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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사 위험 높은 유전성 부정맥 "숨겨진 환자를 찾아라"급성 심장사한 100명 중 15명 유전성 부정맥 환자…증상 없어 질환 인지 어려워
박선혜 기자  |  shpark@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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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승인 2017.12.04  06: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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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명인들이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유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많은 사람을 안타깝게 했다. 

이들은 사회적으로 활동이 활발한 젊은 연령층이었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건강했다는 점에서 대중은 돌연사 원인에 대한 여러 추측을 제기했다. 여러 원인 중 전문가들은 '유전성 부정맥'에 주목한다. 

유전성 부정맥은 평소에 아무런 증상이 없고 일반적인 검사에서 정상 소견을 보여 당사자가 질환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급성 심장사 등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질환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전성 부정맥을 적절한 검사를 통해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면 평생 문제없이 살아갈 수 있다고 조언한다. 

유전성 부정맥의 위험과 함께 진단 및 치료의 중요성에 대해 짚어봤다. 

급성 심장사 원인 중 14.7%가 유전성 부정맥

고려의대 최종일 교수(안암병원 순환기내과)팀이 지난 10월 대한심장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국민건강보험공단 100만명 코호트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5년까지 국내 급성 심장사 발생률은 연간 인구 10만명 당 48.7명이다. 이 중 심근병증을 제외한 유전성 부정맥으로 급성 심장사한 환자들은 14.7%로 조사됐다. 

외국의 급성 심장사 발생률은 연간 인구 10만명당 △일본 39명 △중국 42명으로, 동양인에서는 급성 심장사 발생률이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반면 서양의 경우 △미국 53명 △네덜란드 90~100명 △캐나다 56명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급성 심장사 발생률이 낮다. 

주목할 점은 급성 심장사의 원인이다. 서양에서는 허혈성 심질환으로 급성 심장사한 환자가 약 80%로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동양에서는 50% 수준이다. 이는 서양 20%, 동양 50%가 구조적 심질환이 아닌 원인으로 급성 심장사를 겪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급성 심장사 원인에서 유전성 부정맥이 차지하는 비율은 서양이 1~2%에 불과하지만 일본은 10%까지 보고된다. 즉 유전성 부정맥이 서양인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인에게 더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최 교수는 "국내 코호트 결과에서는 일본보다 유전성 부정맥으로 인한 급성 심장사 발생률이 5%가량 더 높았지만, 일본은 국가적인 다기관 등록연구를 인용했다는 점에서 국내 데이터와 통계적인 오차가 있다"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인이 서양인과 비교해 유전성 부정맥으로 급성 심장사할 위험이 높다는 게 이번 코호트 연구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사회·경제적 활동 활발한 젊은 연령층 '경고등'

전문가들이 유전성 부정맥으로 인한 급성 심장사에 주목하는 이유는 고령보다 35세 전후의 젊은 연령층에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령은 심장기능이 감소한 허혈성 심질환 병력이 있고 동반질환으로 인해 사망할 위험이 높다. 반면 유전성 부정맥을 가진 젊은 연령층은 태어날 때부터 질환을 갖고 태어나면서 갑작스럽게 심장마비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유전성 부정맥이 있는 젊은 연령층은 심장기능이 떨어지지 않고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건강하더라도 예고 없이 사망할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게다가 젊은 연령층은 사회적 활동이 활발한 시기라는 점에서 유전성 부정맥으로 급성 심장사할 경우 사회·경제적인 손실이 막대하다.

최 교수는 "젊은 연령층은 기대 여명이 길고 사회·경제적으로 활동이 활발한 시기이기에 유전성 부정맥으로 급성 심장사할 경우 국가적인 손실이 상당하다"면서 "뿐만 아니라 가정 해체까지 이어질 수 있어 문제가 된다"고 경계했다. 

실신 또는 급성 심장사 가족력 있으면 조기검사 필수

   

유전성 부정맥 환자는 평소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갑자기 실신 또는 급성 심장사를 겪으므로 일단 문제가 발생하면 환자가 느끼는 부담이 크다.

이에 전문가들은 유전성 부정맥으로 인한 급성 심장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조기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 중지를 모은다. 

조기진단을 받아야 하는 유전성 부정맥 고위험군에는 실신 또는 심실세동 과거력, 심인성 급사 등의 가족력이 있거나 실신과 심실세동 등이 발생했던 이들이 속한다. 게다가 고위험군의 가족들도 유전성 부정맥 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2002년 발표된 연구 결과에 의하면, 병력이나 이학적 소견상 특별한 이상소견이 없는 유전성 부정맥인 브루가다 증후군은 진단 과정에서 가족력과 함께 실신이나 심계항진과 동반된 현기증의 과거력이 있는지 등에 대한 자세한 문진이 급성 심장사 위험을 평가하는 데 중요했다(Circulation 2002;105:1342-1347).

가족력, 가계력 등에 대한 문진 후에는 유전성 부정맥 확진을 위해 심전도검사, 운동부하검사, 심장초음파, 심장영상검사, 유전자검사 등의 추가 검사가 이뤄진다. 

