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외과학회, 임상 술기 강화로 3년 단축 꾀해 ... 이비인후과학회, 파견 수련제 가동

 

지금까지는 전공의 1년 차 때 배워야 하는 것과 2년 차 때 해야 하는 것이 명확하지 않았다.연차별로 해야 할 명확한 학습 목표를 명시한 학회가 많지 않았던 것이다. 제때 배워야 할 것을 배우지 못해도, 시스템에서 이를 걸러내지 못할 정도로 주먹구구식이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두리뭉실했던 전공의 수련 방법은 확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12월 23일부터 시행되는 전공의 특별법, 전공의 수련 기간 단축 흐름, 호스피탈리스트 필요성 등이 주목받으면서 학회는 기존의 수련방식으로는 더 버틸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최근 전공의를 새로운 방식으로 수련하려는 학회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줄어든 수련시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수련병원은 전공의들이 한 달 평균 1주일에 80시간을 초과해 수련하게 해서는 안 되고, 연속근무시간의 상한은 36시간이며, 응급상황 발생 시에는 예외적으로 40시간까지 가능하다. 또 연속 수련이 있었던 경우에는 전공의에 최소 10시간의 휴식시간을 줘야 한다."

최근 열린 '전공의 수련 종합계획 수립 공청회'에서 보건복지부 수련환경 평가위원인 김재중 교수(서울아산병원 내과)는 달라지는 수련환경에서 학회의 변화를 요구했다. 전공의 특별법의 골자다.

현재 전공의 특별법은 전공의 수련을 변화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수련 시간이 줄어듦에 따라 학회는 기존의 방식대로는 전공의들을 교육할 수 없게 됐다. 결국 짧은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된 셈이다. 

 

김 교수는 "줄어든 수련시간을 맞추려면 자연스럽게 전공의 교육 시간이 줄고, 술기 경험도 부족해질 것이다. 결국 환자 상태를 파악하고 처치하는 능력이 떨어질 것"이라며 "학회는 줄어든 시간에 맞게 전공의 수련 프로그램들을 하루빨리 개정하고 평가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또 수련지도 감독과 함께 수련과정 중 평가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공의 수련과 관련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를 시도하는 곳은 외과학회다. 전공의 수련기간을 3년으로 줄인다는 계획 아래 병원과 의원에서 활동할 외과전문의(surgeon generalist), 상급종합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서 근무할 써지칼리스트(surgicalist), 상급종합병원의 분과전문의(subspecialty) 등으로 수련 과정을 세분화했다.

 

내과학회는 전공의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자동승급제도를 꺼내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연차가 올라가는 자동승급제도를 폐지하고, 연차별 승급평가를 도입해 기준에 못 미치는 전공의는 걸러내겠다는 뜻이다.

학회 엄중식 수련이사(길병원 내과)는 "전공의에게 질 높은 수련을 시킴에도 따르지 못하는 전공의가 있다면 가려내야 한다는 게 학회의 입장"이라며 "자동승급제도 폐지는 전공의들이 강하게 반발할 수 있는 문제다. 따라서 전공의, 수련병원 등 전체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전공의 술기 역량 강화

변화의 또 다른 축은 전공의들의 술기 역량 강화다. 전공의들의 부족한 술기 역량은 지금도 골칫거리다. 외과의 경우 4년 동안 수련을 마친 이후에도 맹장염이나 탈장을 제대로 수술하지 못하는 전공의가 많다는 얘기가 들릴 정도다. 그런데 전공의 특별법으로 수련 시간마저 줄면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에서 눈에 띄는 학회는 이비인후과학회다. 전공의들의 술기를 강화하고자 1·2년차 때 수술 참여 횟수 100례를 신설했다. 만일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항목을 달성하지 못하거나 프로그램을 이수하지 못하면 과락을 받게 된다. 

