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위험수위 심장병과 동일 수준"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예방에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돼 온 스타틴이 중증 당뇨병에는 큰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최근 일련의 연구결과를 근거로 스타틴이 당뇨병 환자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어 이번 연구결과의 의미와 영향에 대한 관심이 높다. 당뇨병과 심혈관질환의 상관관계와 당뇨병 환자에서 스타틴 요법의 효능에 대해 짚어본다.


 "당뇨병 환자의 65%가 심혈관질환 또는 뇌졸중으로 사망함에도 불구, 이들중 상당수가 두질환 사이의 상관관계는 물론 사망위험을 줄이기 위한 방법조차 모르고 있다."
 미국 보건성의 토미 톰슨 장관은 미국내 확산되고 있는 당뇨병 유행과 더불어, 이로 인한 심혈관질한 사망자 수가 증가하고 있음에 이같이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 2000년 전세계 당뇨병 환자수는 1억 7700만명. 적극 대처치 않는다면 2030년 환자수는 3억 6600만명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경고도 있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전체인구의 10%가 당뇨병 환자로 집계되는 가운데, 당뇨병 전단계인 내당능장애(IGT) 환자비율 또한 1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당뇨병이 심혈관질환 사망을 야기하는 주된 위험인자라는 점이다. 당뇨병은 질환 자체 보다 사망 및 장애를 초래하는 합병증으로 국민보건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지난 수십년간의 노력으로 심혈관질환 사망률이 감소하는데 반해, 당뇨병 환자의 심장마비 또는 뇌졸중 사망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당뇨병 환자에 있어 심혈관질환 합병증 및 사망예방이 의료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심혈관질환 사망의 저승사자 `당뇨병`

 당뇨병과 심혈관질환의 명백한 상관관계는 일련의 연구에서 지속적으로 보고돼 왔다. `Framinghan Heart Study`에서는 35~64세 연령대의 당뇨병 환자들에서 비당뇨병 환자들과 비교해 관상동맥질환·심부전·뇌졸중 등의 유병률이 증가함을 밝혀냈다.
 Andrzej S. Krolewski 등은 `American Journal of Medicine(1991;90:56S-61S)`에 `Framingham Heart Study`의 비당뇨병 환자군과 미국 보스톤 `Joslin Diabetes Center` 당뇨병 환자들의 장기간 비교·연구결과를 발표, 남성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사망률이 비당뇨병 환자에 비해 2배 이상 높음을 보고하기도 했다. 여성의 경우 당뇨병 환자의 사망률이 4~5배 가량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Framingham Heart Study` 당뇨병 환자군 분석과 일치하는 결과였다.
 5000명의 당뇨병 환자를 포함해 35만명 이상의 남성을 대상으로 한 `MRFIT(Multiple Risk Factor Intervention Trial)` 연구는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인자로서 당뇨병의 존재를 확실히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총콜레스테롤 200mg/dL 이상·흡연·수축기 혈압 120mm Hg 이상 등의 위험인자와 당뇨병을 각각 비교한 결과, 당뇨병 환자군의 심혈관질환 사망위험이 비교 위험인자 1·2 또는 3가지 모두를 가진 그룹에 비해 2~3배 가량 높게 나타났다. 당뇨병이 심혈관질환에 있어 콜레스테롤·흡연·혈압 보다 위험한 요인임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Haffner S. M 등은 당뇨병과 비당뇨병 그룹을 7년 동안 추적한 결과, 심근경색을 경험한 제2형당뇨병 환자의 7년 이내 재발위험이 45%에 이름을 확인했다(NEJM 1998;339:1714-1716). 이로 인해, 미국국립콜레스테롤교육위원회(NCEP)는 ATP III 가이드라인에서 당뇨병 환자의 10년 이내 관상동맥질환 발생위험이 20%를 상회한다며, 제2형당뇨병을 관상동맥질환과 동일한 위험등급(risk-equivalent)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상지혈증이 심혈관 합병증 유발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유발에는 고혈당증·산화스트레스·혈압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하지만, 이상지혈증의 특정발현이 주된 원인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제2형당뇨병 환자의 경우,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높은 LDL-콜레스테롤(LDL-C) 이외에 높은 중성지방·낮은 HDL-C 뿐 아니라 LDL-C이 더 작아지고 저밀도의 입자로 변하거나 VLDL(very low density lipoprotein)이 증가하는 특징을 나타낸다. 이같은 특성들이 동맥경화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미국국립건강영양연구조사(NHANES II, 1976-1980)에 따르면, 남·녀 당뇨병 환자에서 모두 낮은 HDL과 높은 중성지방 수치가 뚜렷하게 발견된다. 여성의 경우 비당뇨병 그룹과 비교해 이상지혈증 위험이 2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뇨병 환자에서 나타나는 낮은 HDL-C 특성으로 인해 스타틴과 더불어 피브레이트나 나이아신 등 HDL 증가기전 약물 병용에 대한 필요성도 지속 제기되고 있다.

