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노인에게 접종하는 인플루엔자 독감백신 효과 논쟁 ... 독감 백신도 한계 지적

 

최근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접종하는 인플루엔자 백신과 독감백신 효과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상황이다. 

1997년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이 시작된 이래 65세 이상 고령자에서 백신 접종률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현재 80%를 넘어선 상태다.

문제는 고령자의 경우 젊은 성인보다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효과가 떨어진다는 데 있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송준영 교수팀은 백신 효과가 낮은 주된 원인으로 접종 백신의 바이러스 항원과 유행 바이러스가 다른 '백신 불일치(미스매치) 현상'을 꼽았다(Infect Chemother. 2017 Dec; 49(4):247-254).

현재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인플루엔자 원인이 되는 4가지 바이러스(A/H3N2, A/H1N1, B/Victoria, B/Yamagata) 중 해당 연도에 유행할 것으로 예상하는 A형 바이러스와 B형 바이러스를 선정한다. 국내에서는 WHO가 발표한 바이러스를 포함한 3가 백신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WHO가 예측했던 B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실제 유행하는 바이러스의 50% 이상은 일치하지 않고, B형 바이러스 2종이 동시에 유행하는 경우도 많았다. 국내도 2009년 인플루엔자 대유행 이후 2가지 계통의 B형 바이러스가 절기마다 동시에 유행하는 양상을 보여줬다(Infect Chemother. 2017 Dec; 49(4):247-254).

낮은 백신 효과는 노인의 면역반응 때문

'낮은 백신 효과'의 또 다른 원인으로 노인의 '낮은 면역반응'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미국 에모리대학 Bali Pulendran 교수팀이 2007년부터 2011년 사이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한 65세 노인 54명을 포함한 성인 212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Immunity volume 43, Issue 6·15 Dec. 2015).

대상군에서 채취한 혈액샘플을 분석한 결과, 노인에서 백신 접종 전과 후 모두 7일 이내 항체를 생산하는 'B세포 수치'는 낮았지만, 체내 염증반응을 유도하는 '단핵구 수치'는 높았다. 이는 결국 노인에서 면역반응의 변화를 가져오는 메커니즘이 백신 항체 반응을 악화시킨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기존 3가 백신 대신 2가지 계통의 B형 바이러스를 모두 포함한 4가 백신 또는 면역증강제 백신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고려의대 김우주 교수(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는 "최근 10년간 국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유행 행태를 보면, 통상 12~3월까지 A형 바이러스가, 3~4월에는 B 형 바이러스가 유행했다"면서 "건강한 성인을 제외한 고령자 또는 면역력이 약한 고위험자의 경우 4가 백신이 더 효과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면역증강제 백신 비용 대비 효과 우수

4가 백신과 면역증강제 백신의 효능 및 안전성은 어느 정도 입증됐다. 
다수 연구결과에 따르면, 4가 백신은 3가 백신과 비교해 비열등 면역원성을 보였으며, 국소 및 전신이상반응 발생에도 큰 차이가 없었다(BMC Infect Dis 2013; 13:343)(Vaccine 2013; 31:5572-8). 면역증강제 백신도 강력한 면역반응을 유도하고 장기 면역효과를 유지하는 등의 비용 대비 효과가 우수했다. 면역증강제는 백신 항원에 대한 면역반응을 증가시키기 위해 백신 항원과 혼합해 사용하는 물질이다.

65세 이상 연령층에 면역증강제 백신, 3가 백신, 4가 백신을 주입한 후 경제성을 평가한 결과, 면역증강제 백신군이 4가 백신군에 비해 인플루엔자 감염은 최대 132만 9200건, 입원은 최대 4만 3674건, 사망은 1만 1320건까지 감소시켰다(Infect Dis Ther. 2015 Dec; 4(4) : 459-487).

