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휴대용 심전도 모니터링 밴드·손목혈압계, 심혈관 전문의-환자 '핫라인'으로

심혈관질환 환자들은 일상생활 중 심장에 이상이 있다고 느꼈을 때 병원을 찾아 질환을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한다.우리 몸은 그 전부터 문제가 있다는 신호를 보내지만 이를 인지하지 못해 심혈관질환이 진행된 후 뒤늦게 병원을 찾는 것이다.이에 학계에서는 심혈관질환을 최대한 빨리 진단하고 일찍 치료를 시작해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을 낮추는 치료전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웨어러블 기기(wearable device)'가 있다.일상에서 움직임, 걸음 수, 심박수 측정에 활용됐던 웨어러블 기기는 심혈관질환 진단, 관리 등의 분야까지 그 범위를 확장하면서 '심장 전문의와 환자를 연결해주는 핫라인'으로 진화 중이다.심혈관 전문가들 웨어러블 기기 임상 적용 가능성에 주목웨어러블 기기는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혈관질환 분야를 포함한 전반적인 헬스케어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환자는 웨어러블 기기로 맥박, 혈압, 혈당 등을 스스로 모니터링할 수 있고, 의료진은 웨어러블 기기에 장착된 센서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지난해 열린 미국심장협회(AHA) 연례학술대회에서는 의료기술 발전에 대한 논의의 장이 마련됐고, 심혈관 분야 전문가들은 임상에서 웨어러블 기기 활용 가능성에 주목했다.회의에 참석한 미국 하버드의대 Jagmeet Singh 교수는 "심방세동 환자는 휴대용 심전도 모니터링 밴드 등의 웨어러블 기기로 일상생활에서 심전도를 확인할 수 있으며, 치료가 잘 이뤄지고 있는지 간편하게 볼 수 있다"며 "뿐만 아니라 의료진은 환자 상태를 원격으로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다. 웨어러블 기기는 의료진과 환자를 연결해주는 장치"라고 강조했다.FDA, 휴대용 심전도 측정기 승인…심방세동·부정맥 진단현재 개발된 웨어러블 기기가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는 심방세동, 부정맥 진단 분야다. 지난 12월 미국식품의약국(FDA)은 미국 의료기술 업체 얼라이브코르(AliveCor)가 개발한 '휴대용 심전도 모니터링 밴드'를 진단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승인하면서 심방세동, 부정맥 진단 분야에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했다.그동안 환자들은 병원에 내원해 표준 12유도 심전도, 운동부하 심전도, 활동심전도 등의 검사를 받아 심전도 데이터를 얻었다. 하지만 휴대용 심전도 모니터링 밴드를 사용할 경우 팔목에 밴드를 차고 밴드에 부착된 센서에 엄지손가락을 터치하는 간단한 방법만으로 일상생활에서도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다.
▲ 미국 의료기술 업체 얼라이브코르(AliveCor)가 개발한 '휴대용 심전도 모니터링 밴드'

이번 승인에는 REHEARSE-AF 연구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Circulation 2017;136(19):1784~1794). 연구에서는 CHADS-VASc 점수가 2점 이상이고 심방세동이 없는 65세 이상의 고령을 대상으로 휴대용 심전도 모니터링 밴드가 심방세동 진단에 유용한지를 평가했다.

휴대용 심전도 모니터링 밴드군과 일반적인 검사군으로 무작위 분류해 12개월간 관찰한 결과, 휴대용 심전도 모니터링 밴드군이 일반적인 검사군보다 심방세동을 3.9배 더 많이 진단할 수 있었다(HR 3.9; 95% CI 1.4~10.4; P=0.007).

단 휴대용 심전도 모니터링 밴드군 중 2%에서 심전도 검사 결과를 판독하기 어려웠는데, 이는 심전도 검사 시 전기적인 간섭이 발생했거나 기기를 팔목에 단단하게 고정해 근육이 떨림으로써 오류가 생긴 것으로 추정됐다.

이번 승인으로 전문가들은 휴대용 심전도 모니터링 밴드를 통해 심방세동을 조기 진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뇌졸중을 예방하기 위한 항응고요법 시작 시기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서울의대 최의근 교수(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는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해 심방세동, 부정맥 등을 조기에 발견하려는 시도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이를 통해 뇌졸중 예방을 위한 약물치료를 빨리 시작할 수 있다"며 "아직 휴대용 심전도 모니터링 밴드가 국내에 도입되지 않았지만 미국 임상에서 잘 적용되면 국내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목혈압계, 상완 두꺼운 비만한 환자에게 유용

손목혈압계는 상완혈압을 측정하는 커프(cuff)형 혈압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 웨어러블 기기로, 커프형 혈압계로 혈압 측정이 어려웠던 환자들에게 유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으로 상완이 두꺼워 상완에 커프를 감기 어려운 비만한 환자에게서 활용될 수 있다. 

