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0년대 중·후반 단순한 형태의 원격진료(Telemedicine)가 국내에서 시작된 이래 급속하게 발전한 정보통신기술(IT)을 바탕으로 많은 기술적 발전을 만들어왔다. 원격지간 방사선영상필름 판독과 병리정보 전달, 원격지 의료인들간의 협진, 국경을 넘은 원격 수술 시행 등이 그 성과이며, 특히 2002년 3월 원격의료에 관한 기본 사항과 전자의무기록, 전자처방전 조항 등이 의료법으로 명시되면서 공공·민간 분야 구분 없이 빠른 속도로 원격진료가 도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에도 국내 원격진료가 보다 효율적인 의료행위의 한 형태로 자리 잡기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본지는 국내 원격진료의 현재 상황과 한계점을 살펴보고, 첨단 정보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형태의 원격진료를 시행하고 있는 의료기관을 찾아 그 실태를 파악해보고자 `국내 원격진료의 현주소`를 기획 특집으로 마련했다.


2006년 6월 어느날 토요일 저녁. 한국기업의 미국 지사에 근무하는 회사원 김홍렬씨는 인터넷을 통해 한국에 있는 어머니의 고혈압과 당뇨수치를 확인한다.
 한국 시간 하루전인 금요일 주치의인 이모원장에게서 어머니의 현재 건강 상태와 혈압 및 당뇨수치 등이 기록된 진료 결과를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이동전화 문자 메시지를 받았기 때문.
 거동이 불편한 홍렬씨의 어머니는 원격재택진료시스템이 갖춰진 집에서 간호사의 도움으로 이모원장과 실시간 진료를 실시했다.
 이틀전인 목요일 이모 원장은 자신의 환자인 김홍렬씨의 어머니 옷과 특수 신발에 부착된 생체신호측정기에서 보내온 환자의 건강상태 무선 데이터를 원격 건강관리 프로그램 내에서 확인하고, 환자의 현재 상태를 진단, 직접 진료 일정을 잡고 미국에 있는 홍렬씨에게 확인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온라인상에서 보호자인 김홍렬씨와 진료 일정을 확정하고, 홍렬씨는 전화로 어머니께 언제 어떻게, 어떤 진료를 받아야 하는지를 설명한 후 원격진료가 이뤄졌다.
 컴퓨터기술과 무선통신기술 발전 초기였던 10여년전이라면 이러한 이야기는 다소 먼 미래의 모습처럼 여겨졌을 것이다.
 그러나 위 이야기는 우리 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이제는 쉽게 접할 수 있는 현실이 되고 있다. 의료인과 환자가 직접 대면 방식으로 의료서비스를 받던 시대에서 이제는 원격지간 의료행위가 가능한 원격진료 시대가 성큼 다가왔으며, 이제 원격진료는 더이상 미래가 아니라 현재가 됐다.
 원격진료란 넓은 의미로 볼때 지역과 시간에 제한 없이 환자가 의료인들에게 진료를 받는 것이나 원격지 의료인들간에 협진을 하는 것, 혹은 원격지간 수술 로봇을 활용 실시간으로 수술을 시행하는 것 등을 의미한다. 또 전자처방전 발행과 EDI를 통한 급여 신청도 넓은 의미에서 원격진료의 한 범주에 속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통상적으로 일컫는 원격진료란 시간과 공간의 제약없이 각기 다른 장소에서 의료인과 환자가 인터넷이나 통신수단을 활용해 진료를 하는 행위를 뜻한다.
 이와 관련 지난해 의협이 발간한 원격진료 보고서의 `원견진료 가이드라인 설정을 위한 기초조사연구(고려의대 천병철)`에 따르면 원견진료의 개념은 원격방사선학(teleradiology), 원격외과학(telesurgery), 원격심장학(telecardiology), 원격병리학(telepathology)과 같이 전문 의료분야를 기준으로 하는 원격전문의료서비스와 원격예방(teleprevention), 원격진단(telediagnosis), 원격치료(teletherapy), 원격간호(telecare) 등 목적과 단계에 따른 원격의료단계별서비스로 구분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외에도 원격판독, 원격피부과, 모바일진료서비스 등 원격진료의 실행 주체와 서비스 내용, 그리고 진료 범위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불리고 있다.