그중 심전도검사는 유전성 부정맥 진단에 일반적으로 활용되지만 현재 국가 건강검진 필수항목에는 제외된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심전도검사를 국가검진에 추가하는 것이 유전성 부정맥을 포함한 부정맥을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 교수는 "유전성 부정맥은 일반적인 건강검진만으로 진단이 매우 어렵고 환자에게 치명적이다"면서 "건강검진에서 심전도검사의 역할이 충분히 있다는 게 우리의 소견이다. 건강검진에서 심전도검사 도입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하며, 심전도검사 결과를 제대로 판독할 수 있도록 교육이 이뤄지는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유전성 부정맥을 확진하기 위해서는 심전도검사와 함께 유전자검사의 역할도 중요하다. 단 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유전성 부정맥일 가능성이 높은 환자만을 대상으로 검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톨릭의대 노태호 교수(성바오로병원 순환기내과)는 "유전자검사는 비용 문제가 있으므로 실신 또는 급성 심장사 가족력이 있고 심전도검사에서 유전성 부정맥이 의심됐을 때 제한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며 "유전자검사가 필요한 환자만을 대상으로 최종 확진을 위해 진행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치료법 없어 예방에 집중…약물로는 한계

문제는 유전성 부정맥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결국 유전성 부정맥 환자는 유전성 부정맥으로 인한 급성 심장사를 '예방'하는 치료전략에 집중해야 한다. 

이에 약물치료로 급성 심장사를 예방하는 전략에 관심이 쏠리지만, 전문가들은 급성 심장사를 100% 예방할 수 있는 약물은 없다고 말한다.

항부정맥제인 베타차단제는 급성 심장사 위험을 줄이는 대표적인 약제로 꼽히고 긴 QT 증후군 환자에게 1차 치료제로 투약할 수 있지만, 유전자형에 따라 베타차단제의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급성 심장사를 완전히 예방할 수 없다.

아울러 탈분극을 억제하는 항부정맥제인 퀴니딘은 급성 심장사를 경험한 브루가다증후군 환자에게 2차 예방을 목적으로 투약 가능하지만, 브루가다증후군 환자의 심전도 패턴을 정상화시키는 효과를 입증한 임상시험은 없는 상황이다. 

급성 심장사 예방에 '삽입형 제세동기' 가장 효과적

결국 유전성 부정맥 환자가 급성 심장사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삽입형 제세동기(implantable cardioverter defibrillator, ICD)' 이식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ICD는 심실세동 등에 의한 심정지 환자나 구조적 심질환 환자가 심정지를 겪은 후 회복됐을 때 2차 예방 목적으로 삽입하며, 2000년 초반부터는 심장기능이 저하된 환자에게도 급성 심장사의 1차적인 예방을 위해 이식하고 있다. 

2013년 미국심장병학회재단(ACCF)·심장협회(AHA) 가이드라인과 2016년 유럽심장학회(ESC) 가이드라인에서는 심부전 및 좌심실 수축기능이 감소한 환자에게 ICD를 1차 예방 목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ICD 이식에 대한 보험급여가 적용돼, 환자의 급성 심장사 위험을 낮추면서 생존율을 높였다는 근거가 있다면 환자는 ICD 이식 시 비용의 5%만 부담하면 된다.

급성 심장사 예방에서 ICD의 우월성은 ICD와 항부정맥제의 비교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2003년 발표된 DEBUT 연구에서는 심실세동이나 심정지 후 소생한 환자 중 브루가다 증후군 유형을 보이는 환자를 대상으로 베타차단제와 ICD의 효과를 비교했다. 3년간 추적관찰한 결과 베타차단제 복용군에서 18%가 사망했지만 ICD 이식군에서 사망한 환자는 없었다(Circulation 2003;107:2221-2226).

노 교수는 "급성 심장사를 예방하는 방법은 ICD 이식뿐이다. 유전성 부정맥 환자가 약물치료로 생존율이 개선됐다면 약물을 투약하겠지만 이러한 근거가 없다"며 "급성 심장사 예방에 약물치료는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ICD를 삽입해야만 평생 문제없이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데이터 확보 급선무…대국민 홍보 적극적으로"

유전성 부정맥으로 인한 급성 심장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먼저 숨어 있는 유전성 부정맥 환자를 발굴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유전성 부정맥에 대한 국내 데이터를 확보하고 그 근거로 범국민적인 홍보를 강화해 질환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 교수는 "숨어 있는 유전성 부정맥 환자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내 데이터가 확보되고 유전성 부정맥에 대한 홍보를 진행한다면 실신 또는 급성 심장사 가족력이 있는 사람들이 진찰을 받기 위해 병원에 빨리 내원하고 예방을 위한 적절한 치료를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교수는 "유전성 부정맥 환자가 ICD를 빨리 이식하면 평생 문제가 되지 않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실신 또는 급성 심장사 가족력이 있는 이들은 빠른 시일 내에 병원을 찾아 심전도검사를 받도록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유전성 부정맥에 대해 기술적, 사회적, 제도적으로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 교수는 "최근 NGS 기반 유전자 패널 검사가 50%의 조건부 선별급여가 적용됐지만 근거 부족 등의 이유로 삭감되는 경우가 많다"며 "유전자검사를 남발해서는 안 되지만 국가 인증을 받은 기관이라면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은 유전자검사를 지원해줘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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