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사용한 COPD 환자에서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 ↑…발생률은 '1%' 수준

흡입형 기관지확장제의 심혈관 안전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대만 국방의학원 Meng-Ting Wang 교수팀이 대만 건강보험청구데이터를 이용해 환자-대조군 연구를 진행한 결과, 지속성 흡입형 기관지확장제(long-term inhaled bronchodilator)를 처음 사용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가 흡입형 기관지확장제를 사용하지 않은 이들보다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50% 이상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JAMA Internal Medicine 1월 2일자 온라인판). 

흡입형 기관지확장제는 이상반응이 드물고 적은 용량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어, 국제폐쇄성폐질환기구 등 여러 가이드라인에서 COPD 1차 치료제로 권고되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도 흡입형 기관지확장제의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강조하면서 치료제 처방을 촉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로 흡입형 기관지확장제의 심혈관 안전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학계에서는 흡입형 기관지확장제를 사용하는 COPD 환자의 심혈관 상태를 면밀하게 관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흡입형 기관지확장제, 교감신경 자극해 기관지·심혈관 영향 줘

흡입형 기관지확장제는 교감신경을 자극해 기관지 확장 효과를 내지만 동시에 심혈관에도 영향을 줘 심장에 대한 부담이 동반될 수 있는 치료제다. 때문에 흡입형 기관지확장제의 심혈관 안전성 논란은 이전부터 이어져 왔다. 

지난 2008년에는 티오트로피움 또는 이프라트로피움 등의 흡입형 항콜린성 약물(inhaled anticholinergics)을 사용한 COPD 환자에서 심혈관질환 위험이 58%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심혈관 안전성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JAMA 2008;300(12):1439-1450).

제조사는 즉시 흡입형 항콜린성 약물에 대한 임상시험들을 새롭게 분석, 안전성 문제가 없다는 상반된 결과를 내놓으면서 논란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는 국내에서도 제기됐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분석한 결과, 흡입형 기관지확장제를 사용한 환자에서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흡입형 기관지확장제가 심혈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환자 치료 시 이 같은 위험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흡입형 기관지확장제 치료군, 심혈관질환 위험 1.5배 이상 높아져

이번 연구는 기존 연구와 환자군 선정에 차이를 두고 흡입형 기관지확장제의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확인해 눈길을 끈다.

앞선 연구들에는 흡입형 기관지확장제인 지속형항무스칼린제(LAMA) 또는 지속형베타2작용제(LABA) 치료를 받았던 COPD 환자들도 포함됐지만, 이번 연구는 흡입형 기관지확장제를 사용하지 않았던 COPD 환자만을 대상으로 했다.

분석에는 2007~2011년에 흡입형 기관지확장제 치료 경험이 없었던 COPD 환자 약 27만명이 포함됐다. 추적관찰 2년간 3만 7000여 명의 COPD 환자에서 관상동맥질환, 심부전, 허혈성 뇌졸중 등의 심혈관질환이 나타났다.

이들을 대상으로 흡입형 기관지확장제 사용에 따른 30일 이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평가한 결과,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은 흡입형 기관지확장제를 사용하지 않은 환자군 대비 LABA 치료군에서 1.5배(adjusted OR 1.5; 95% CI 1.35-1.67), LAMA 치료군에서 1.52배(adjusted OR 1.52; 95% CI 1.28-1.80), LABA + LAMA 치료군에서 2.03배(adjusted OR 2.03; 95% CI 1.42-2.91) 높았다. 다만 이 같은 위험은 치료 시작 30일 이후부터 점차 완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Wang 교수는 "COPD 환자가 LAMA 또는 LABA 등의 흡입형 기관지확장제를 처음 사용하는 경우 의료진은 이들의 심혈관 상태를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며 "의료진은 COPD 환자에게 질환과 함께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을 관리할 것을 당부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치료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발생률 1%…심혈관질환 위험 염두에 두고 치료하면 문제없다"

그러나 국내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 결과가 일반인에게 흡입형 기관지확장제가 위험하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흡입형 기관지확장제를 사용한 COPD 환자에서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의미 있게 높았지만 발생률이 낮기 때문에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심혈관질환 발생률은 LABA 치료군이 1.4%, LAMA 치료군이 0.5%, LABA + LAMA 치료군이 0.1%였다. 즉 심혈관질환 발생률이 모두 1% 내외였기에 크게 걱정할 부분이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윤호주 이사장(한양의대 호흡기알레르기내과)은 "COPD 중증도가 심각할수록 심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심혈관질환 발생률은 굉장히 낮다"며 "다만 의료진들은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흡입형 기관지확장제의 심혈관 안전성 문제를 무시해서는 안 되고, 이를 염두에 두고 COPD 환자를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흡입형 기관지확장제의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은 치료 시작 30일 이내에 급증하고 이후부터는 감소했다"면서 "치료 시작 30일 이내에 심혈관질환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이후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의료진들은 흡입형 기관지확장제 사용을 시작한 COPD 환자들의 심혈관 상태를 치료 첫 한 달 동안 세심하게 관찰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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