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장 곽상현
전남의대 교수
전남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최근 제 94차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종합학술대회가 열렸다. 
전남의대 곽상현 교수가 좌장을 맡았으며 호주 멜버른 대학의 Laurence Weinberg 교수가 실제 임상에서 활용 가능한 ‘수술 중 혈압관리 전략’을 주제로 강연했다. 본지에서는 이 강연을 요약·정리했다.









수술 중 혈압과 혈류량 보존의 원칙 - 적절한 중재 시점, 판단 근거와 중재 방법

Laurence Weinberg
University of Melbourne
Australia

"수술 중 혈압관리는
개별화된 프로토콜과 함께 환자 맞춤형으로"


수술 중 혈압 유지의 중요성과 기본원칙
수술 중 환자의 혈류 역학 모니터링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때에는 1)환자가 시행 받는 수술의 위험도(수술 시간, 예상 출혈량 등), 2)환자 상태(연령, 동반질환 등)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저위험도의 수술을 받으며 저위험의 동반 질환을 갖는 환자들에게는 기본적인 수준의 혈류 역학 모니터링이 이루어지는 반면, 위험도가 높고 복합적인 수술을 시행 받는 경우 특히 수술이 더 광범위할수록, 침습적일수록, 위급할수록, 심한 혈액 손실을 일으킬수록 더 심화된 모니터링이 권장된다. 

수술의 위험도는 낮지만, 환자가 고령이거나 위험도가 높은 질환(당뇨, 만성신장질환, 울혈성심질환 등)을 동반하는 경우에도 심화된 모니터링이 권장된다. 

마지막으로, 위험도가 높은 질환을 동반하며 고위험도의 수술을 받는 환자군의 경우에는 바람직한 수술 결과를 얻고 적절한 치료 중재를 선택하기 위해 환자의 상태에 대한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고 높은 수준의 모니터링이 반드시 요구된다<그림 1>.

 

 

수술 후 조기회복 프로그램(enhanced recovery after surgery, ERAS)은 환자의 조기회복을 위해 수술 전후 필요한 중재 사항에 대해 제시하는 프로토콜로, 모든 ERAS 가이드라인에서 등장하는 권고사항 중 하나가 '수액 과부하를 피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ERAS 가이드라인들은 공통적으로 세 가지 목표를 향하고 있다. 

첫째, 일회박출량(stroke volume)과 심박출량(cardiac output)을 최적화한다. 둘째, 체액평형상태를 유지한다. 셋째, 혈관작용약물(vasoactive drug)을 신중하게 사용한다. 

한편 상기 세 가지 목표와 더불어 매우 중요한 사항은 "혈압과 유량을 보존하는 것"이다. 수술 중 수액 요법을 시행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혈압과 유량을 적절하게 보존하는 것에 있다. 수술 중 혈압 및 유량 보존의 중요성과 수액 요법 시 주의사항을 기존의 보고된 연구결과를 통해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수술 중 저혈압의 위험성
수술 중 저혈압은 항상 병적인 상태를 의미함을 주지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수치 상 정상 혈압 상태라 할지라도 환자의 상태를 확신할 수 없다. 여러 보고에 따르면 비심장 수술 시행 시 발생된 저혈압은 기관 손상을 유발하는 강력하고 독립적인 원인이었다. 정상 신장 기능을 가진 환자가 수술 중 저혈압으로 인해 수술 후 급성 신부전을 겪은 바 있으며, 수술 중 저혈압이 30일-사망률을 증가시킨 예도 보고된 바 있다.

또한, 수술 중 평균동맥압이 60 mmHg 미만으로 20분 이상 지속 또는 55 mmHg 미만으로 10분 이상 지속되는 현상이 환자에게 기관 손상을 유발하는 독립적인 요인이었다. 마취 유도전 평균동맥압이 30분 이상 점진적으로 40% 감소한 것이 수술 후 심근 손상과 상관관계를 가지기도 했다.


환자 맞춤형 혈압 조절 방식(Individualized blood pressure management)의 유익성
수술 중 혈압 조절 방식에 있어서, 한 임상 연구에서 환자 개개인에 따라 혈압 조절을 맞춤화하는 방식이 절대적인 값을 기준으로 한 조절보다 더 유익함을 보여줬다. 환자 맞춤형 관리군은 노르에피네프린을 주입함으로써 수축기 혈압의 변화를 환자의 초기값 수축기 혈압의 10% 이내 수준으로 유지했고 표준 관리군은 수축기 혈압이 80 mmHg 미만 또는 초기값의 40%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에페드린을 주입했다.

