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급률 10% 내외…비상시 속수무책

연구·생산 `발등의 불`…생물테러·신종전염병 국가차원 방어를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와 감염전문가들은 인플루엔자 대유행이 조만간 닥칠 것이며, 그 피해는 막대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20세기에는 세 번의 대유행이 평균 27년 마다 있었는데, 1968년 홍콩 인플루엔자의 대유행 이래 38년이 지난 지금 대유행의 출현은 시간문제라고 여겨지고 있다. 특히 2003년 말 이후 아시아 각국에서 유행중인 조류 인플루엔자 A형 H5N1은 다가올 대유행 바이러스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따라서 WHO는 2004년 1월 대유행 경보(pandemic alert)를 내리고 그에 대한 대비책 수립을 세계 각국에 촉구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세계적인 항공여행의 보편화는 대유행의 전파에 유리하며, 인구집단의 노령화와 도시 과밀집중은 피해규모를 더욱 크게 할 우려가 있다. 반면에 사람들의 영양상태 및 공중보건 향상, 백신 및 항바이러스제의 사용은 대유행으로 인한 피해를 경감시킬 수 있다.
 그러나 대유행 대비책이 미흡할 수밖에 없는 후진국에서는 그로 인한 피해가 더욱 극심할 것이다. 여러 감염 전문가들은 인플루엔자 대유행으로 인하여 세계적으로 최대 5천만~1억명의 희생자가 발생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WHO는 국가 단위에서 인플루엔자 대유행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사람과 동물(조류, 가금류)에서 인플루엔자 유행감시체계를 가동하여 새로운 대유행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출현을 조기에 발견하여 확산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유행에 대한 직접적인 대비는 고전적인 방역수단(손씻기, 마스크, 환자격리 등) 이외에 항바이러스제 비축과 대유행 인플루엔자 백신의 개발이 핵심이 된다. 대유행이 발생되면, 새로운 백신을 만드는데 필요한 초기 6~9개월 동안은 항바이러스제가 유일한 방어무기가 될 것이다.
 현재까지 대유행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유효한 항바이러스제는 경구용으로는 타미플루가 유일하다. 인플루엔자 증상 시작 48시간 이내에 타미플루를 사용하면, 병원 입원 환자수를 약 2분의 1 감소시키며, 폐렴과 같은 합병증의 발생을 감소시킬 수 있다. 따라서 세계 각국은 타미플루의 비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보건부는 230만명분의 타미플루를 비축하고 있는데 미국 감염학회는 인플루엔자에 걸린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적어도 5,200~8,400만 명분의 타미플루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타미플루는 북미, 유럽, 일본 등 12개국에 주로 편중되어 비축되고 있기 때문에 경제적 여유가 없는 후진국에서는 대유행 초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우려가 크다. 우리나라도 70만 명분의 타미플루를 비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대유행의 대비에는 미흡할 것으로 생각된다.
 무엇보다도 인플루엔자 대유행에 대한 대책으로는 대유행 백신의 개발이 가장 중요하다. WHO는 각국 정부에 잠재적인 대유행 백신의 개발과 임상시험에 적극 투자, 대유행 대비계획을 구체화시킬 것을 권장하고 있다. 대유행에 가장 근접해있는 H5N1 조류 인플루엔자 백신의 개발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서둘러 진행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올해 시제품을 생산하여 이미 임상시험에 돌입하여 후반기에 안전성과 면역성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대유행 백신의 효과가 입증된다 해도 충분한 양의 백신을 생산하는 데에는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대유행이 지금 발생한다면 그 예방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유행 백신에 보조제를 포함시켜 면역성을 배가시키거나, 세포배양 또는 유전공학을 이용한 백신 개발로 생산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2004년 우리나라에서는 인구의 약 3분의 1이 맞을 수 있는 1,800만 도스의 인플루엔자 백신이 시판되었는데, 원료는 전량 수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인플루엔자 백신의 70%는 유럽에 있는 제약회사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나머지는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 생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인플루엔자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 없기 때문에, 대유행 백신의 개발 및 생산은 더더욱 불가능한 상황이다.
 따라서 실제 인플루엔자 대유행이 발생되면, 백신 생산능력이 확보되어 있는 나라는 자국내 공급을 위해 백신을 타국에 수출하려들지 않을 것이다. 인플루엔자 백신 생산능력이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대유행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될 우려가 있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지난 40여년간 소아마비, 일본뇌염 및 B형 간염백신을 개발한 경험이 있으며, 생물바이오산업이 발달되어 있어 인플루엔자 백신 개발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국내 백신산업은 과당 경쟁, 연구개발투자의 미흡, 백신 부작용 발생의 사회문제화 및 고가 완제품 백신의 수입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크게 위축되어 왔다.
 한 때 자급자족이 가능하리라 믿었던 백신의 자급률은 현재 10% 내외로 현저히 감소됐다. 이웃 일본 만해도 거의 대부분의 백신을 완전 자급자족을 하고 있는데 비해, 국내 백신의 자급률이 이처럼 낮은 것은 앞으로 큰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국내에서 시급히 백신 생산능력을 확보해야될 이유로 대유행 인플루엔자 백신의 개발뿐만 아니라 점증하고 있는 생물테러와 신종전염병의 위협으로부터 국가를 방어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탄저병, 천연두, 페스트와 같은 세균무기에 대항하여 국가적으로 예방백신을 비축하는 일은 간과될 수 없다.
 백신 생산 및 연구 시설을 갖추어 놓으면, 새로이 출현하는 변종 병원체에 대해서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된다. 더군다나 백신 산업은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 생물산업의 하나로 국가적으로 중점 육성해야될 필요가 있다.
 생산된 백신은 아시아라는 큰 시장에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상업성도 충분하리라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인플루엔자 대유행에 대비한 국가 대책의 일환으로 백신 연구 및 생산시설을 만드는 것은 매우 시급한 일이다. 백신 생산능력의 확보는 인플루엔자 대유행뿐만 아니라 각종 전염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생물테러의 위협에서 국가를 방어할 수 있으며, 나아가서 생물산업을 발전시켜 국가적인 이익까지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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