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적으로도 문제 없다"의견 우세 ... 낙인 효과 고려 않은 점은 비판받아야

▲ 북한에서 귀순한 환자의 상태에 대해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가 브리핑하는 모습. 

의료윤리를 연구하는 의사들은 북한에서 귀순한 환자의 정보를 공개한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의 행동은 윤리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1일 고려의대에서 한국의료윤리학회 20주년 학술대회가 열렸다. 토론 시간에 삼성서울병원 양 모 교수가 이국종 교수의 행동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양 교수는 "정의당 김종대 의원의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환자 정보를 자연스럽게 공개한 것은 의료윤리학회에서 지금까지 의사들이 지켜온 관점과는 다른 것 아닌가"라며 "의사로 지켜야 할 규범 등을 무시한 것 같은데, 국민이 열광하고 있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국종 교수의 행동에는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이비인후과를 운영하는 이 모 원장은 이국종 교수는 윤리적으로 비난한 부분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국종 교수가 공개한 것은 환자의 비밀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환자의 몸에서 기생충이 나왔다는 게 부끄러운 일인가?"라고 반문하며 "기생충 얘기는 현상적인 얘기일 뿐이다. 의사의 관점만 있으면 된다. 따라서 환자의 프라이버시가 손상됐다고 생각하지 않고,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른 의사와 다른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가톨릭의대 최 모 교수는 "경기도 시골의 작은 병원 의사가 환자의 기생충 감염을 공개한 것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안 된다"며 "의료윤리적 심사숙고가 필요한 사항이고, 다른 비밀보호의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양의대 유 모 교수는 이국종 교수가 윤리의식이 떨어진 것은 비난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환자의 비밀보호를 지키는 게 절대적이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유 교수는 "이국종 교수가 브리핑을 하면서 환자의 비밀보호 의무를 깬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했을 것으로 본다. 제대로 윤리교육을 받지 않았던 세대였다"며 "환자 정보를 공개한 것은 비난할 수 있다. 하지만, 의사가 그것을 지키는 것이 과연 절대적인가에 대한 것은 따져봐야겠지만, 개인적으로 절대적인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한국의료윤리학회가 1일 고려대의대에서 20주년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이국종 교수의 행동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이국종 교수의 행동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사도 있었다. 

강원의대 조 모 교수는 의료윤리학회라면 사회적 낙인효과나 환자를 대하는 수평적 태도 등에 대해서는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우리 사회는 낙인 효과가 강하다. 기생충은 가난과 낙후를 상징한다. 만일 환자에게 에이즈가 있었다면 어쩌려고 했는지 궁금하다"며 "이국종 교수는 브리핑을 하면서 '이렇게 큰 기생충은 처음 봤다' 등의 얘기를 했는데, 이런 부분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의료윤리학회라면 사회적 낙인효과, 의사가 환자를 진료할 때 수평적이지 못했던 부분 등은 문제가 있었던 걸 인정하고, 토론해야 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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