또 다른 연구에서도 면역증강제 불포함 백신은 인플루엔자 예방 효과가 -1.7%로 효과가 없었던 반면, 면역증강제 백신은 예방 효과가 58%로 나타났다(Infect Chemother. 2017 Dec; 49(4):247-254).

대한감염학회는 이들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에서 해마다 3~4월 B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주의 유행이 반복되고 백신에 포함된 바이러스 주와 실제 유행하는 바이러스주의 불일치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 4가 인플루엔자 백신 사용이 필요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한편 WHO와 유럽의약품청(EMA)은 4가 백신도 3개 백신과 함께 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3가 백신만 무료접종에 포함돼 있으며 면역증강제 백신 및 4가 백신은 고령자에 한해 병·의원 간 비용 차이가 있지만 평균 3만 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독감백신의 한계

고려의대 정희진 교수(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는 독감백신의 한계를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는 해마다 유행할 것으로 보이는 균주를 제공하고, 이를 정부가 받아 제조하는데 실제 어떤 형태의 독감이 유행할 지는 아무도 모른다. 유행 형태를 벗어나면 백신접종을 해도 독감에 걸릴 가능성이 있고, 또 접종해도 효과가 떨어지면 완전히 걸리지 않는 것도 아니다.

때문에 용량을 높이거나 면역증강제를 추가해 백신 효과를 올리는 등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란 게 정 교수의 주장이다. 

정 교수는 "최근 4가 독감 백신 접종도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외국과 비교해 한국의 독감은 전파력이 무섭기 때문에 외국에서 맞고 와도 효과가 없다고 느낄 만큼 강력하다. 이를 막으려면 한가지 노력이 아닌 접종 대상 확대, 고용량 백신 접종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국내 독감(인플루엔자) 환자 증가와 관련해 보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교수는 지난해 12월 말 대한감염학회 공식저널인 Infection & Chemotherapy(Infect Chemother. 2017 Dec;49(4):247-254)를 통해 "국가 접종 프로그램 이후로 매년 접종률이 높아지고 있지만 오히려 효과는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추가 대책을 강구한 바 있다.

현재 독감 무료백신 프로그램은 1997년 저소득 노인을 시작으로 2005년 65세 이상 모든 성인 무료 접종으로 확대됐고, 2016년과 2017년에는 각각 12개월 미만, 59개월 미만으로 추가확대 함으로서 유아도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현재 성인의 독감 백신 접종률은 80% 이상으로 증가했고 영유아는 사실상 무료로 전환된 이후 부터는 100%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높은 접종률에도 불구하고 매년 독감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고, 급기야 백신 효과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5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일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가 내려진 후 1000명당 환자는 4주만에 6.2배 규모로 늘어나는 등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48주차 환자는 외래환자 1000명당 11.5명이었지만 52주차 현재는 71.8명이다.

연령별로는 아동과 청소년 사이에 인플루엔자가 유행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해 내과개원의에는 독감환자가 발을 디딜틈이 없다. 백신 품귀 현상을 빚는 병원도 있다.

이에 대해 정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국가 독감 백신 접종 프로그램의 한계라면서 전염을 막으러면 일차적으로 대상 확대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우선 독감에 잘걸리는 집단은 학생인데 이들은 무료 접종 대상에서 제외돼있다. 또한 65세 이상이 아닌 성인과 임산부도 포함시켜야 한다"면서 "확대 정책을 통해 독감의 확산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정책을 시행해야 하는 배경에는 전 세계적으로 드문 높은 인구밀집도와 관련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정 교수는 "한 도시에 1000만명이 넘게 거주하는 서울은 독감이 빠르게 전염되기 쉬운 환경이라면서 백신의 효과를 지적하기 이전에 근본적으로 환경이 갖고 있는 한계점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단체 생활을 하는 학생과 근로자들은 물론이고, 고위험성 환자군에 대해서도 예방 접종 프로그램을 확대해 전체적인 독감 발생률을 낮춰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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