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봉 구
대한정형외과개원의협
보험이사

 우리나라의 의료체계는 이미 의료전달체계라는 것이 무의미 해진 상태로서 1차,2차, 3차 기관간의 질병구조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여기서 1차, 2차, 3차의 구별은 1차의료의 의미와는 다르게 병상, 전문의 수 등에 의한 분류이다) 그런데 종별 가산율에 의해 다빈도 질병 상위 20개 질병에 대한 질병별 건당 요양급여비용을 보면 1차 의료기관에서 진료받는 것이 3차 의료기관에서 받는 것의 3분의 2정도 밖에 안든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전문의를 많이 배출하고 결국 남아도는 전문의가 우리나라의 1차의료를 담당하게 했던 우리나라의 의료체계가 올바른 방향이 아니었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는 것이지만 그런 상황이 꼭 비관적인 것은 아니고 우리의 처지를 발판으로 개선을 이루려면 일차의료를 살리는 방향으로 노력이 경주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개혁을 이룬다고 기왕에 투자된 기반을 부정하고 새로 쌓을려면 사회적 부담이 너무 커질 것으로 생각한다.
 
 정형외과는 척추 및 사지에 생기는 병변을 다루는 분야로서 정형외과를 내원하는 환자의 문제는 질환과 사고로 대별할 수 있다.
 개원가 특성상 사고로 인한 봉합, 힘줄 및 인대손상복원, 골절치유등 외에 골다공증, 디스크나 퇴행성 관절염, 급만성세균감염증, 성장발육에 따른 변형등을 주로 다룬다(이외에도 현재의 어려운 여건을 타개하기 위한 여러 치료에 진출하는 실정이다. 전통적인 치료영역 이외의 것은 논외로 한다).
 정형외과는 수술적 치료를 위해 인력이 많이 필요하고 수술후 입원치료를 위해 입원실을 운영하는 등 수술을 하는 개원가들이 그렇듯이 대개는 그 규모가 커진다.
 규모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개원을 유지하기 위한 시설투자 및 감가상각 등의 고정비와 인건비 등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비용은 도매물가지수나 임금상승률 등 익숙한 사회제반 지표들을 따라서 상승한다.
 정형외과는 고정비용이 크므로 비용상승에 대한 압박에 탄력성이 부족하다. 그래서 생존을 위해서는 전통적 영역밖의 진료, 즉 비만, 성형, 건강식품, 대체의학 등에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이다. 견디다 못해 수술실이나 입원실을 폐쇄하고 정형외과가 아닌 정형내과를 한다고 자조하는 의사도 많다. 동네의원이 수술실이나 입원실을 폐쇄하면 주민들은 자연히 더 비싼 상급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 모든 현상은 결국 저수가 정책에 의한 것이지만 심사평가원의 심사지침에 의해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
 애당초 준비안된 의약분업의 강제적 시행이후에 각 과별 수입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수년간 방관하고 있던 물리치료재진료 규정이나 물리치료 횟수제한, 주사제 사용억제,신기술적용제한 등을 과도히 밀어 붙이고 있다.
 물리치료는 의학적인 효과는 물론 병약한 노인들의 통증을 완화시켜주고 병으로 지친 심신을 위로해 주는 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환자들의 치료요구에 대하여 심평원의 지침을 설명하면서 하루에 1곳 이상 치료하면 청구를 할 수 없음을, 일반가로 치료하면 규정을 어긴 것임을, 그런 규정이 있어야 하는 이유가 의학적인 타당성 때문이 아니라 보험재정을 보호하기 위함이며 보험료는 많이 내는데 왜 치료받을 권한이 제한되는지 등등을 설명하기가 매우 곤란하다.
 한달에 20일 이상 전기자극 치료를 원하는 환자에게 다음달에 치료해 드리겠다는 설명을 하면 분노를 자주 접하게 된다. 실제로 매우 아프면서 매일 해야 할 일이 없는 노인이 아니면 한달에 20일 이상 물리치료를 계속 다닌다는 것은 심리적 의존이나 실질적 필요가 아니라면 설명하기 힘들다.
 과연 전체 환자중 몇 안되는 분들의 치료받을 수 있는 권한을 제한하면서 까지 규정을 두어 제한할 정도로 허위 과다청구가 있는지 조사해보고 사실이 그렇지 않다면 이런 제한은 풀어야 할 것이다. 대신 여태까지 하던 대로 환자들에게 전화나 우편으로 확인해 보면 될 일이다.
 정형외과에서는 사지 및 척추를 치료하는데 사지는 정상인이라면 좌우 양측 대칭이고 한 손에는 다섯손가락이 있다.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곳 없다는 말처럼 빈부남녀노소 불문하고 어느 손가락이든 중요하고 두손가락이든 열손가락이든 다치면 의사는 매 손가락을 각각 같은 노력으로 치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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