨상을 받게 됐다고 했다.
 결국 이들은 노벨상을 받겠다는 목적을 위한 연구를 한 것이 아니라 연구가 즐겁고 하고 싶어서 열심히 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큰 발견을 하게 되었으며, 이 때문에 상을 받았다고 해서 자신의 연구를 멈출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나로서는 Prof. Kary Mullis(Chemistry 1993; 노벨상 수상 내용: invention of the polymerase chain reaction (PCR))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
 Molecular biology를 매일 접하는 연구자로서 현대 의학에 PCR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K. Mullis는 PCR 개발에 대한 일화를 소개했는데 자신이 처음 PCR 이론을 발표했을 때 대부분의 권위자들이 이것은 불가능한 방법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방법에 확신이 있었고 이를 밀어붙여 결국 성공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확신이 있다면, 남들의 비평에 굴하지 말고 밀고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한 번 좋은 생각이 나면 이에 대한 전문가를 찾아 조언을 구하기를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며 그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아 최선의 조건에서 이 생각을 현실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 경영에 관련된 말 같지만, 실험실 운영도 결국 경영과 일맥상통 한다. 자신의 힘으로만 모든 것을 이루려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조언을 받기에 인색하지 않으며, 자신의 뜻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K. Mullis는 손자가 있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바다에서 서핑을 즐긴다고 한다. 집 앞에 바다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는 자신의 삶을 여유롭게 즐길 줄 아는 사람인 것 같다.
 우리의 실험실 환경을 살펴보면, 우리는 쉴 새 없이 일하는 일벌레를 추구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항상 공부만하면 바보가 된다는 말처럼, 조금 여유로워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여유로움만 추구할 수는 없지만.
 이번 `55th Meeting of Nobel Prize Winners in Lindau룑를 통해 나는 많은 노벨상수상자들의 강연을 들었고, 강연을 통해 그들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노벨상수상자와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 경험은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이다.
 처음 이 미팅에 지원했을 때 나의 마음가짐과 돌아온 후 그곳에서 느꼈던 것들을 돌이켜보면, 나는 이번 기회를 통해 나의 작은 고민들에 대한 해답들을 조금씩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노벨상 수상자들의 학문에 대한 열정, 자신의 일에 대한 자신감은 내가 처음 환자를 보는 임상의 대신 의학자의 길을 선택했던 그 때의 열정과 야망을 너무 잃어가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깨달음을 주었고 그 때의 열정을 발판삼아 현재가 조금 고되더라도 나의 할 일을 계속하다보면 언젠가는 좋은 결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리고 나의 현실에 대한 회의나 실망보다는 내가 하고 싶어서 시작한 지금의 일에서 기쁨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도 느꼈다.
 노벨상 수상자들이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해 주고 그것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내가 가르쳐야 했던 학생을 그저 의무감으로 대했던 나의 자세보다 그들로 인해 나의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학생들을 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너무 현실에 조급해 하지 말고, 삶을 즐기고, 일을 즐기고, 학문을 추구하기로 결정한 나의 인생을 즐겨야 성공적인 일생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2007년에는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을 초청하는 `Meeting of Nobel Prize Winners in Lindau룑이 개최된다. 의학 관련 연구자들이 많이 참여해 더 좋은 경험을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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