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과계 전공의 파견수련 방안 반발기류 확산..."조삼모사 정책, 제고하라" 재청원도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16일 '권역외상센터 지원'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을 통해, 권역외상센터 인력부족 문제의 해법으로 "외과 수련의들이 일정 기간 권역외상센터를 거쳐서 가도록 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권역외상센터 인력문제 해결책의 하나로 내놓은 '외과계 전공의 파견수련 활성화 방안'을 놓고, 반발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전공의를 여전히 값싼 노동인력으로 인식하는 정부의 안일한 시각이 확인된 결과로 만성적인 외과계 인력부족, 전공의들의 외과계 기피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다.  

앞서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16일 권역외상센터 지원대책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을 통해 "권역외상센터에서 지금 직면하고 있는 큰 문제 중 하나는 거기에서 근무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관련 학계하고도 충분히 논의가 되어야만 하겠으나, 기본적 구상은 외과 수련의들은 일정 기간 권역외상센터를 거쳐서 가도록 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 경우) 중증외상에 대한 이해도가 넓어질 뿐 아니라, 권역외상센터에서는 전공의들을 둘 수 있어 인력 수급이 보다 원활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발표 이후, 의료계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외과 전공의 부족사태가 이미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상황인데다, 전공의법 시행으로 일선병원들의 인력부족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외상센터 파견수련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라는 지적.

외과분야의 경우 수련과정이 힘들다는 이유로 전공의 기피현상이 이어지고 있는데, 권역외상센터 수련까지 더해진다면 전공의 지원률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걱정도 나온다. 

▲권역외상센터 여건 개선 재청원. 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박 장관 답변 이후 청와대에는 '권역외상센터 여건 개선'과 관련한 재청원도 등장했다. 

청원인은 "하루종일 병원에서 일하며 최저시급 이하이 급여를 받고 근로기준법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수련의를 일정기간 근무하게 하겠다는 것은 수련의, 전공의를 착추해 외상센터를 운영하겠다는 것"이라며 "현재 전국 모든 병원의 외과 지원자가 미달인테 이런 대책을 들고 나왔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박능후 장관은) 외상전문의 연봉이 최고 1억 4400만원이라고 제시했으나, 최저는 7000만원이며 중도 포기시 전액 환수하는 부도덕한 법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으냐"며 "(외상센터에) 수련의를 근무시키겠다면서 수련의, 전공의에 대한 혜택은 어떤 것도 논의된 바가 없는 것인지도 답변해달라. 국민을 속이지 말라"고 주장했다. 

16일 시작된 해당 청원에는 22일 오후 현재 1165명의 국민들이 참여했다.

박능후 장관의 경질을 요구하는 청원도 올라왔다.

청원인은 "외과계 전공의는 만성적인 수급부족 상태고 이들이 감당해내고 있는 일의 양은 이미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수준"이라며 "이들을 더 효율적으로 돌려서 권역외상센터까지 맡게 하겠다는 복지부 얘기에 어안이 벙벙했다"며 "이는 결국 외과계 전공의 수급만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청원인은 "조삼모사식 권역외상센터 대책을 내놓은 박능후 복지부 장관을 문책, 경질해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부는 '확정된 것은 없다'며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인력부족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선다는 정부의 의지를 밝힌 것으로, 세부적인 내용은 의료계와 협의를 통해 구체화해 나가겠다는 설명이다.

복지부 진영주 응급의료과장은 22일 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의료계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 일단 방향성을 제시한 것으로 봐달라"며 "구체적인 지원방안은 관련 학회 등 의료계와 협의를 통해 합리적인 방향으로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진 과장은 "권역외상센터 설립 초기 시스템 문제에 집중했다면 지난해 외상센터 문제를 계기로 의료인력과 수가 등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다"며 "현재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민관합동 TF를 꾸려 대책을 논의 중이다. 복지부 내 관련부서들과 논의를 거쳐 조만간 종합적인 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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