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러 와파린은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 이외의 분야에서 돌파구를 찾는 모습이다. 최근 와파린이 항암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면서 학계는 와파린의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2015년에 발표된 암 모델로 진행한 연구에서는 저용량 와파린이 암세포 및 면역세포에서 확인되는 'AXL' 수용체의 활성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나, 와파린의 비타민 K 길항제 작용기전이 항응고작용과 관련 없이 암을 억제할 것이란 예측이 제기됐다(Cancer Res 2015;75(18):3699-3705).
게다가 최근 노르웨이 베르겐대학 James B Lorens 교수팀이 진행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는 와파린 복용 시 암 발생 위험이 감소한다는 흥미로운 결과가 도출되면서 와파린의 항암효과 가능성에 더욱 힘이 실렸다(JAMA Internal Medicine 11월 6일자 온라인판).
연구에는 52~82세의 성인 약 125만명이 포함됐다. 이 중 9만여명이 와파린 치료를 받았고(와파린 복용군) 116만명 가량은 와파린을 복용하지 않았다(와파린 비복용군). 2006년부터 2012년까지 7년간 암 발생률을 비교한 결과, 와파린 복용군은 와파린 비복용군보다 모든 암 발생률이 16%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IRR 0.84; 95% CI 0.82-0.86).
암 종별로 살펴보면 와파린 비복용군 대비 와파린 복용군에서 폐암, 전립선암, 유방암 발생률이 각각 20%, 31%, 10% 낮았다. 단 대장암에서는 와파린 복용에 따른 항암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IRR 0.99; 95% CI 0.93-1.06).
이 같은 양상은 심방세동 또는 심방조동 환자를 대상으로 하위분석한 결과에서도 유사하게 확인됐다. 심방세동 또는 심방조동 환자 중 와파린 복용군에서 모든 암 발생률이 38% 낮았던 것(IRR 0.62; 95% CI 0.59-0.65).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텍사스 사우스웨스턴대학 Rolf A Brekken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암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흡연 등의 교란인자가 일부 포함됐을 수 있지만, 항암제가 가진 독성 문제가 없는 와파린의 항암효과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며 "향후 이에 대한 임상연구가 진행돼야 하며 결과는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와파린과 달리 NOAC의 항암효과 가능성을 확인한 연구는 아직 없다"면서 "본 연구에서 와파린이 수치상으로 암 발생률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와파린의 항암효과에 대해 보다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추가 연구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