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그렌증후군 바로알기①] 최병용 서울의료원 류마티스내과장

▲최병용 서울의료원 류마티스내과장©메디칼업저버 김민수쇼그렌증후군은 1933년 스웨덴 의사인 Henrik Siogren이 처음으로 발견했고, 1980~90년대 들어서 질환에 대한 개념이 정립됐다. 병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 편이다. 때문에 환자는 물론 의사에게도 생소한 질환일 수 있다. 안과나 치과 등 관련 전문과목을 제외하고는 아직 의사 사이에서도 인식도가 높지 않다.본지는 쇼그렌증후군 전문가들을 만나 이 질환에 대한 진단·치료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 첫 회로 서울의료원 류마티스내과 최병용 과장을 만나 쇼그렌증후군의 특징, 국내 현황 등을 짚어봤다.-흔히 알려진 질환은 아니다. 쇼그렌증후군, 어떤 병인가.쇼그렌증후군은 만성자가면역성질환 중 하나다. 인체 면역시스템이 스스로에게 불리하게 작동, 침샘이나 눈물샘과 같은 외분비샘 조직을 모종의 염증세포들이 공격해 염증을 일으킨다. 안구 건조나 구강 건조 등이 대표적 증상으로 눈이 뻑뻑하고 모래 같은 이물감을 느끼기도 하고, 빵이나 밥을 물 없이는 삼킬 수 없을 정도의 병적인 구강 건조증을 경험할 수 있다.분비샘뿐 아니라 다양한 샘 외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가장 흔한 샘 외 증상은 류마티스 관절염과 같은 관절 증상이다. 다만 류마티스관절염과는 달리 골미란은 나타나지 않는다. 이 밖에 신경이나 폐, 신장, 혈액계통의 병을 일으키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질환에 대한 개념 자체가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상황이라면, 임상현장에서 발견하기 쉽지 않겠다.그렇다. 작년 대한류마티스학회에서 조사를 진행한 결과, 류마티스내과 초진으로 바로 온 환자의 숫자가 전체의 20%에도 못 미쳤다. 대부분의 환자는 안과나 치과 등에서 의뢰한 사례다.쇼그렌증후군의 임상적 특징 중 하나인 건조증은 굉장히 비특이적인 증상이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쇼그렌증후군을 의심하거나 진단하기는 어렵다. 일례로 중년 이후 특히 여성에서 노화의 한 증상으로 건조증이 나타나기도 하며, 노령인구에서는 혈압약이나 이뇨제, 정신과 계통의 약물, 진통제 등의 약물을 사용한 후 구강건조 현상이 발생하는 사례도 있다.건조증상을 호소하면서, 노화나 약물복용 등 다른 원인으로 설명되지 않으면 쇼그렌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다.건조증상이 병을 의심하는 첫 단계일 수는 있으나, 다만 여기에만 집중하면 초기 환자를 놓칠 위험성이 있다. 실제 작년 조사결과를 보면, 쇼그렌증후군으로 진단받은 환자 가운데 순수하게 건조 증상만으로 내원한 환자는 전체의 절반을 조금 넘는다. 나머지 절반가량은 근육이나 관절통 등 다른 불편으로 내원했다 쇼그렌증후군을 진단받았다.최근의 진단기준이 환자의 증상 호소보다는 전략적인 접근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자가항체 유무를 파악하는 혈액 검사나, 안구나 구강 건조증 정도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타액분비 검사, 조직 생체검사 등을 통해 더 정확히 진단을 할 수 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국내 환자 수는 얼마나 되나, 환자군의 특성이 있다면?

정확한 통계는 알기 어렵지만 유병률 자체가 그리 높지는 않다. 작년 서울의료원과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 3개 병원에서 10년간 진단받은 환자를 모은 숫자가 250명 정도로 보고됐다. 실제 환자이지만 내원해 진단을 받는 숫자는 훨씬 적을 수 있어 유병률 측정이 쉽지 않다. 미국에서도 미국 내 쇼그렌증후군 환자의 숫자를 20만~400만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진단받은 환자의 특성을 살펴보면 50대가 가장 많고, 20~30대에서도 다소 환자 수가 많은 특징을 보인다. 성별로는 여성 환자가 80~90% 정도에 이를 정도로 많은 편이다. 전통적인 자가면역질환인 류마티스관절염이나 루푸스도 여성 환자가 많다. 유사한 특성을 보인다.

-치사율이 높은 질환은 아닌가?

당장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환자의 삶의 질에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눈물샘과 침샘에 침윤해 심각한 안구 건조나 구강 건조를 유발할 경우, 일상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눈물샘과 침샘 외에 다른 장기에 침범하는 사례도 전 세계적으로는 30%, 국내에서는 50% 정도 되는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흔한 증상은 근골격계 증상이다. 류마티스 관절염과 유사하게 손목 등이 붓거나 통증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쇼그렌증후군 환자에서 가장 염려되고 경계해야 할 부분은 림프종 등 암으로 번지는 경우다. 외국 사례를 보면 쇼그렌증후군 환자 5%에서 림프종 등 암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두 차례의 조사에서 1% 내외를 기록해 매우 드물게 확인됐지만 병이 오래되거나 샘 외 증상이 있다든지, 여러 염증 마커가 조절이 안 되는 경우 종종 암으로 발전한다. 

-어떻게 진단하고 치료하나.

쇼그렌증후군의 발병기전은 류마티스관절염 등 다른 전신성 자가면역질환처럼 한 가지로 설명하기 어렵다. 침샘, 눈물샘에 림프구가 침윤돼 있으며, 혈청에서 항Ro(SS-A)항체, 항La(SS-B)항체, 류마티스인자, 항핵항체 등 몇 가지 자가항체가 발견되는 것이 특징이다. 불행하게도 현재까지 질병의 자연 경과를 호전시키는 약제는 없다. 치료 목표는 증상 조절이며, 건조증 치료에는 주로 pilocarpine(성분명 살라젠)이 사용된다. 다만 약제 투여 시 땀이 많이 나거나 심계항진, 구역 등의 부작용을 호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쇼그렌증후군과 관련한 국내 연구 현황은.

유병률이 높지 않고 흔히 알려진 질병도 아니라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미국은 별도의 재단이 있고 관련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몇몇 연구자가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환자 숫자도 많지 않아 다기관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는 한계도 있다. 갈 길이 멀기는 하나, 최근 쇼그렌증후군 연구회가 발족하는 등 활발한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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