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ㆍ치의학 전문 대학원´의 진정한 모습 上

의학ㆍ치의학교육(이하 "의학교육"으로 통칭함)의 주된 목적은 첫째, 사회에서 필요로하는 전문화 된 분야에 종사할 전문가(의사 또는 치과의사)를 양성하는 것과 둘째, 당해 전문 분야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학문후속세대의 양성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의학교육을 통하여 의사(치과의사)와 의학자를 양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소정의 교육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크게 두 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첫번째 단계가 소위 "본과 4년 과정"인데, 이를 "의학교육기본과정"(일본에서는 "의학전문교육과정"이라 함)이라고 부르며, 이는 원천적으로 학교마다 다를 수가 없는 교육과정이다. 두번째 단계는 소위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전임의 수련과정 등으로 불리는 "졸업후 의학교육 과정"이다.

한편 "의학교육기본과정"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일정기간 소정의 대학 교육과정을 요구하고 있는데 현행의 의예과 과정이 그 예이다.

이를 "이전(以前)교육과정(일본에서는 "일반교육과정"이라 함)"이라고 부른다.

이전교육과정(Pre-Medical Education, PME)을 간혹 의학교육과정의 하나로 분류하기도 하나 엄밀하게는 의학교육의 한 과정은 아니다.

지난 1월 14일 교육부에서는 "의학,치의학전문대학원 도입 기본계획"을 확정하여 발표한바 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대학의 선택에 의하여 현행의 "학사과정" 학제(의예과2년+본과4년)를 그대로 유지할 수도 있고, 또는 학사+본과4년의 학제로 전환할 수도 있는데 후자의 경우를 "의학(또는 치의학)전문대학원"이라고 하며 그 졸업생에게는 "의무석사" 학위를 수여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선택은 2009년까지 한시적으로 두 가지 학제를 한 대학이 병행 운영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현 의예과 정원의 50% 이상을 학사학위자에서 본과 1학년으로 선발하여야 하며 이들에게는 졸업시 석사학위를 수여하지만, 나머지 의예과를 경유한 학생에게는 현행과 같이 학사학위를 수여한다는 방안이다.

그리고 2010년에는 두 학제 중 하나를 선택하여야 한다.

이번에 교육부에서 발표한 제도 도입 방안은 과거 1996년 2월 당시 대통령 자문기구이었던 "교육개혁위원회", 그리고 2000년 7월 제2기 새교육공동체위원회가 이미 제안하였던 내용 거의 그대로다(당시는 의무박사를 수여하는 안이었다).

그 방안은 당시에도 많은 문제점과 부당성 등이 지적되어 교육부가 정책으로 채택하지않았었고, 오히려 작년 3월에는 교육부에서 "의학전문대학원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가장 합리적인 제도와 방안을 연구하도록 한 바 있었다.

지난 8월에 그 최종 보고서가 나왔었는데, 그 보고서에서 제시한 의학전문대학원 제도에 대하여는 수 차례의 공청회와 의과대학, 치과대학, 의사협회, 대한의학회 등등 관련 기관, 단체들 거의 대다수가 찬성했던 방안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확정 발표된 교육부 방안은 추진위원회(안)와는 다른 전혀 별개의 내용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의예과 2년(이전교육과정)과 본과 4년(의학교육기본과정)을 묶어서 "학사과정"에 해당하는 교육과정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 대부분(일본 제외)의 경우는 본과 4년 동안의 의학교육기본과정을 대학원과정, 즉 석사 또는 박사와 동등한 과정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그 주된 이유는 4년이라는 교육기간과 교육내용의 높은 전문성 때문이다.

독일 및 불란서는 2+4년의 6년 학제이지만 학사ㆍ석사 통합과정으로 인정하여 졸업 시에 석사와 동등한 학위가 주어진다.

미국, 캐나다에서는 학교에 따라 2+4년(1999년 현재 141개교 중 8개교), 3+4년(108개교), 학사+4년(25개교)제로 다양하지만 졸업생은 모두 동일한 대학원과정을 이수한 것(M.D.학위)으로 인정하며 M.D.학위는 박사와 동등하게 취급받고 있다.


이번 교육부 안은 진정한 전문대학원제도 도입 아니다

현재 "학사과정"으로 인정하고 있는 "의학교육기본과정"을 대학원과정으로 인정하는 것이 의학전문대학원 제도를 시행하는 골자이다.

그러나 이번에 교육부가 확정한 방안은 진정한 의미의 의학전문대학원 제도 도입이 아니라는 점을 적시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의예과를 통하여 의대생을 선발하던 의과대학이 어느 날 학사학위 소지자로 의대생을 선발한다고 하여 그 날부터 그 대학이 의학전문대학원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의학교육기본과정"을 현재의 "학사과정"에서 "대학원과정"으로 격상, 인정했다면, 모든 의과대학은 궁극적으로 모두 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똑같은 교육과정이 학교에 따라 학사과정과 대학원과정 두 종류로 존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동일한 기간동안 동일한 내용의 교육과정을 이수하였는데, 입학 당시에 학사학위가 있었으면 대학원과정으로 인정하여 석사학위를 주고, 없었으면 학사학위를 줄 수 있다는정책내용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국가의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교육부에서 이러한 오류가 있었다는 것은 교육부조차 전문대학원 제도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증표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한 계획은 전문대학원 제도 도입이 아니다.

이번의 교육부(안)에 대하여 적극 찬성하는 몇몇 인사들도 마찬가지라고 여겨진다.

더구나 이러한 학위 수여문제가 지엽말단적인 사안이라고 주장하는 분도 있는데, 그분은 진정한 의학전문대학원 제도가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입학 시에 학사학위가 있으니 졸업할 때 석사학위를 줘도 괜찮다고 가볍게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석사학위를 가지고 입학한 학생에게는 박사학위를 줘야 한다는 논리도 성립한다.

그리고 이 제도가 국가 정책으로 시행되어 선례가 되면, 이는 우리나라 고등교육 체계, 특히 학위수여 체계의 근거를 뿌리부터 흔드는 중대한 문제가 된다.

교육과정에 근거하여 수여해야 할 학위가 입학시의 출신성분에 근거하는 비상식적인 일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 고등교육 체계의 원칙이 깨지게 되는 문제가 과연 지엽적인 사안인지 되묻고 싶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