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계열효과 미지수, 성분별 효과·부작용 달라…“당뇨병 치료 더 복잡해질 것”

 

지난 2013년 여름은 당뇨병 학계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한 해로 기록된다.

2008년 로시글리타존의 심근경색 위험 이슈가 불거진 이후 미국식품의약국(FDA)은 모든 당뇨병 치료제에 대해 심혈관 사건 발생 데이터를 요구했고 그 기준에 따라 수행된 연구가 처음 공개됐기 때문이다.

시작은 DPP-4 억제제였고, 다행히 합격점을 받았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은 GLP-1 제제, SGLT-2 억제제의 연구까지 나오면서 새로운 근거가 봇물처럼 쏟아지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신호도 나왔다.

긍정적인 측면으로 보면 새로운 연구는 근거 확대와 가이드라인 변화를 이끌었고 한편으로는 부작용 출현과 계열효과 이슈 양산 그리고 더 복잡해진 처방환경을 이끌기도 했다.

본지는 지금까지 나온 당뇨병 치료제 안전성 연구를 종합하고, 어떤 임상적 의미를 갖는지 최근 GLP-1 제제와 SGLT-2 억제제 리뷰 논문을 쓴 임수 교수의 조언을 받아 정리했다.

 

DPP-4 억제제 심혈관 안전성 연구 포문 열어 계열효과 논쟁 점화

지금까지 결과가 나온 당뇨병 치료제의 심혈관 안전성 연구는 모두 9개. 가장 먼저 DPP-4 억제제 연구인 SAVOR와 EXAMINE이 2013년 유럽심장학회(ESC)에서 처음 발표되면서 심혈관 안전성 연구의 포문을 열었다. 이후 2015년에 TECOS가 추가되면서 DPP-4 억제제 계열 내 심혈관 안전성 연구는 지금까지 모두 3개로 늘어났다.

DPP-4 억제제는 혈당감소 효과는 크지 않지만 저혈당 발생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췄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국내는 물론 전 세계 당뇨병 환자에게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약제로 부상했다. 그런 만큼 심혈관 안전성 연구의 결론에도 매우 관심이 높았는데 세 연구 모두 '심혈관 사건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음'으로 나오면서 안전성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하지만 약제에 따라 심부전 위험이 올라가거나 췌장염이 증가하는 등 애매모호한 신호가 감지되면서 또 다른 안전성 이슈를 양산하기도 했다. 이런 점은 ‘계열효과(class effect)는 있는가’란 주제를 낳았고, 아직까지 명쾌한 답은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많은 연구자가 CAROLINA와 CARMELINA 연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CAROLINA 연구는 리나글립틴과 설포닐우레아 계열인 글리메피라이드를 비교한 것이고, CARMELINA는 리나글립틴과 위약을 비교한 연구다. 최종 평가는 모두 복합 심혈관 사건 발생률이며 올해 그 결과가 발표된다.

많은 전문가는 두 연구가 나와야 비로소 심부전 이슈와 계열효과 논쟁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한편으로는 발생 기전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한번 큰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GLP-1 제제 가장 많은 안전성 근거 갖춰 대사증후군 개선효과에 주목

피하 주사형 당뇨병 치료제인 GLP-1 제제의 안전성 데이터는 2015년에 처음 나왔다. 이번에도 발표는 유럽심장학회(ESC)가 맡았다. 첫 주자로 ELIXA가 테이프를 끊었고, 이듬해 SUSTAIN-6와 LEADER가 잇따라 나왔다. 그리고 지난해 EXSCEL이 마지막 주자로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지금까지 GLP-1 제제는 당뇨병 치료제로서 가장 많은 심혈관 안전성 근거를 갖춘 약물로 기록되고 있다.

