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기 병원인증평가부터 적신호사건정책 도입해야...법제정으로 자율보고 절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도 미국 The Joint Commission이 도입한 '적신호사건정책(Sentinel Event Alert)'을 3주기 인증부터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환자 안전 관련 전문가들은 의료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책임자 처벌 등에만 초점을 두는 지금의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우려한다. 실수한 사람을 처벌하는 방법은 예방효과가 제한적이고, 다른 의료진이 같은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서이다. 

울산의대 이상일 교수(서울아산병원 예방의학과)는 병원에서 의사 등 관련자들이 보고해야할 중대사건(Serious Reportable Event)이 생겼을 때 이를 특별하게 관리하도록 하는 적신호 사건정책을 우리나라도 3주기 인증부터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적신호사건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민간의료기관 인증기구인 JC가 적신호사건정책을 1998년부터 운영하고 있고, 영국은 국민건강서비스(NHS) 산하에 영국 의료서비스 질관리기구인 NHS Improvement가 3단계(Warning, Resource, Directive)의 주의경보를 CAS(Central Alerting System)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도 후생노동성 산하의 의료서비스 질평가기구인 JCQHC(The Japan Council for Quality Health Care)에서 월 1회 정례적으로 의료안전정보지를 통해 제공한다. 

적신호사건정책이 병원 평가인증에 도입되면 의료사고 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게 이 교수의 생각이다. 

이 교수는 "미국의 적신호사건정책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처럼 관련자 처벌에만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사건이 생긴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액션 플랜을 짠다. 그리고 이를 85일 이후에 반드시 보고하도록 돼 있다"며 "우리나라에도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강조한다. 

또 "우리나라는 병원 평가인증를 받을 때 뿐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미국의 적신호사건정책은 병원이 인증을 받을 때 허위로 인증을 받은 것이 있는지 등을 조사할 수 있다. 또 계속 환자안전에 위협이 되는 사건이 발생하면 불시에 현장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도 준다"고 소개했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환자안전사고 주의경보(Patient Safety Alert)가 시행되고 있다. 중요 환자안전사고에 대한 자료를 전체 병의원에 공유, 추가적인 사고 발생을 예방한다는 목표다. 

전문가들은 환자안전을 위해 우선적으로 환자안전보고시스템의 안착을 꼽는다. 

현재 전국적으로 운영되는 환자안전에 관련된 보고 시스템은 의약품 유해사례 보고관리시스템, 한국혈액안전감시체계, 전국병원감염감시체계 등이 있다. 

하지만 운영이 잘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환자안전 보고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려면 비처벌성, 비밀 보장, 독립성, 전문가 분석,적시성, 시스템 지향성, 반응성의 요건이 필요한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의료진들은 자신들의 실수나 오류가 외부로 알려지게 될 경우 법적 분쟁에 휘말리게 되거나 위신이 손상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에 법적 보호가 없다면 보고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처럼 수집하는 자료를 보호하고 기밀성을 보장하는 법률을 제정해 자발적 보고를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대목동병원 인증 취소는 지나친 주장" 

▲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환자안전 전문가들은 이대목동병원의 인증을 취소하는 것은 지나친 주장이라는 의견을 냈다. 

우리나라 병원인증평가의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지방의 한 대학병원 A 교수는 "사람들이 인증에 대해 잘못 파악하고 있는 점이 있다. 인증의 가치는 병원에 아무 문제가 없다가 아니라 환자 안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병원에서는 언제든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빨리 알아내고, 이를 시스템으로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토로했다. 

환자안전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온 모 대학병원 B교수도 같은 의견이었다. 

B 교수는 "경찰이 있다고 강도사건이 한번도 발생하면 안 된다고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대목동병원의 인증 취소 의견은 적절한 대응방식은 아니다"라며 "국민은 인증한 병원이라 환자안전 사고가 발생하면 안 된다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인증 이후 의료사고가 한번도 발생하면 안 된다는 방향으로 가면 문제해결이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또 "지금 상황에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인증 관련 조치는 평소 인증 기준의 전반적 유지 상태를 점검하기 위한 불시 조사를 시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인증 상태의 변경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환자안전법을 개정해야 하다고 지적한다. 

환자 안전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했거나 그럴 가능성이 높은 사건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관이 근본원인을 분석해 파악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또 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사건들에 대해서는 보고를 의무화하는 조항을 추가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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