일차 평가변수는 수술 후 7일 차에 최소 1개의 기관계에서 전신염증반응증후군(ARDS)과 기능저하가 동시 발생하는 사건이며, 이차 평가변수는 일차 평가변수의 두 요소 중 한가지 발생, 중환자실 및 일반병실 입원 기간, 부작용, 수술 후 30일 차의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이었다. 모든 환자는 유지요법으로 Ringer's lactate를 4 mL/kg/시간으로 공급받았으며, 일회박출량 최적화 프로토콜을 적용하여 추가적인 정질액 250 mL 주입이 있었다. 일회박출량이 10% 이상 증가할 경우 수액 반응성이 있다(fluid-responsive)고 정의했다.


그 결과 임상적, 통계학적으로 모두 환자 맞춤형 관리군 환자들의 예후가 더 좋았다. 단변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수술 중 공급 받은 수액량이 많을수록 더 나쁜 예후를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환자 맞춤형 관리군은 수술 중 공급받은 수액량이 표준 관리군에 비해 유의하게 더 적었다(p<0.001).  

수액 사용량과 환자 사망률과의 관계
수액요법이 환자의 예후와 사망률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수액 사용량에 비례적으로 환자의 상태가 악화될 수 있는지를 입증하는 다양한 임상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실제로 체액 순획득량이 순손실량보다 큰, 양의 평형 상태가 여러 질환에서 사망률 증가와 상관 관계가 있었다. 한 체계적 문헌 고찰에 따르면 총 5,445명의 중증 환자를 포함하는 17개 연구에서, 수술 후 7일 차에 누적 체액평형상태가 비생존자에서 4,533.5 mL (± 3,626)만큼 더 양의 값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수액 과부하가 사망률 증가와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가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정리하면, 수술 중 저혈압은 위험하므로 환자 상태를 고려해 과부하 없는 수액요법으로 수술 중 혈압을 보존해야 한다. 적절한 혈압 중재에는 환자의 혈류 역학적 프로파일과 같은 정보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 수요-공급 균형의 원리를 고려하여 어떤 요소를 조정해야 할지 결정할 수 있다. 이 때, 환자의 정보를 얻는 의료기기는 진단 및 혈류 역학적 감시 장치이므로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다만, 그 자체가 치료적 중재는 아니라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 덧붙여 혈류 역학적 감시에 있어 '정상적인' 심박출량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또한 인지해야 한다. 심박출량은 환자의 대사적 요구량에 의존하는 값이므로, 해당 심박출량이 적합한지 여부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회박출량 최적화
수액요법의 핵심적인 기본 원리는 ‘일회박출량 최적화’이다. 일회박출량 최적화란, 먼저 수액을 일정량 주입하고 환자의 반응을 살핀 뒤에 목표치가 달성될 때까지 수액 요법을 지속하는 것이다. 일례를 들면, 수액 200 mL 공급 후 환자의 일회박출량 변화를 감시한다. 일회박출량이 10% 이상 증가하면 수액 반응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수액 공급을 지속한다. 단, 일회박출량 증가가 10% 미만일 때 즉, 더 이상 수액 반응성이 없는 시점까지만 공급한다. 이 때 달성된 일회박출량을 이상적인 일회박출량이라고 보고, 이보다 낮아질 때마다 수액을 추가적으로 공급하며 일회박출량이 일정 범위 내에 유지될 수 있게 한다.

사례 분석: 수술 중 혈압보존을 위한 중재 후 심장생리상태의 변화 

▶ 사례 1
기저 질환으로 고혈압과 당뇨가 있는 74세 여성 환자가 휘플 수술(췌장십이지장절제술) 중 저혈압이 발생했다. 중재 전 혈압은 80/50 mmHg 였고 출혈은 없었다. 일회박출량 변이는 25%로 수액 반응성이 있었으며, 심장박출지수(cardiac index)는 2.5으로 정상이었다. 400 mL의 정질액을 공급했고 중재 후 일회박출량 변이는 15%로 감소했으며 혈압은 정상화됐다. 

본 사례에서 문제점은 대개 이와 같은 대량의 수액부하요법 시행 시, 실제로 환자에게 유익성이 충분한지 여부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회박출량 변이가 높으나 출혈 없는 저혈압 상태의 환자에게 정질액을 400~600 mL씩 공급하는 것은 부적합하다는 것이 연자의 분석이다.