결과 또한 매우 흥미롭다. DPP-4 억제제와 같은 인크레틴 기반의 약제임을 증명하듯 GLP-1 제제도 심혈관 사건 발생을 추가로 일으키지 않았는데 여기에 머물지 않고 심혈관 사건으로 인한 사망을 포함한 전반적인 심혈관 복합 사건 발생률을 줄이는 것으로 나오면서 당뇨병 치료제 역사상 최초의 심혈관 예방약 탄생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당시 많은 대학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당뇨병 환자의 궁극적인 치료목표는 심혈관질환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을 줄이는 것인데 당뇨병 치료제만으로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엄청난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결과를 놓고 여러 가지 분석도 나왔는데 그중 많은 임상가가 주목했던 부분은 대사증후군 개선이다. GLP-1 제제는 혈당조절 외에도 체중감소와 지질개선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인슐린 저항성 및 췌장의 호르몬 기능을 개선시켜 당뇨병 발생 위험도 낮춘다. 따라서 이러한 여러 복합적 요소가 작용해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까지 낮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을 낮추는 효과가 모든 GLP-1 제제에서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은 혼란스러운 부분이다. 6개의 GLP-1 제제의 심혈관 안전성 연구 중 4개가 발표됐는데, 2개만 심혈관 안전 및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를 입증했고 나머지 2개는 심혈관 안전성 검증만 마친 상태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를 놓고 많은 연구자가 머리를 싸매고 있는데, 아직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 따라서 현재 진행되는 남은 2개의 연구 결과가 더 나와 봐야 보다 확실한 결론을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진행 중인 대규모 연구로는 REWIND와 HARMONY로, 각각 둘라글루타이드와 알비글루타이드를 평가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SGLT-2 억제제는 현재까지 심혈관계 이슈를 일관성 있게 보여준 치료제다. 지난 2015년과 2017년에 각각 EMPA-REG OUTCOME과 CANVAS·CANVAS-R가 발표됐는데 두 연구에서 모두 심혈관 안전성을 확인한 것은 물론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를 입증했다.SGLT-2 억제제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도 입증 적응증 확대 기대감

두 약물은 모두 위약 대비 심혈관 사건 발생 위험을 14% 더 낮춘다.

특히 엠파글리플로진은 심부전 발생과 심부전 입원율까지 낮추면서 새로운 적응증 추가도 기대된다. 카나글리플로진의 경우 신부전은 물론 신장 알부민뇨 진행을 늦추고, 신대체요법 시기도 늦추면서 신장질환 동반 당뇨병 환자들에게 특화된 약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남은 연구는 DECLARE와 VERTIS CV인데, 이변이 없다면 SGLT-2 억제제의 심혈관 질환 예방효과가 또 한 번 재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쯤되면 SGLT-2 억제제는 현존하는 당뇨병 치료제 중 가장 강력한 약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약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올해 FDA와 유럽의약품청(EMA)이 족부 절단 및 케톤산증 증가 안전성 서한을 발표함으로써 부작용 이슈를 공식화했는데 남은 연구에서 부작용 발생률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약제 간 운명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종합하면 2010년 이후 나온 모든 약물은 심혈관 안전성을 입증했으며, 일부는 사망위험도 낮추지만 일관적이지는 않고 또 계열을 떠나 약제마다 각기 다른 부작용 이슈를 갖고 있다고 요약할 수 있다.

“계열효과 확신할 수 없어…개별약제 특성 잘 파악해야”

이처럼 다양한 당뇨병 약물의 안전성 연구로 심혈관 안전성 이슈는 해소됐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과제도 남았다. DPP-4 억제제, GLP-1제제, SGLT-2 억제제 모두 계열효과 유무에 대해서는 아직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DPP-4 억제제의 경우 심부전 이슈가 약물마다 극명하게 갈리고, GLP-1 제제도 심혈관계 질환 발생 이슈가 서로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 SGLT-2 억제제의 미세혈관 합병증으로 대표되는 족부 절단 위험도 갈려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하는 부분이다.

최근 GLP-1 제제와 SGLT-2 억제제 리뷰 논문을 쓴 서울의대 임수 교수(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는 "작용기전상 큰 틀에서의 계열효과는 같을 수 있지만 실제로 투여됐을 때에는 성분에 따라 관여 정도가 달라 효과와 부작용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볼 때 아직까지는 개별약제 특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GLP-1 제제의 안전성 연구가 결론적으로 다르게 나온 것은 GLP 호르몬의 노출에 의존적이라는 이전 연구를 볼 때 충분히 예상한 부분이며, SGLT-2 억제제의 족부 절단 위험성도 혈관에 미치는 영향의 차이"라며 "이러한 결과는 세부적인 항목, 즉 효과나 부작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새로운 안전성 연구는 당뇨병 치료 결정 과정을 점점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약물 처방이 단순했던 과거 대비 지금은 종류도 많아졌고, 특성 및 발생 부작용도 달라 환자 특성을 잘 파악해야 한다.

안전성 연구 전후 임상의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DPP-4 억제제의 경우 심혈관질환 발생 이력과 함께 심부전 이력 그리고 췌장염 등과 같은 질환 이력도 살펴야 한다. 또 SGLT-2 억제제는 흔한 요로감염뿐만 아니라 미세혈관질환 유무를 살펴 족부궤양 위험에 대비해야 하는 등 전반적으로 환자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따라서 발생 위험을 미리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임 교수는 "당뇨병 환자들의 궁극적인 치료목표는 합병증 예방, 나아가서는 사망률 개선인데 이를 위해 어떤 옵션을 쓸 것인가는 고민해야 할 문제"라며 "그런 측면에서 보면 당뇨병 치료는 점점 더 복잡해질 것이고, 결국은 자연스럽게 환자 맞춤형 치료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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