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I 받은 고위험군 여성에서도 입증... 강재헌 교수 "착시효과일뿐 적정체중 중요"

"뚱뚱한 사람이 오래산다" 또는 "뚱뚱한 사람이 심혈관 사건 발생 위험이 더 낮다"는 이른바 비만 패러독스(Paradox)가 다시 한번 나왔다. 특히 이번에는 심장 중재술을 한 고위험군 여성에서 나오면서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1월 8일자 JACC: Cardiovascular Interventions(Volume 11, Issue 1, January 2018 )에 따르면,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을 받은 여성 9420명을 분석한 결과, 체질량지수(BMI)가 높을수록 주요 심혈관 사건 발생률이 낮게 나타났다.

남성과 여성이 모두 참여한 연구에서 비만 패러독스가 밝혀진 바 있지만, 여성만 따로 연구한 적은 거의 없다. 특히 PCI를 받은 여성은 더더욱 제한적이다.

이번에 나온 연구는 관상동맥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26개 무작위 대조군 PCI 연구에서 여성만 따로 분석한 결과이다.

이들을 BMI 분포도에 따라 5군으로 나누고 각 군의 복합 심혈관 사건(사망, 심근경색, 목표 병변 재개통술, 스텐트혈전증 등)의 발생률을 평가했다.

참고로 환자들은 BMI 수치에 따라 체중 미달(18.5㎏/㎡ 미만), 정상 체중(18.5~24.9㎏/㎡), 과체중(25~29.9㎏/㎡), 비만(30~34.9㎏/㎡), 고도비만(35㎏/㎡ 이상)으로 나눴다. 각 분포 비율은 1%, 29%, 36%, 20%, 13%였다.

▲ BMI 분류에 따른 PCI 시술 여성 환자의 주요 심혈관 사건 위험도

3년 추적 관찰 기간 동안 총 1285건의 주요 심혈관 사건과 440건의 사망례가 발생했고, 이를 토대로 다변량 분석을 수행한 결과, BMI 수치가 높을 수록 심혈관 사건 발생률이 더 적게 발생했다.

정상체중군을 1로 잡았을 때 체중 미달군의 주요 심혈관 사건 발생 위험도는 1.35으로, 35% 높은 반면, 과체중의 경우 위험도는 0.88, 비만은 0.91, 고도비만은 0.84로 심혈관 사건 발생 빈도를 12%, 9%, 16% 더 낮췄다.

이른바 뚱뚱한 환자에서 심혈관 사건이 더 낮게 발생한다는 비만 패러독스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연구에 참여한 미국 마운트 시나이의대 Roxana Mehran 교수는 "이번 결과는 PCI를 받은 남성에서 나온 결과와 유사하다. 뚱뚱한 사람에서 위험이 더 낮았다. 특히 체중 미달 여성에서 위험이 높게 나온 것도 새로운 결과"고 설명했다.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의 위험도는 체중미달, 과체중, 비만, 고도비만에서 각각 2.20, .072, 0.76, 1.20이었고, 심장 사망 위험도는 2.18, 0.82, 0.89, 1.22였다. 또 심근경색 위험도는 각각 1.06, 0.99, 1.23, 1.03이었고, 목표병변재관통술의 경우 각각 1.22, 1.23, 1.00, 0,86을 기록했다. 스텐트 혈전증은 2.00, 1.11, 1.47, 0.83이었다.

전반적으로 체중미달군의 위험도가 매우 높게 나타났고, 뚱뚱할수록 사망위험도 올라가는 경향을 보였다.

이처럼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지만 정확한 배경에 대해서는 연구자들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우선 체중 미달군의 위험도가 높아지는 이유는 단순 흡연자, 스텐트 치료가 필요한 고위험군이 포함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전부다.

이와 관련 토머스 제퍼슨의대 Michael P. Savage 교수와 David L. Fischman 교수는 관련 논평을 통해 "적당한 비만이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근거가 계속 관찰되면서 가이드라인 수정 필요성도 나오지만 기전이 명확하기 않고 역설을 뒤집을 만한 새로은 근거도 나올 수 있어 현재로서는 가이드라인 개정은 시기상조다"고 말했다.

이들은 비만 환자군이 심혈관 사건이 낮았던 것은 혈관 조영술시 해상도가 떨어지므로 위험도가 높은 절차를 시도하지 않았고, 방사선 치료의 증가로 사망률을 줄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만으로 오히려 집중 치료를 받기 때문에 유리한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또한 3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나오기 어려운 결과라는 점도 있다.

따라서 아직까지는 적정체중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비만학회 강재헌 홍보이사(상계백병원 가정의학과)는 "비만 패러독스가 나오면서 비만이 건강하다는 평가가 있지만 정답은 아니다. 어떤 대상이든 적정체중을 유지하는 게 지금으로서는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비만 파라독스만 보고 비만을 치료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비만 패러독스 근거가 단순히 몇 개가 나오면서 주목을 받는 착시효과다. 비만이 질병을 유발한다는 근거는 수 만개가 나와 있다. 몇 개의 근거보다는 명확하고 입증된 근거를 따라가야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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