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가정의학회 이덕철 이사장, "일차의료인 양성 위해 양질의 교육 수련 개발할 것"

▲ 대한가정의학회 이덕철 이사장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연세의대 이덕철 교수(신촌세브란스 가정의학과)가 올해부터 대한가정의학회 신임 이사장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이 이사장은 일차의료 시스템을 바꾸는 시기에 이사장을 맡게된 것에 대해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제대로된 일차의료 시스템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Q. 어려운 시기에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어떤 학회를 계획하고 있나?

첫 째는 올바른 일차의료인을 양산하기 위해 양질의 교육 및 수련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다. 일차의료가 무엇인지, 또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 정체성을 확실히 알아야 자기 일에 대해 자긍심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인프라를 형성해야 일차의료가 성공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교육과 수련은 학회의 발전을 떠받드는 중요한 축이다.

두 번째로는 정책 참여를 적극적으로 할 계획이다. 일차의료의 정책을 국가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해 우리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전달하고, 이것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Q. 학회 운영에 어떤 변화가 있나?

노인 인구가 많아지면서 노인의학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관련 프로그램 신설을 계획하고 있다. 아울러 기존 의사들을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여기에는 책임, 윤리, 학술 등이 포함된다. 그 외에 일차의료 모형을 개발하기 정책 연구 성과 등도 준비 중이다.

Q. 오는 11월에 세계가정의학회가 우리나라에서 열린다. 준비 사항은?

전 세계 일차의료, 가정의학 전문가들이 모이는 국제학회로 2년 마다 한 번씩 열리는 가정의학 올림픽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년 1만 5000여 명이 참가한다. 한국은 아시아태평양에서는 가장 강한 일차의료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나라다. 그런 배경 덕분에 한국 유치가 가능했다.

이번 학회에서는 전 세계 일차의료의 역할에 대해 다룬다. 미국, 유럽, 아시아 등의 학문적인 경험과 우리나라 일차의료의 당면과제를 잘 해쳐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전달 체계 개편안이 논의가 한창이다. 어떤 입장인가?

일차의료 현장에 있는 분들과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전반적 방향은 맞다고 본다. 가정의학회는 우리들의 이익을 대변한다기보다는 공익성을 생각해야 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일차의료 전달체계의 방향은 그대로 가져가되, 기존 일차의료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다듬으면 된다. 원론적인 이야기이지만 원론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답을 피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 대한가정의학회 이덕철 이사장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Q. 일차의료가 잘 구축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현재 일차의료 강화가 잘 되지 않는 것은 신뢰 문제 때문이다. 여기에는 국민과 일차의료인, 일차의료인과 정부, 일차의료인 내지는 단과 전문의들 모두 포함된다. 역할과 기능을 정리하고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하게 이해해야 신뢰할 수 있다. 현재는 이런 것들이 모두 깨져있다.

당장 일차의료라고 하는 것은 한 사람(환자)의 문제를 처음에 끝까지 책임있게 관리하는 것이다. 환자의 상태를 잘 파악해 치료도 하고 예방적 의료의 역할도 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스템이 국내에서는 정착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Q. 수가 개편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인지? 
현재는 의료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시스템이 아니다. 이것을 일차의료에서 확 바꿔야 한다. 내가 담당하고 책임지는 환자가 질병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 그로인해 더 좋아졌을 때 거기에 맞는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

또한 그럴려면 일차의료인들을 신바람 나게 해줘야 하는 부분도 있다. 이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이든지 보상으로만 해결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즉 자긍심을 세워줄 만큼의 보상이 전제된 상태에서 자기가 하는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를 알고 재밌게 할 수 있도록 잘 길러지고 교육해야 한다.

Q, 일차의료가 활성화되면 큰 병원으로 가기 힘들어진다는 우려도 있다.
일차의료 활성화도 필요하지만 국민 선택권을 빼앗으면 안 된다. 통제된 의료시스템이 정답은 아니다. 일차의료 시스템은 국민들의 선택권을 잘 유지하면서 기능이 잘 발휘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강제로 구속하기 보다는 국민이 원하는 주치의를 가질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고, 일차의료인은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 된다. 진정성있게 신뢰관계를 구축하면 된다.

Q. 올해부터 한가정 주치의 갖기 운동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배경인가?
진정성을 바탕으로 서로 책임지고 관리하고 있다는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시행하는 운동이다. 이 제도의 정착은 의사들의 책임성, 윤리성, 의학적 전문성에 달렸다.
윤리성은 의사들이 가져야할 기본 덕목이고, 책임성은 환자를 잘 치료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때에 따라서는 환자가 가장 효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도 해야 하며 내가 잘 알고 있는 의사도 소개시켜 줘야 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환경속에서 의학적 지식도 필수적이다. 이런 취지로 올해부터 주치의 갖기 운동을 홍보해 나갈 계획이다.

Q. 앞으로 대학병원의 가정의학과는 역할이 더 커질 것 같다
대학병원의 입장에서 가정의학과는 다른 과에 비해 수익성이 높은 과가 아니다. 그럼에도 있어야 하는 이유는 교육과 수련 때문이다. 건강한 일차의료인을 양성하려면 소위, 3차 의료기관이 각 기관별 의료행위의 역할을 잘 알아야 한다. 또 균형을 갖춰 나가야 힌다.

이를 위해서는 일차의료의 수련과 교육을 학회와 개원의에게 책임을 떠맡기는 것은 안 된다.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부분이기에 정부지원이 있어야 한다. 최근 양승조 의원이 일차의료 특별법을 발의했는데 그 안에도 이런 내용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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