학회 수련위원인 박시내 교수(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는 "전공의의 실제 역량을 강화하려고 수술에 많이 참여하도록 했다. 과거 2년차일 때 퇴원환자 100명, 외래환자 500명 진료만 참여하면 됐던 것을 입·퇴원 환자 외에 수술 참여 100례를 신설했다"며 "고막성형술 등의 이과 수술 10례, 비강 및 부비동 수술 20례 등 수술법 이수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이를 수행하지 못하면 과락이 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비인후과학회의 전공의 파견 수련제도 눈여겨볼 만하다. 전공의가 수련받는 병원 이외의 병원에서 음성수술 등 이비인후과 수술을 배우고 싶다고 할 때 전공의를 파견하는 제도다. 
박 교수는 "외이성형술, 인공와우이식술 등 이비인후과 수술도 영역이 다양해 모든 것을 잘 할 수 없다. 이때 전공의가 자신이 배우고 싶은 수술을 중소병원 등 외부에서 받을 수 있도록 파견제도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내과학회도 대형병원 수련의 단점을 보완할 방안을 찾고 있다. 대학병원에서는 내과의사에게 필요한 술기 등을 배울 수 없고, 외래 환자를 직접 볼 수 없는 단점이 있다. 또 지역사회에서 흔한 질병도 접할 수 없다. 따라서 중소병원과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상에서 술기로 승부한다" 

 

술기가 중요한 외과학회도 분주해졌다. 외과학회의 수련과정 개편은 한마디로 '전문역량' 강화로 정리할 수 있다. 과거 이론 수업에 더해 술기를 실습할 수 있도록 현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학회는 외과전공의 수련과정 TFT를 구성하고 의학회에서 제시한 공통역량, 즉 의사소통, 협력자, 매니저, 학자, 전문가 외에 2가지 역량별 커리큘럼을 개편했다. 전문역량이란 외과 총론, 외과 각론, 외과 지식, 외과 술기다. 

외과학회 이길연 수련이사(경희대병원 외과)는 "전공의 수련 기간 중 수술 참여 100례, 수술소견서 작성 80례, 충수절제술(지도전문의 감독) 20례 등을 반드시 이수하도록 했다"며 "3년 수련기간 동안 개원가에서 많이 하는 맹장염이나 탈장 등은 완전하게 할 수 있도록 수련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전공의 1년 차부터 3년 수련으로 변경되는 내과학회는 전공의 역량집을 만들었다. 학회는 '지도 전문의의 평가가 필요한 역량'과 '스스로 학습 대상 역량'으로 역량을 나눴다. 증상 및 징후에 대한 역량(30개)과 술기 역량 중 일부(5개)는 '지도 전문의의 평가가 반드시 필요한 역량'으로, 질환별 역량(145개, 중복 28개)과 술기 역량 중 일부(13개)는 '스스로 학습 대상 역량'으로 분류해 전공의가 배우도록 했다. 

 

엄중식 수련이사는 "전공의 한 명이 담당하는 환자 수가 너무 많아 이를 제한하려고 한다"며 "심장내과를 전공하려는 전공의가 8개월 동안 혈액종양내과 환자만 수십 명 진료하는 비효율도 고쳐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몇몇 학회는 전공의들이 수련받는 병원의 감시체계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학회 관계자는 "현재 지도전문의와 분과전문의 등의 기준을 보면 123개 병원 중 40%만 자격이 있다. 그런데도 자격을 취소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수련병원의 기준을 조정해 전공의들이 제대로 된 곳에서 수련받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도전문의 제도 개편 필요   

전공의 수련 문제가 불거진 기저에는 부실한 지도전문의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나라 현실에서 지도전문의는 진료와 연구 등 여러 일을 동시에 해야 한다. 결국 전공의 교육은 뒷전일 수밖에 없다. 

응급의학과 한 교수는 "진료, 연구 등을 하느라 너무 바쁘다. 교수가 이 모든 걸 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한다. 

박시내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책임 지도 전문의(Associate Program Director)와 교육과 임상 지도전문의 제도를 제안했다. 

박 교수는 "전공의 20인이 넘는 수련 프로그램의 경우 추가 20인당 1인의 부책임지도 전문의를 둬야 한다"며 "교육 지도 전문의는 전공의의 교육 목표가 달성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임상지도 전문의는 수련을 지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공의 1인당 1인의 멘토제도를 고려할 수 있다. 멘토제도는 수련과정 동안 전공의를 지지하고 수련과정을 책임지는 제도로 올바른 지도전문의 제도 정착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