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피임·생식보건학회 회장 최두석 교수 인터뷰

'성(性)'에 대한 인식이 과거에 비해 개방적으로 변하면서 피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검색만 해도 관련 정보가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잘못된 피임상식도 있고, 성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얻을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개개인에 맞는 피임만 잘해도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난임 발생률을 줄일 수 있다는 대한피임생식보건학회 최두석 회장(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을 만나 피임의 중요성 및 여성질환과 생리의 상관관계를 알아봤다. 

 

Q. 장기 복용시 불임이 된다, 또는 피임약이 체중을 증가시킨다 등 피임약에 대한 속설들이 많다. 

=피임약 장기 복용은 건강 이상을 불러오지 않는다. 알려진대로, 혈액 응고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복용할 경우, 혈전 관련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빈도가 매우 낮기 때문에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또한 불임이나 난임도 초래하지 않는다. 피임약 복용 중단 후 임신에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면, 피임약 복용 여부과 상관 없이 이미 생식 건강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으며, 피임약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라고 볼 수 없다.

피임약으로 생리통이 심해진다는 것도 잘못된 얘기다. 피임약 복용 시 배란이 미뤄져 평소 생리통이 있었던 사람이 다소 불편함을 느낄 수는 있으나 더 심해지는 것은 아니다.  

피임약이 체중 증가를 야기한다는 이야기도 많은데, 기존 피임약 관련 문제점들을 개선한 새로운 약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다. 체중 증가 문제와 관련해 이뇨제 성분이 포함된 피임약 혹은 여드름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드름을 줄이는 성분이 포함된 피임약 등 다양한 약제들이 개발되고 있다.

피임법에 관련된 속설은 근거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많은 정보들이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출처가 불명확한 것은 물론 내용에 책임지는 사람은 없어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Q. 피임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피임은 임신이 가능한 각 단계를 차단하는 것을 말한다. 

배란을 억제시키면 뇌하수체에서 난소를 자극하는 호르몬이 나오는데, 이를 억제시키는 것이 경구피임약이다. 자궁 내 착상을 억제하는 루프도 있다. 일반적인 루프 외에도 호르몬 분비를 통해 자궁 내막을 좀 더 억제해 착상을 좀 더 확실하게 하는 미레나 등 자궁내 삽입장치도 있다. 또한, 호르몬제를 통해 배란 자체를 억제시키는 방법인 피하 이식 장치, 주사 등 다양한 가역적인 피임법들이 있고 영구적인 피임법으로 난관, 정관수술 등도 있다. 

이 외에도 스폰지나 캡으로 자궁경부를 막는 방법, 정자 자체를 막는 살정제(노원), 질 안으로 사정이 되더라도 자궁 경부로 정자가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는 페미돔, 질외사정 등의 다양한 피임법이 있다. 

이처럼 피임법은 다양하고 개개인에따라 맞는 피임법이 다르기 때문에 산부인과 전문의를 찾아 상담하는 것이 좋다. 

Q. 환자들의 산부인과 방문률이 높지는 않은데. 

=몇해 전 국내 여성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한 적 있는데, 여성들에게 생리 관련 문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생리 주기가 불규칙한 사람들, 생리통이 있는 사람들이 꽤 많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원하는 경우가 10%밖에 되지 않았다. 

문제가 있어도 참거나, 생리 주기가 불규칙하다가 혈흔이 있으면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보고 생리혈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즉 ▲생리 주기는 규칙적이어야 하고 ▲월경 전 증후군과 같은 생리 전의 느낌이 있어야 하며 ▲약간의 통증이 동반된 생리가 일주일 내 끝나는 것을 정상적인 생리다. 또한, 이 과정이 잘 예측돼야 한다.

Q.생리를 예측할 수 없는 경우 자궁질환을 의심해야 하나.

=정상적인 생리를 하며 생리 주기가 규칙적인 경우 일반적으로 건강하다고 볼 수 있다. 
만성 질환을 앓거나, 운동을 심하게 하는 경우, 급격하게 다이어트를 하는 상황 등은 일단 생식기능을 억제시켜 생리가 중단될 수 있다. 즉, 생리주기가 생식 건강 및 여성건강에도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상증후를 무시할 경우 더 큰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표적으로 생리통이 있다. 생리통은 젊었을 때 있을 수 있고 임신과 출산을 거쳐 자궁이 커짐에 따라 통증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생리통이 생기거나 심해지는 경우 자궁내막증 등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생리통 등 생리 질환 방치 시 임신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자궁 내막이 계속 증식이 되면서 젊은 연령에도 자궁내막증식증, 암 등도 발생할 수 있다. 생리통이 있을 때 참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 진료를 받고, 전문의와 상담 후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Q. 대한피임·생식보건학회 신임 회장으로 취임했다. 내년 계획은 무엇인가? 

=첫째는 개원의들에게 진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을 많이 하고자 한다. 개원의에게 도움이 되는 피임 진료 관련 필요한 정보를 알고자 노력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외래 진료를 할 때 현실적인 도움을 주려고 한다. 

두 번째, 여성들의 생리에 대한 인식을 증진시킬 계획이다. 여성들은 생리통이 있어도 마냥 참는 경우가 많다. 생리통의 원인 질환이 병으로 커지기도 하고,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더라도 잘 아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여성들이 병원을 방문해 본인의 생리 패턴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홍보할 예정이다. 

여성들이 본인의 생식 건강에 대해 잘 알게 돼 피임도 잘 하게 되고, 본인의 생리 패턴도 잘 관리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한다. 

피임에 대한 관심은 생식 건강으로 이어지고 이를 통해 난임 발생률을 줄일 수 있다. 피임을 할 수 있는 연령은 비교적 젊은 층이기 때문에 피임·생식보건학회는 해당 연령대의 생식 보건을 증진시키고자 하는 목표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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