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부 양영구 기자

“공감한다.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

“추가로 논의를 진행하겠다”

여느 토론회를 가더라도 정부 측은 짠 것처럼 같은 답변을 내놓는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개최한 ‘리베이트 관행 개선 공개토론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의사의 처방권 독점이 현재의 리베이트를 만들었다며 성분명처방 도입을 통해 리베이트를 근절할 수 있다는 대한약사회의 뻔한 레퍼토리도, 국민건강을 위해 성분명처방은 불허한다는 대한의사협회의 반박도 지겹다. 

하지만 리베이트 관행을 막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보자는, 몇 년째 되풀이되는 같은 주제를 두고도 ‘쌀로 밥 짓는 소리’만 하는 정부는 더 답답했다.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제약업계에서 처방 대가는 단 1원이라도 불법 리베이트로 간주한다. 

리베이트 쌍벌제 등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과거보다 리베이트 관행이 많이 개선됐다지만, 업계 종사자들은 리베이트는 절대 근절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제네릭 의약품 수가 50개 이상 등재된 성분은 63개에 달한다. 63개 오리지널 제품에 3150개의 제네릭이 경쟁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수많은 제약사 영업사원은 의사의 환심을 사기 위해 소모적인 경쟁을 펼치면서 불법 리베이트를 감행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한정된 시장을 놓고 제로섬 게임을 펼쳐야 하는 제약업계 생태계를 두고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에 같은 약이 수십 개가 있는 상황에서 우리 약을 디테일 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의사에게 우리 것을 처방하게끔 유도하기 위한 방안이 있어야 하지 않나. 결국, 이야기의 결말은 돈이다”라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 정부는 논의를 더 해보겠다고,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검토하겠다는 말만 몇 년째 반복하고 있다. 

물론 정부도 진퇴양난일 게다. 처벌 수위를 높이자니 규제만 강화될 테고, 그렇다고 제약사들의 자율적 의지만으로 투명한 환경을 조성하라는 것도 무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의약품이라는 국민 건강과 연결된 영역에 검은돈이 개입한다는 환경 자체를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약사회가 내놓은 성분명처방, 참조가격제 도입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고, 의협이 내놓은 리베이트 양성화도 논의해볼 만한 제도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이렇다 할 묘수 없이 허울 좋은 ‘중립’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규제만으로, 업계에 자율에 맡기는 것만으로 부정이 근절되지 않는다면 근본적으로 제도를 바꿔보려는 노력, 그게 정부의 책임감 있는 자세다. 두고 본다고 일이 해결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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