 원격진료의 시발점은 1959년 미국 오마하시 정신병원과 주립 정신병원간에 실시된 원격지간 화상회의와 진료를 꼽는다.
 국내의 경우 지난 1980년대 후반 서울대병원과 연천군보건소, 한국통신이 참여해 시범사업으로 진행한 원격영상진단 사업이 있었으며, 1994년 경북대병원과 울진의료원간에 설치된 의료진간의 온라인 화상진료 시스템과 90년대 후반 복지부가 주관하고 정보통신부 후원으로 서울대병원 치매클리닉과 한국전산원이 참여한 원격치매진료시스템도 초창기 국내 원격진료시스템 중 하나이다.
이후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원격진료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이는 당시 급속도로 발전한 정보통신기술 성과가 의료분야에 퍼지기 시작한 것으로, 원격화상회의 솔루션, PACS, 전자의무기록 솔루션 등 다양한 의료정보화 솔루션을 보유한 업체의 등장도 국내 원격진료시스템 인프라 구축에 한 몫을 담당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국내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들은 다양한 형태로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삼성의료원은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과 90년대 중후반에 이미 시작했으며,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2001년 9월 정읍병원과 원격진료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연세의료원 영동세브란스병원도 지난 2001년 2월 존스홉킨스대학병원, 하버드의대, 듀크대학병원과 원격진료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서울대병원은 90년대 중·후반의 시범 사업 외에 지난 2002년 하반기에는 가정의학과와 건강증진센터를 중심으로 재택원격진료서비스를 실시하는 정보통신부 지원의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또 가장 최근인 7월 초에는 KT마케팅연구소, 분당서울대병원과 서울시니어스분당타워에서 고혈압, 당뇨환자 등 30여명을 대상으로 하는 유비쿼터스 건강관리 서비스에 돌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급 이상의 다양한 원격진료 시스템 구축은 의료인과 환자간의 원격진료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보다는 원격지 의료인간 화상회의와 2차의료기관과 3차의료기관간의 환자 협진 및 의뢰, 그리고 재진 환자의 간단한 재택 진료 등이 주를 이루고 있는 한계점이 있다.
 공공의료분야도 2000년 이후 발빠른 대응을 해왔다. 우선 재택진료에 초점을 맞춘 `홈네트워크사업`이 지난 2003년 정보통신부 주관으로 KT컨소시엄과 SKT컨소시엄으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 KT컨소시엄은 현대건설과 함께 서울 마포 강변현대타운에 러닝머신, 혈압·혈당·체온측정기, EKG(심박동측정기) 등을 설치하고, 의료진과의 화상 상담이 가능한 시범 단지 30세대를 구축했으며, SKT컨소시엄도 분당파크뷰, 서울 관악구 신림푸르지오, 서초구 방재 자이 등에 홈네트워크 및 재택진료 서비스 단지를 조성중에 있다.
 정통부의 홈네트워크 시범사업의 일환인 재택진료를 제외한 공공분야의 경우 현 지방공사 서울의료원이 지난 2000년 미국 UCLA헬스케어 재단, UCLA데이비스병원간 원격협진센터를 오픈했으며, 원자력의학원도 지난 2002년 9월 미국 슬론케터링 암센터와 화상원격진료시스템을 포함한 협진 시스템을 구축했다.
 서울을 포함한 각 지역의 의료원과 보건소도 다양한 형태의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실시했거나 진행중이다. 지난해 지방공사의료원연합 소속 35개 의료기관들이 병원정보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원격진료가 가능한 기본적인 토대를 갖췄으며, 현재 제주·울진·울릉과 연천군보건의료원 등이 인터넷에 기반한 원격판독시스템(Teleradiology)을 운영중이다.
 앞서 지난 2003년 초 강남구보건소는 지역내 2개 동사무소에 원격영상진료시스템을 설치 지역 거주 장애인과 저소득층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원격진료서비스를 시작한 바 있다.
 또 강원도는 지난 2003년 말 총 12억여원의 예산을 투입해 도내 12개 시·군 지역 보건소에 `강원 원격관리시스템`을 설치하기도 했다. 당시 도 단위의 지자체 차원에서 원격영상진료시스템 구축 사업이 추진된 것은 처음이었으며, 이 사업에는 강릉아산병원, 춘천성심병원, 강원대병원 등이 3차 협력 의료기관으로 참여했다.
