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내과 의사 채용 후 다른 진료 요구...전문가 아님에도 감염내과 진료

정부가 병원 감염관리료를 지급한지 불과 얼마 되지 않아 현장에서 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법의 허점을 이용해 감염관리료는 챙기고, 감염관리는 허술하게 하는 병원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감염관리료를 받기 위해 병원들이 취하는 꼼수는 여러 가지인 듯하다. 

우선 법적 기준을 맞추기 위해 감염내과 의사를 채용하지만 감염관리 업무는 시키지 않는 방식이다.

모 대학병원 감염내과 A 교수는 "최근 중소병원 감염내과에 취업한 의사들의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 주로 감염내과 의사로 채용됐지만 실제로는 다른 내과 진료를 보고 있다는 내용"이라며 "인력을 구하기 힘든 중소병원에서 원장이나 부원장 등이 감염관리 등록의사가 되고, 채용한 감염내과 의사는 다른 내과 진료를 보게 하는 방식"이라고 토로했다.

또 "병원들이 감염관리료를 받기 위해 교육받는 등의 자격 기준만 갖추고, 실제로는 제대로 된 감염관리를 하지 않는 곳이 종종 있다"며 "감염관리료가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그나마 있는 비용을 나쁘게 사용하는 것은 더 문제"라고 비판했다.

법의 취약점 활용하는 병원들 등장

또 다른 유형은 감염관리의사로 등록하는 것을 넘어 비전문가가 감염내과 진료를 하는 방식이다. 

인천에 소재한 모 중소병원. 이 병원 감염내과 모 과장은 산부인과 의사로 오랫동안 다른 병원에 근무하다, 이 병원으로 이직하면서 감염내과 진료를 하고 있다. 

대학병원 감염내과 B 교수는 "병원들이 감염관리료를 받기 위해 외래를 보지 않고 있거나 일손을 놓은 나이 많은 의사를 모셔다 감염내과를 하게 하고 있다는 얘기가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며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꼭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감염내과 의사가 부족해 일정 교육을 받은 의사면 누구나 감염관리 등록의사가 될 수 있도록 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감염관리료는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보건복지가 '감염관리실 운영 관련 의료법'을 강화하면서 생겼다.

병원이 감염관리실과 전담인력을 두고, 감염관리위원회 운영 및 입원환자에 대해 감염관리 활동을 할 때 환자 1인당 1950원~2870원의 '감염예방관리료'를 지급하기 시작했다.

현재 법규상 감염관리 경험이 3년 이상인 사람은 16시간, 3년 이하인 사람은 24시간 교육을 받으면 감염관리전담의사가 될 수 있다. 

복지부 "감염관리 실효성 확보 고민...대책 강구"  

병원들의 이러한 꼼수에 대해 복지부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했다. 

질병정책과 한 관계자는 "법규상에는 전문의사, 간호사, 의료기관이 지정된 사람으로 돼 있어 감염관리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교육을 받았다면 문제가 없다"며 "모든 의료기관에서 감염내과의사나 간호사를 전문인력으로 지정하도록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인력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비 전문가를 감염관리 전담인력으로 두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법규상 의료기관 장으로 하여금 감염관리 인력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의료기관장이 보기에 원내에서 가장 감염관리에 적합한 인력을 뽑아 해당 업무를 맡기라는 의미였다"며 "단순히 지정만 해놓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면 무리가 되더라도 전문과목을 지정하는 등 규제하는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감염관리에 병원들이 보이는 변칙에 대해 A 교수는 질병관리본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A 교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나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질병관리본부가 감염관리 전문가들이 참여해 주도적으로 병원들이 감염관리료를 잘 사용하고 있는지 모니터링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정부는 인력에 대한 비용 이외에 감염관리에 도움이 되는 교육, 물품, 체크 도구 개발 등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며 "대학병원 등에서 감염관리를 위해 과연 어느 정도 비용이 소요되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해결책으로 감염관리 인증의제도를 제시했다.

한편, 복지부는 감염관리 인력을 키우기 위해 보건의료인력개발원과 관련 학회를 통해 감염관리인력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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