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정 기자

올해 각 기관장 신년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 단어가 있다.

바로 '소통'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료계와의 긴밀한 소통"을 강조하고 나선 데 이어, 김승택 심평원장 또한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이를 업무에 반영하는 '현장중심경영'을 더욱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각오를 내놨다.

새로 부임한 김용익 공단 신임 이사장도 취임사를 통해 "국민과 보건의료서비스 공급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가며 제도개편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모든 당사자의 의견을 널리 수렴하고 이해해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보건의료계와의 소통을 바탕으로 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의 이행을 강조한 청와대의 의중과 무관치 않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연말 '문케어 반대'를 외친 전국의사궐기대회 개최 이후 "의료수가 체계 개선과 함께 건보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수 있도록 의료계에서도 지혜를 모아주시길 바란다"며 "정부도 의료수가 체계 개선에 관한 의료계의 목소리에 충분히 귀 기울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의료계에 의-정협의 재개를 공식 요청하고, 현재까지 양측의 대화는 속도감 있게 진행돼 가고 있다. 

올바른 보건의료정책의 수립과 그 이행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와 의료계의 '합'이 중요하다는 점을 정부가 인식하고, 이를 위한 대화에 나섰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만 한편으로 미덥지 않은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전의 의-정 간 대화채널이 '때와 상황에 따라' 끊고 맺어지기를 반복해왔던 까닭이다.

실제 정부와 의협은 사회적 이슈가 되는 보건의료 현안이 있을 때마다 '소통을 통한 해법 마련', '의-정 신뢰회복'을 기치로 의정대화 채널을 가동해 왔으나 내·외부 환경변화를 이유로 때가 지나가거나, 눈앞의 목표가 이뤄지면 흐지부지 끝을 맺기 일쑤였다.

2014년 원격의료 논란이 그랬고, 2016년 만성질환관리제 도입과 일차의료활성화 이슈도 마찬가지였다. 이를 통해 의-정 간 신뢰가 회복됐느냐면 쉽게 고개를 끄덕이기 어렵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 의정협의의 끝은 어떤 모양이 될지 기대 못지않게 걱정이 앞선다. 각자 눈앞의 목표만을 이루고자 한다면 이는 소통이 아니라 협상이 된다. 성사되든 결렬되든 결과만 나오면 언제든 떠나도 되는 자리가 된다는 의미다. 이 같은 방식으로는 당장 눈앞의 현안은 해결할 수 있겠지만, 의료계와 정부가 주창했던 양자 간 신뢰회복은 요원한 일이다. 

적지 않은 갈등을 거쳐 모처럼 정부와 의료계가 다시 대화 테이블에 앉았다. 바라건데 이번 만남이 의-정 간 진정한 대화의 장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눈앞의 이해득실을 떠난 끊임없는 소통만이 의-정 신뢰회복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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