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1차 부검결과 발표 “육안으로 특정할 수 없어”...학계도 “모든 가능성 열어놔야”
정부·국회도 신생아중환자실 현안점검 나서...경찰, 의료과실 여부 수사 방침

▲ 18일 저녁 서울 양천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서울분원에서 이한영 국과수 서울과학수사연구소장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관련 부검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육안 관찰 소견만으로 사망 원인 특정할 수 없다”며 1차 부검 소견을 내놓으면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사태의 원인이 오리무중에 빠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18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사망한 신생아 4명의 1차 부검 소견을 발표했다. 

18일 서울과학수사연구소 이한영 소장은 “신생아는 조직 현미경 검사 및 각종 검사 결과 등을 종합해야 사인을 규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종 부검 결과는 한 달가량이 걸릴 전망이다. 

국과수는 사망한 환아들의 장기를 육안으로 검사한 뒤 감염질환 가능성 점검과 조직현미경 검사를 위해 소장과 대장 내용물, 흉강체액 등 여러 종류의 인체 검사물을 채취했다. 해당 검체는 질병관리본부로 보내질 예정이다.

국과수는 부검을 통해 채취한 검사물과 현장 역학조사에서 취합한 검체들에 대한 질병관리본부의 분석 결과를 종합하고,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수거된 약품 감정 오염 여부도 검사하는 한편, 인체조직에 대한 현미경 검사도 시행할 계획이다. 

이 소장은 “모든 아기들에게서 소장, 대장의 가스팽창 소견이 육안으로 관찰된다”며 “장염 등 정밀 진단은 조직현미경 검사, 검사물에 대한 정밀 감정을 추가로 진행한 후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소장은 “현장 수거 수액, 주사기 세트 등을 정밀 감정해 투약과 관련한 병원 측 과실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라며 “질병관리본부, 수사기관 등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현장 재조사 등 철저한 원인 규명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 진행 중...모든 가능성 열어놔”

지난 16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신생아 4명이 연달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질병관리본부는 즉각대응팀을 파견해 역학조사에 나섰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의 5명을 투입하는 등 사인 규명에 나선 바 있다. 

우선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7일 질병관리본부 과장급 2인, 역학조사관 3인으로 구성된 즉각대응팀을 이대목동병원으로 파견, 서울시와 함께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신생아 사망사고 발생한 현장에 상황실을 설치하고, 사망한 4명을 포함해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16명에 대한 의무기록 조사와 전원 또는 퇴원한 12명의 환아에 대한 증상 모니터링을 실시 중이다. 

아울러 신생아 중환자실 환경검체, 사망환아 검체를 채취, 보건환경연구원과 함께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당분간 퇴원 및 전원한 환아에 대한 정밀 모니터링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는 “현재까지 감염 또는 기타 사고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 중”이라며 “향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련 기관과 협조해 정확한 사망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람음성균·괴사성 장염 가능성...학계도 “모든 가능성 열고 추측해야” 

국과수가 신생아 집단사망의 원인을 특정하지 못한 가운데 그람음성균 감염 가능성이 원인 중 하나로 높게 점쳐지고 있다. 

국과수가 정확한 사망 신생아 감염 세균 균종은 1개월 이후에나 확인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질병관리본부는 해당 세균이 그람음성균일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테리아는 세포벽의 구성성분을 기준으로 그람양성균과 그람음성균으로 구분한다. 

학계에서는 그람음성균으로 분류된 세균 가운데 어느 세균에 감염됐는지, 실제 사망에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없는 만큼 모든 원인에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한소아감염학회 김윤경 홍보이사(고대 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는 “그람음성균의 종류가 많아 확정적인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사망 원인이 그람음성균 감염이라고 할 수 없다”며 "그람음성균은 장내 균이라 병원 감염이 아니더라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괴사성 장염도 한 종류"라고 말했다. 

김 홍보이사는 “지금으로서는 어떤 그람음성균에 감염됐는지, 그 균이 실제 사망에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없다”며 “다른 원인 등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추측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람음성균 이외에 괴사성 장염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사망 신생아 2명에게 괴사성 장염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정부·국회 점검 나서...“재발 방지 대책 마련해야”

신생아 집단 사망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정부와 국회도 현안 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우선 정부는 엄정하고 철저한 후속조치를 언급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8일 총리실 주재 간부회에서 “보건당국의 역학조사와 경찰의 수사 결과가 최종적으로 나오면 관계기관에서는 그에 따른 후속조치를 엄정하고 철저하게 시행하는 한편,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민간 병원에서 발생한 일이지만, 정부가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미숙아를 돌보는 곳에서는 최고 수준의 주의와 위생환경을 유지해야 한다”며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도 병원들과 협조해 전국 신생아 중환자실의 안전관리 상황에 문제가 없는지 신속하고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국내 유례가 없는 사고이긴 하지만 국민과 임산부들의 우려가 큰 상황인 만큼 철저한 역학조사와 수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규명을 신속하게 해달라”며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국회도 복지부로부터 현안 보고를 받을 방침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따르면 19일 오후 열리는 전체회의에 복지부장관이 출석,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고와 관련한 내용을 살필 계획이다. 

한편, 경찰은 의료사고에 대한 원인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이번 사건을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수사를 일임키로 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전공의 2명, 간호사 5명과 회진을 돌던 교수 1명, 지원 진료에 나선 교수 3명 등 진료에 관여한 의료진 총 11명을 조사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의료기록과 인큐베이터 등 기초 자료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기계적 결함, 감염, 과실 등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당시 상활을 알려줄 수 있는 증거 확보를 위해 현장을 보존해 둔 상태.  

경찰 측은 “유족과 병원 협조를 얻어 진료 기록과 의료기기 등 자료 확보에 주력하는 한편, 의료진 총 7명을 대상으로 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며 “각종 바이러스·세균 감염과 인큐베이터 오작동, 의료 과실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폭넓게 수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