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선혜 기자

국민권익위원회가 국내에서 개최되는 국제 학술대회를 규제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현재 국제 학술대회 개최 요건 충족이 용이해 국내 학술대회를 국제 학술대회로 확대 실시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권익위는 '국제회의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조'를 근거로 △5개국 이상의 외국인 참가 △회의 참가자가 300명 이상이고 그 중 외국인이 100명 이상 △3일 이상 진행 등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국제 학술대회로 인정하겠다는 개선안을 발표했다. 사실상 이름만 '국제'인 학술대회를 정리하겠다는 의미다.

이 같은 결정에 국내 학회는 우려를 표한다. 글로벌 시대에 맞지 않는 정책이며 학술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규모가 큰 주요 학회가 아니면 국제 학술대회를 열 수 없다고 토로한다.
그러나 그동안 양적, 질적인 측면에서 진정한 국제 학술대회를 개최했는지 의문이 든다.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된 후 국내 학회는 학술대회 간판을 '국제'로 바꿔 너도나도 국제 학술대회를 진행해 왔다. 국제 학술대회는 제약업계의 지원을 자유롭게 받을 수 있다는 이유가 컸다. 이에 2011년부터 국내 학술대회에서 국제 학술대회로 전환한 학회가 우후죽순으로 늘었다.

이를 규제하고자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경쟁규약을 통해 △참석 의료인의 국적이 5개국 이상 또는 △150명 이상의 외국인이 참여하면서 2일 이상 진행됐을 때 국제 학술대회로 인정하고 있다. 즉 두 가지 중 하나만 충족하더라도 국제 학술대회 개최가 가능하다는 허점이 있다. 

국내 학회는 이를 노려 동남아시아 등 인접 국가들과 협약을 맺고 초청해 참석 국적 기준을 맞춰왔다. 결국 외국인은 참석했지만 규모는 국내 학술대회와 다를 바 없는 국제 학술대회가 난립했던 게 현실이다.

그렇다 보니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 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는 "아직은 부족하지만 국제화에 더욱 힘쓰겠다", "국제 대회를 계승하겠다"는 의지만 매년 되풀이된다. 

규모만으로 국제 학술대회를 판단해 학술 활동을 위축해선 안 된다는 학회의 주장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그동안 단순히 정부의 규제를 피해 겉모습만 국제인 학술대회를 개최했던 건 아닌지 학회의 자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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