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유지보수 업체 사용 시 차별에 공정위, 시정조치 및 62억원 과징금 부과
지멘스, 행정소송 제기 예정...“시장지배적 지위 갖지 않는다”

 

중소 유지보수 업체와 거래하는 병원에 차별적으로 대응하면서 시장 독점 행위에 나선 다국적 의료기기 업체 지멘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철퇴를 맞았다. 

공정위는 17일 지멘스, 지멘스헬스케어, 지멘스헬시니어스 등에 대해 CT, MRI 유지보수 시장에 신규 진입한 독립 유지보수 사업자(Independent Service Organization, ISO)를 배제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6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키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멘스는 병원이 독립 유지보수 사업자와의 거래 여부에 따라 장비의 안전관리 및 유지보수에 필수적인 소프트웨어의 가격, 기능, 제공에 소요되는 기간 등 사용 조건을 차별했다. 

자세히 보면 지멘스는 자사의 CT, MRI를 구매한 병원 ISO와 거래하는지 여부에 따라 장비 안전관리 및 유지보수에 필수적인 서비스키 발급 조건을 차별적으로 적용했다. 

서비스키란, 지멘스의 CT, MRI 장비에 탑재된 서비스 소프트웨어 사용을 위해 필요한 비밀번호로, 사용 가능한 소프트웨어 범위에 따라 레벨이 차등화 돼있다. 

지멘스는 ISO와 거래하지 않는 병원에게는 고급 자동진단기능을 포함한 상위 레벨 서비스키를 무상으로 요청 당일 즉시 발급했다. 

반면 ISO와 거래하는 병원이 요청할 때는 장비 안전과리 및 유지보수에 필수적인 기능으로 구성된 기초 레벨 서비스키를 유상으로 요청 후 최대 25일이 소요된 후 판매했다. 

이 때문에 지멘스 CT 및 MRI 시장 진입장벽이 강화되고 실제 4개 ISO 중 2개 사업자가 관련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되는 등 관련 시장의 경쟁이 제한됐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는 “ISO와 거래 시 병원이 감수해야 할 기회비용이 늘면서 가격 경쟁력이 상실됐다”며 “서비스키 기능 제한, 발급 지연으로 인해 ISO의 서비스 품질 및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가중됐다”고 지적했다. 

또 독립 유지보수 사업자와 거래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안전 및 저작권 침해 문제점을 실제보다 과장하는 내용으로 병원에 공문을 발송했다. 

지멘스는 CT, MRI의 안전 관련 업데이트는 의료기기 법령에 따라 제조·수입사인 지멘스가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하는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ISO 서비스 이용 시 안전 업데이트 미시행에 따른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오인 가능성 높은 정보를 전달했다. 

아울러 소프트웨어 사용 없이 가능한 유지보수 작업이 상당수 존재함에도 ISO의 유지보수 서비스가 필연적으로 자사 서비스 소프트웨어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과장된 내용을 기재했다. 

공정위는 “ISO와 거래 시 발생 가능한 문제점을 실제보다 과장해 고객에게 오인가능성 높은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불공정한 경쟁수단에 의해 경쟁사업자의 시장진입을 저지했다”며 “특히 ISO가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왜곡된 정보를 전달, 병원의 오인 가능성이 더 가중됐다”고 말했다. 

이에 공정위는 필수 소프트웨어 접근 권한 요청 시 24시간 이내 최소 행정비용으로 제공하도록 적극적 시정조치를 취하도록 명령하는 한편, 과징금 62억원(잠정금액)을 결정했다. 

공정위는 “후속시장의 시장지배력 남용행위에 대한 공정위 최초의 법 집행 사례”라며 “특히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의료장비 관련 시장에서 발생한 법 위반 행위에 적극적 시정명령을 부과, 중소 사업자의 경쟁여건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고, 소비자 후생을 증진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멘스 “공정위 심결에 행정소송 제기”

한편, 지멘스는 이날 공정위 발표는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만큼 서울고등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멘스 헬시니어스는 의료장비 유지보수 서비스의 주된 상품인 CT, MIR 판매 시장에서 세계적 기술 선도기업들과 치열한 가격 및 혁신 경쟁을 하고 있고, 고객들이 다양한 회사를 선택할 수 있는 만큼 시장지배적 지위를 갖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멘스 헬스케어 그룹은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유지보수 소프트웨어 유상라이선스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한국에서 일반 상관례에 어긋나게 중소 규모 유지보수 업체를 차별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공정위가 유지보수 소프트웨어를 무상 제공하라고 명령한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결정이라는 주장도 했다.

지멘스 헬시니어스 관계자는 “헌법에 근거해 모든 재산권은 정당한 보상이 보장돼야 하고, 특히 의료장비 유지보수 서비스 소프트웨어는 저작권법에 의해 지식재산권으로 인정되고 있다”며 “공정위 역시 공정거래법에 기초한 심사지침을 제정, 지식재산권자에게 라이선스 대가를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만큼 이번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한국 내 투자와 고용을 확대하고 한국 파트너 기업들과 장기적으로 상생 발전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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