당뇨병 환자의 스타틴 요법

 당뇨병 환자에서 이상지혈증과 심혈관질환 위험증가의 상관관계가 밝혀지면서, 대표적 지질치료제인 스타틴이 이들 환자군에 얼마나 혜택을 줄 수 있는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스타틴이 당뇨병 환자의 관상동맥질환 위험감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Heart Protection Study’ 등에서 밝혀진 바 있다. 서울의대 내분비내과 박경수 교수에 의하면, 스타틴제 심바스타틴을 이용한 대규모 연구에서 40세 이상 연령대에 총콜레스테롤이 135mg/dL 이상인 환자를 대상으로 LDL-C을 30% 저하시킨 결과 관상동맥질환 발생을 25% 감소시켰음이 보고된 바 있다.
 당뇨병 환자만을 대상으로 스타틴 효능을 입증한 사례는 `CARDS(Collaborative Atorvastatin Diabetes Study)` 연구가 처음이다. 이 연구는 관상동맥질환이나 심근경색·뇌졸중 병력이 없고 LDL 수치가 160mg/dL 이하인 제2형당뇨병 환자 2838명을 대상으로, 아토바스타틴의 심혈관 사건과 뇌졸중 감소효과를 검증했다. 가톨릭의대 순환기내과 승기배 교수는 "이 연구에서 아토바스타틴군의 LDL-C이 75~80mg/dL 까지 감소, 주요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률이 37% 감소했다"며 "제2형당뇨병 환자에서 심혈관질환의 1차예방을 위한 스타틴 치료가 효과적이고 안전하다는 것을 이전에 비해 보다 확실하게 보여줬다"고 전했다.
 반면, 최근 `NEJM(353:238-248)`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신장기능 손상으로 투석이 필요한 중증(severe)의 제2형당뇨병 환자에게 스타틴을 투여한 결과, 심혈관 사망·비치명적 심근경색·뇌졸중 위험감소에 있어 위약군과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기존과 달리 중증의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했으며, 스타틴군의 LDL-C이 평균 72mg/dL 까지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예방효과가 드러나지 않았다.
 가장 최근에는 `CORALL(A study to COmpare the effect of Rosuvastatin 10-40mg with Atorvastatin 20-80mg on apo B/apo A-1 ratio in patients with type 2 diabetes meLLitus and dyslipidaemia)` 연구에서 스타틴이 당뇨병 환자의 지질조절에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보고됐다. `CORALL` 연구는 제2형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로수바스타틴과 아토바스타틴의 효능을 비교한 임상시험으로, 네델란드 26개 병원의 당뇨병 외래환자 256명에게 6주 간격에 순차적으로 용량이 증가되는 치료를 받았다. 관찰결과, 6·12·18주 시점에서 로수바스타틴의 아포지단백(apolipoprotein)·LDL-C 개선 및 치료목표 도달률이 아토바스타틴군 보다 높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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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광 곤 교수 / 가천의대 길병원 심장내과

"심혈관질환 1차예방 중요성 재확인"
한 가지 연구결과로 투여중단은 곤란

 가천의대 길병원 심장내과 고광곤 교수(본지 객원논설위원)는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예방에 있어 스타틴 효과와 안전성은 이미 상당수 연구에서 일치되는 결과들이 보고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이들 환자군에서 보다 높은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효과를 위해 초기단계에서의 스타틴 치료와 부가적 효과를 제공하는 약제들과 스타틴의 병용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스타틴은 LDL-C 저하효과 외에 산화질소(NO) 생활성도 증가·혈관내피세포 기능 향상을 통한 혈관이완 개선·항산화 작용·항혈전 형성효과·CRP 감소에 따른 항염증 효과 등 다양한 심혈관보호 기능을 갖추고 있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 심혈관 작용과 관련된 기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스타틴으로 이를 보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교수는 또 투석이 필요한 중증의 당뇨병 환자에서 스타틴의 심혈관질환 예방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연구결과와 관련, "`CARDS` 등 일련의 연구에서 당뇨병 환자에 대한 효과가 입증됐기 때문에, 한가지 연구결과를 놓고 치료방침을 바꾸거나 투여를 중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중증환자를 대상으로 한 추가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히, 당뇨병 환자에서 만성신부전 등으로 합병증이 최악의 상태까지 진행된 경우에는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만큼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조기치료의 중요성이 다시한번 입증됐다고 말했다. 또한, 합병증이 상당 진행된 경우 스타틴 효능에 부가적 효과를 더할 수 있는 ARBs나 ACE억제제 등과의 병합요법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고광곤 교수는 최근 `Hypertention`에 `고콜레스테롤혈증 당뇨병 환자에서 심바스타틴과 라미프릴 병합요법의 부가적인 이로운 효과`에 관한 연구결과를 발표, "두 약물의 병합요법이 심혈관계 합병증과 당뇨병 치료에 훨씬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제2형당뇨병 혹은 대사성증후군 환자의 치료에 적극 권장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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