▶ 사례 2
기저 질환으로 고혈압과 당뇨병이 있는 69세 여성 환자가 간 종양 절제를 위해 문맥 절개 단계 중 저혈압이 발생했다. 중재 전 혈압은 73/47 mmHg, 맥박 63회/분, 일회박출량 변이는 24%로 수액 반응성이 있었다. 심장박출지수는 1.6으로 낮았다. 15~20분 간 600~700 mL의 정질액을 공급했다. 중재 후 일회박출량 변이가 16%로 감소했으며, 혈압과 유량이 모두 정상화됐다. 이 사례처럼 일회박출량 변이가 크고 심장박출지수가 낮은 수액 반응성 있는 환자에게는 수액 공급이 항상 옳은 선택지이다.

목표 지향적 수액요법이란 혈류 역학적 목표치를 정해 놓고 그 수치에 맞게 중재를 하는 것이며, 혈류 역학적 최적화 방법은 환자의 상태를 관찰한 뒤에, 목표치를 환자에게 맞춰 조정하는 방법이다.

상기한 사례 1, 2는 두 환자 모두 높은 일회박출량 변이를 가지나 혈류 역학적 상태에 따라 적절한 중재 선택과 중재의 결과가 다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수액 요법 시 목표 지향적 치료가 아닌, 혈류 역학적 최적화 전략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다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회박출량 변이 및 맥압 변이가 높은 환자인 경우 수액 반응성이 존재하여 수액 공급 시 일회박출량, 심박출량, 혈압까지 증가하게 된다. 그러나 모든 환자에서 이 때 수액 공급이 권장되지는 않음을 상기 사례에서 알 수 있다.

혈류 역학 법칙
합리적 근거에 기반한 수액 요법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혈류 역학 법칙을 이해해야 한다. 혈압은 심박출량과 일회박출량 저항(stroke volume resistance, SVR)의 곱이며, 심박출량은 심박동수와 일회박출량에 비례하는 값이다. 심박출량에 대한 변수인 일회박출량은 동시에 혈압에 대한 변수이기 때문에 혈압 및 유량 유지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인이다. 수액요법은 혈압과 심박출량을 직접적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일회박출량을 조절해 혈압과 심박출량을 보존할 수 있게 한다. 수액 주입은 일차적으로 전부하를 높이는데, 그에 따라 심근수축력이 증가되고 일회박출량이 보상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수액 주입의 효과는 환자의 혈류 역학적 프로파일에 따라 매우 다양하며 예측하기 어렵다. 만일 환자의 심기능이 손상돼 있는 경우 수액을 공급하여 심실에 부하를 주었을 때, 그 공급 용량이 아무리 많을지라도 결코 일회박출량을 높일 수 없다. 심기능 저하 시에는 먼저 심근수축력을 높여 프랭크-스탈링 곡선 형태를 바꿈으로써(예: 도파민 처치) 수액 부하가 일회박출량을 효율적으로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로부터 알 수 있듯이 환자 개개의 프랭크-스탈링 곡선 형태를 결정하는 1) 심기능의 정상 여부, 2) 심실 충만도(수액 반응성)를 동시에 고려하여 수액요법을 결정해야 한다. 요컨대 수액 요법의 효용을 최대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심장의 혈류 역학적 상태를 총괄적으로 판단하여 환자의 수액반응성 및 수액 주입이 환자에게 유익한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을 토대로 했을 때, 앞서 언급한 목표 지향적 수액 요법 및 혈류 역학적 최적화는 ‘제한적’ 요법이 돼야 한다. 수액의 주입량은 부족하지도 지나치지도 않되, 수액 과부하가 환자에게 위해가 되지 않도록 필요량만큼만 제한돼야 하며 환자 개인의 특성, 수술의 특성에 기반해 결정돼야 한다. 

수액요법의 기본 원리인 '일회박출량 최적화'는 수액 공급을 먼저하고 이후에 관찰하는 것이라면, 관찰을 우선 하고 치료를 결정하는 '혈류 역학적 안정성' 원리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혈류 역학 안정성 유지 원리에 따른 혈압 관리 프로토콜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그림 2>.
 

 

종합하자면 첫째, 환자의 혈류 역학적 프로파일을 보여주는 자동화 기기는 매우 중요하고 필수적인 진단적 모니터링 장비이다. 단, 이 기기는 치료적 중재가 아니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둘째, 프로토콜은 존재하는 것이 그 자체로 더 유익하다. 셋째,수술과 환자 상태에 맞춘 개별적인 프로토콜의 도입이 필요하다. 수술 중 수액 요법에 대한 기존의 연구들은 대개 수액 공급의 적절한 시점, 그리고 수액을 공급하는 것의 유익성과 위험성에 대한 것이었다. 하지만, 수액의 공급뿐 아니라 수액을 언제 중단할지에 대한 적절한 시점, 그리고 그것의 유익성과 위험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에드워즈

 정리·메디칼라이터부
 사진·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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