 지난해 6월 안산시 단원보건소와 대부보건지소는 도서지역 노인 만성질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원격영상진료시스템을 구축했다. 특히 안산시의 경우 1년이라는 시범 사업을 통해 원격진료의 기술적, 환경적, 제도적 문제점들을 사전에 점검해 환자의 불편을 최소화했다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이외에 국내에서 구현된 원격진료 형태는 다양하다. 지난 2003년 한양대병원과 일본 규슈대학병원은 한국과 일본을 초고속 대용량 회선으로 연결하는 `겐카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원격진료 시스템을 활용한 복강경 담낭절제술을 실시했으며, 올 3월에는 한양대병원 신경외과 김영수 교수팀(차세대 지능형 수술시스템 개발센터)이 일본 규슈대, 동경대 연구팀과 함께 원격 로봇을 이용한 `제1차 국제 원격로봇 수술 심포지엄`을 통해 돼지 담낭을 제거하는 원격수술을 실시하기도 했다.
 또 대전시가 시범사업으로 올 9월 추진할 예정인 대전시민 대상 모바일혈당관리 시스템에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관련 업체인 헬스피아를 비롯, 충남대·건양대·을지대·대전성모병원과 선병원, 중앙병원, 한국병원 등도 참여할 예정이다.
 다양한 원격진료의 형태가 각 의료기관별로, 혹은 지방자치단체와 공공의료기관 별로 상이하게 진행되는 만큼 이와 관련된 솔루션과 시스템을 제공하는 업체도 다양하다. 우선 원격건강관리(재택건강관리) 서비스와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와 원격영상진료 솔루션과 시스템을 제공하는 업체, 그리고 각종 원격진료에 필요한 의료기기를 제공하는 업체, 하드웨어와 서버, 네트워크 및 PC환경을 제공하는 업체 군으로 나뉜다.
 가장 대표적인 시스템 통합과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로는 엠디세이버, 이수유비케어, 비트컴퓨터, 라이프엠, 코아정보시스템 등이 있으며, 원격판독과 관련 엑스레이21을 비롯 기존의 PACS 전문업체인 메디칼스탠다드가 이미 원격판독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또 관련 장비를 개발하는 업체로 디지털메드, 한별메디텍, 메디아나, 텔레메드, 엘바이오, 바이오넷 등이 있으며, 간단한 원격건강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인 디지털메드, 페이지원, 365홈케어와 병의원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한 건강관리에 기반한 케어캠프, 메디인프라, 닥터크레지오 등이 시스템을 운영중이다.
 네트워크 및 하드웨어 장비 제공 업체로는 대기업 계열의 시스템통합업체(SI)들이 관련 시장에 진출했거나 준비중이며, 이 중심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SDS, SKC&C, IBM 등이 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테블릿PC와 PDA를 기반으로 한 병동 및 외래간호시스템 POC(Point Of Care) 관련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를 수년전 개발 완료 했으며, POC 관련 솔루션 업체로 이헬스컨설팅, PGI테크놀러지, 아이모바일테크놀로지 등이 있다. 또 최근 이동통신을 기반으로 시범사업과 관련 시장에 진출한 모바일헬스케어 업체 헬스피아도 넓은 의미에서 원격솔루션 제공 업체에 속한다.
 국내에서의 원격진료 구현은 길게는 10여년 짧게는 5년여 동안 많은 시행착오와 시범 사업을 통해 이뤄졌음에도 아직 구체적인 성과를 냈다고 보기는 어렵다.
 강남구보건소 원격진료의 경우 실제 원격진료를 활용하는 만성질환자들의 대다수가 노인들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원격영상솔루션 헤드셋을 착용한 채 원격지 의사와 상담을 해야 하는 시스템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원격진료가 가능한 동사무소에 간호사 등 의료인이 배치되어 있지만 실제 활용도 면에서는 원격진료 본래의 의미가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 현재 시행되고 있는 재택진료시스템을 운영중인 한 업체 관계자는 해당 거주지에 별도의 의료기관이 설치되어 있어야 하고, 초진 환자는 원격진료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단순한 건강체크 이상의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3년 말부터 의욕적으로 도내 원격진료사업을 실시해 온 강원도 보건소의 경우에도 강남구 보건소와 같은 구조적 문제와 함께 시스템과 원격진료 구현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후속조치가 없어 현재 원격진료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도 원격진료 시스템 구축 초기 반짝했던 것 외에 현재까지 원격진료 및 협진 건수가 극히 미비하다고 병원 관계자는 말했다.