비만한 환자는 혈압 측정 시 적절한 크기의 커프를 사용하지 않으면 측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실제 혈압보다 수치가 더 높게 나타날 위험이 있다. 

울산의대 박혜순 교수(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교실)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만한 환자의 혈압 측정 시 적절한 크기의 커프를 사용하지 않은 경우 20~25%가 고혈압으로 오진되거나 고혈압 진단 분류가 잘못됐다(대한비만학회지 제12권 제4호 2003).

이러한 문제로 미국 뉴욕의대 Gbenga Ogedegbe 교수는 "비만한 환자의 경우 상완이 두껍다면 상완보다는 손목 혈압을 측정하는 게 더 정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Cardiol Clin 2010;28(4):571~586).

아울러 유럽고혈압학회(ESC) 가이드라인에서는 초고도비만 환자와 같이 상완혈압 측정이 어려운 경우에는 손목혈압계로 혈압을 측정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J Hum Hypertens 2010;24(12):779-785). 

심장박동뿐 아니라 감정 변화도 감지하는 '스마트 브라'

'입는 컴퓨터'로 불리는 스마트 의류는 생체리듬이나 혈류 변화 등을 측정해 사용자의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그중 여성 속옷에서 착안해 개발된 '스마트 브라(smart bra)'는 심전도 및 피부 전기활성 센서가 내장돼 있어 심장박동을 측정할 뿐만 아니라 여성의 감정 변화도 감지가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입었을 때 불편함이 없으면서 심전도 신호를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는 스마트 의류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난 2014년 서울대 공과대학 박광석 교수(의공학과)팀은 스마트 브라에 적용해 심전도를 모니터링하는 CardioGuard 센서를 개발했다(Telemed J E Health 2014;20(12):1093~1102). 

연구팀은 CardioGuard 센서가 사용자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으면서 심전도 검사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지를 검증했고 그 결과 휴식, 걷기, 트레드밀 운동 등의 모든 활동에서 검사 결과의 신뢰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사용자들은 CardioGuard 센서가 장착된 스마트 브라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 

아울러 2016년에는 미국 바이오기술 전문 스타트업 기업인 '블루머 테크(Bloomer Tech)'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와 손을 잡고 심전도 신호를 확인하면서 다른 생체정보도 인식할 수 있는 스마트 브라를 개발했고, 향후 이러한 기술을 다른 의류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편의성보다 중요한 건 정확성"

다만 웨어러블 기기가 심혈관질환 분야에서 입지를 다지려면 '정확도'가 더욱 개선돼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정확도 개선이 필요한 기기가 손목혈압계다. 손목혈압계로 혈압을 측정할 경우 손목 위치에 따라 혈압이 다르게 측정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손목 위치가 심장 높이와 수평일 때 혈압을 가장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하지만 손목이 심장보다 위 또는 아래에 위치한다면 혈압 변동성이 커 측정값을 신뢰할 수 없게 된다.

미국 뉴욕의대 Gbenga Ogedegbe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손목혈압계로 측정한 평균 수축기/이완기혈압은 손목 위치에 따라 △심장과 수평일 때 139/84mmHg △심장보다 위에 있을 때 121/74mmHg △심장보다 아래에 있을 때 156/98mmHg로, 위치에 따른 변동성이 컸다(Cardiol Clin 2010;28(4):571~586).

때문에 AHA와 ESC는 가정혈압 측정 시 손목혈압계로 측정한 혈압은 신뢰할 수 없다며 손목혈압계를 권고하지 않는다. 하지만 손목혈압계는 환자들이 혈압을 측정하기가 쉽고 손목혈압계와 같은 전자혈압계가 점차 보편화되고 있기에, 앞으로 손목혈압계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가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양의대 신정훈 교수(한양대 구리병원 심장내과)는 "환자는 손목혈압계를 이용해 혈압을 편하게 측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워한다. 하지만 의료기기에서 중요한 것은 정확성"이라며 "아직 국내에서는 손목혈압계가 임상에서 많이 쓰이지 않지만 혈압계의 밸리데이션 문제가 해결되면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본다. 정확도를 개선한 손목혈압계 개발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기진단이 예후 개선으로 이어질까…대규모 연구 필요"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웨어러블 기기로 심혈관질환을 조기 진단한 후 치료가 빨리 시작됐을 때 환자 예후도 개선되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치료를 빨리 시작한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의 예후를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다면 웨어러블 기기로 질환을 일찍 진단하는 의미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최 교수는 "지금까지는 휴대용 심전도 모니터링 밴드로 많은 심방세동 환자를 조기 진단할 수 있다는 연구만 진행됐다"며 "휴대용 심전도 모니터링 밴드 등의 웨어러블 기기가 임상에 유용하게 적용되기 위해서는 실제 환자 아웃컴까지 개선할 수 있는지를 분석한 대규모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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