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절 실태조사 만큼 성교육 프로그램 내실화도 필요

낙태죄 폐지에 동의하는 23만 명의 국민 청원에 정부는 2018년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재개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 박미라 기자

임신중절을 줄이려는 당초 입법목적과 달리 불법시술이 행해지고 있어, 임신중절 현황과 사유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급선무라는 판단에서다.

처벌 강화 위주 정책으로 인해 불법 임신중절술, 해외 원정 시술 위험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했을 때 정확한 실태조사를 재개, 낙태죄 논란에 대한 합리적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정부 계획은 반가운 일이다.

다만, 이와 더불어 정서적으로 미숙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 프로그램 내실화도 필요해 보인다.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측은 법률을 폐지할 경우 무분별한 성생활과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청소년기부터 올바른 성의식을 갖을 수 있도록 하는 성교육의 내실화는 이 같은 우려를 불식하고, 법률 정비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성교육 현실은 개그맨 김생민 어록을 빌려 '스튜핏' 그 자체다. 성교육 시간은 수면시간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실질적인 성교육 시간은 초중고 평균 5시간으로 법적으로 정해진 15시간에 턱없이 부족하다.

성교육에 필요한 교과서를 연구, 개발하는 기관 역시 통일되지 않고, 학생들의 수준을 고려해 보편적으로 쓰일만한 정도의 자료 역시 충분하지 않아 수업 내용과 질 차이가 심하다.

해외는 우리나라와 달리 오랜 기간 선진화된 성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독일과 스웨덴이 대표적인 예다.

우선 독일은 가정뿐만 아니라 학교, 지역 내 병원 등 사회적으로 연계된 성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이주민에 대한 성교육에도 힘쓰고 있는 부분이다. 매년 급증하는 이민자를 대상으로 적합한 성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직접 나서고 있는 것이다.

성교육 역사가 오래된 스웨덴은 최초로 만 4세 이상 유아의 성교육을 의무화했다. 생물학적 성 지식뿐만 아니라 성 관련 상담, 성 인권 등에 대한 주제를 바탕으로 주기적으로 토론의 장을 여는 등의 체계성도 갖추고 있다.

성교육은 학문적 지식, 피임 방법뿐만 아니라 사랑과 인권, 소통과 책임감 학습도 중요하다.

현재 정부는 임신중절 관련 보완대책으로 청소년 피임 교육을 보다 체계화하고 건강가정자원센터를 통해 시범적으로 전문상담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교육이 한 개인의 생애 발달 과정에 작게는 스스로에 대한 자기결정권 확립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고, 지금부터라도 정부, 각 기관, 학교가 총체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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