 또 미국 슬론케터링 암센터와 화상진료 및 의료협진 협약을 체결했던 원자력의학원의 경우 미국과 우리 나라간의 원격진료 및 판독에 대한 수가 차이로 인해 현재 원격지간 진단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원자력의학원 진단검사의학과 홍영준 과장은 "슬론케터링 암센터 의료진은 시스템이 구축된 이후 실제 환자를 놓고 수가를 지불하면서 당장 실전에 돌입하자는 입장이었다"며 "그러나 미국과 우리 나라의 관련 분야 의료수가가 10배 이상 차이나는 상황에서 환자에게 본인 부담금을 지불토록 해 실제 원격지간 환자 진료와 협진을 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홍영준 과장은 양측의 원격진료는 각종 검사판독 관련 화상회의 단계를 거쳐 한국 환자와 의사가 동시에 화상회의시스템에 접속 미국 의료진의 지시에 의한 문진과 이학적 감사를 수행하고자 했지만 수가 문제로 인해 실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의료정보학회 한 관계자는 많은 비용 투자와 노력이 있었음에도 속된 말로 원격진료가 속빈 강정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에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고 지적한다. 원격진료가 외국의 경우처럼 의료인과 환자간의 의료행위의 한 형태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법적, 제도적 근거 마련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법적, 제도적 보완 이외에도 의료인과 환자들의 인식변화와 사회적·문화적 합의, 그리고 시스템 보완과 원격진료 표준 가이드라인 제정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직도 많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 2002년 원격진료를 의료법으로 명시한 법안이 마련돼 기본적인 법적 근거를 마련했지만, 아직 이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의료정보학자나 의료법학자들도 원격진료 관련 법·제도를 빠른 시일내에 정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연구를 수행중이며, 이미 관련 법안 정비 개선안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 2003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제출한 지식정보화사회에 대비한 2003년도 법·제도 조사연구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의료법상의 원격의료의 범위와 개념은 원격의료의 기술적 적용을 제한할 우려가 있어 이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며 원격진료 및 원격의료 자격 부여를 위한 복지부, 의사협회 등의 교육 과정 개설, 원격의료의 책임규정 구분, 시설·장비 규정 등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 보고서는 원격진료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인 의료인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서는 농어촌이나 산간, 도서벽지의 원격의료 이용에 단계적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의협 원격진료보고서의 `원격진료 관련 법령에 대한 문제점 규명(유승용 의협 전문위원)` 자료에 따르면 법·제도와 관련 원격의료 자격, 시설·장비, 보험적용 등 다양한 문제가 있지만 우선 원격진료의 범위에 초진과 재진을 모두 허용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우선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와 함께 원격진료시 해당 환자의 진료 기록을 전송할 수 있는 법적 정비도 필요하다며, 현행 전자의무기록 관련 법안을 작성·보관·전송·공동이용 등이 가능하도록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안산시 단원보건소의 한 관계자는 "안산시의 경우 공간적으로 떨어진 두 지역에 의료인이 환자와 함께 진료에 참여하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며 "특히 초진은 불가하고 주로 고혈압, 당뇨, 관절염 환자 등 만성 재진 환자를 대상으로만 실시하고 있어 원격영상시스템을 통한 환자 진료는 일정부분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해결 과제로 원격진료를 바라보는 의료행위 주체들의 인식의 변화이다. 의료인의 경우 원격진료의 건강보험 적용이라는 유인책이 마련되기 전이라도 원격진료를 보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며, 환자들도 원격진료를 통한 진료 행위도 신뢰할 수 있다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의료정보학회 한 관계자는 "e-헬스, u-헬스와 관련 국내의 기본 인프라는 이미 갖춰져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며 "법적 정비가 필요한 것 못지 않게 의료인과 환자들의 인식변화 그리고 사회·문화적 의미의 원격진료에 대한 합의를 위한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임을 강조했다.
 또 다른 해결 과제로 원격진료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표준 제정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물론 국내에서도 이미 OCS나 EMR 등 병원정보솔루션에 HL7을 적용시키고 있으며, 의료영상솔루션도 다이콤 표준을 채택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의료정보데이타의 통신 및 프로토콜 표준을 제정하는 국제표준화 기구에 국내 한 대학병원 교수가 의장으로 참여하는 등 이미 기술적인 면에서도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원격진료를 실제 의료 현장에 적용시킬 수 있도록 하는 가이드라인 제정이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원격진료 가이드라인 설정을 위한 기초연구에서 고려의대 예방의학과 천병철 교수는 국내는 원격진료가 이미 현실로 다가온 이상 이를 피할 수는 없다며, 사용 기기와 통신에 대한 표준 제정, 법적·윤리적 문제, 그리고 환자와 의료인의 조건 등에 대한 일정의 가이드라인 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보고서는 현재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원격진료 형태를 기준으로 `국가차원의 원격의료 가이드라인`, `국제차원의 원격의료 가이드라인`, `의사·환자간 의사소통과 관련된 가이드라인`, `특정 의료전문분야에서 사용되는 가이드라인` 등으로 구분할 것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 한 의료정보업체 관계자는 원격솔루션 내의 환자 처방과 진료 기록, 차트 작성, 처방전 출력 프로그램이 심평원 EDI청구프로그램과 전자문서 양식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원격진료를 통해 환자를 진료했더라도 원격진료 솔루션내의 처방전 전송 프로그램으로는 청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원격진료를 통한 환자진료 및 처방 기록을 별도 PC에 마련된 처방 및 청구 프로그램으로 재 입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업체 관계자는 심평원의 청구 프로그램과 원격진료 프로그램을 통합시키는 것은 기술적으로 큰 문제는 아니지만, 원격진료 솔루션의 장점인 고화질 영상이나 방사선 촬영이미지, 병리영상 이미지 등을 현 청구프로그램에서 구현시키는 것은 한계가 많다고 설명했다.
 결국 수년전부터 시행되어 왔고 앞으로 규모가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원격진료를 이제는 단순한 온라인상의 환자 상담 개념이 아니라 환자에게 보다 효율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의료형태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안산시 단원보건소 한중석 소장은 "정보통신기술 발달이 기반이 된 원격진료는 결과적으로 의사들이 환자 진료라는 본연의 업무에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장점이 있다"며 "더 전문적이고 수준 높은 분야로까지 원격진료가 확대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21세기방사선과의원 윤여동 원장(엑스레이21대표)은 의료인들의 인식 변화도 중요하지만 우선 공공분야에서 이에 대한 적극적인 실천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를 기초로 민간분야에서도 원격진료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해 U-헬스를 주제로 대한의료정보학회의 학술대회를 주관했던 고려의대 이갑노 교수는 산업계, 정부, 의료인들이 원격진료를 보다 구체화하고 첨단 기술을 의료현장에서 녹여낼 수 있는 실천 로드맵 작성이 필요하다며, 국가 차원의 노력이 절실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의협 원격진료 보고서 `원격진료 시행 시 도출될 사회·문화적, 경제적 효과(서울대병원 의료정보센터 홍승권)`연구는 이와 관련 원격진료의 경제적 제약 요건으로 작용하는 급여 청구 도입의 타당성 검토가 필요하며, 원격진료 의료주변기기의 표준화 등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원격진료분야의 의료 급여가 인정되고 있는 원격판독과 원격병리의 경우 도입초기에 비해 그 발전속도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원격의료의 진료수가는 비용·편익개념에 근거한 보다 적정한 진료수가 산정을 통해 원격의료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대다수 전문가들은 원격진료에 대한 실천은 이미 미래형이 아니라 현재형이 된 만큼 모든 이해 당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보다 획기적인 원격진료의 구현을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변화와 노력, 그리고 원격진료의 핵심 주체인 의료인들의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의사단체는 물론 정부가 지금이라도 원격진료에 대한 수요 및 실태 파악에 나서 개별 의료기관과 사업별로 운영되고 있는 것을 묶어내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이에 대해 한 의료계 관계자는 원격진료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고 보다 적극적인 의료서비스 제공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비용과 효과면에서 가장 효율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합의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