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간학회 ‘간경변증’ 가이드라인 업데이트

대한간학회가 간경변증 진료 가이드라인을 6년 만에 업데이트하고 근거 기반 치료에 한발 더 다가섰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복수 및 관련 합병증 치료’를 집중적으로 다룬 것으로, 가장 많은 변화가 이뤄진 부분은 급성신손상 및 간신증후군 진단이다.

복수 감염 의심될 때만 세균 배양검사

우선 간경변성 복수의 진단은 크게 변화된 것이 없다. 2등급 이상의 복수가 처음 진단되거나 복수가 심해져 입원한 경우, 복수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 간경변성 합병증(위식도정맥류출혈, 간성뇌증, 급성신손상 등)이 있다고 판단되면 원인 감별을 위해 진단적 복수천자를 시행해야 한다.

복수천자가 처음인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혈구수와 분획, 알부민, 총 단백질 검사 외에도 혈청-복수 알부민 차(serum-ascites albumin gradient)도 확인해야 한다. 이전판과 달리 세균 배양검사를 시행하는 대상은 모두가 아닌 복수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로 제한했다.

간경변성 복수 치료도 큰 맥락은 같다. 원인질환을 우선 치료하고 그다음 하루 1.2~1.5g/kg의 단백질을 복용해야 한다. 염분 섭취량도 하루 5g 이하로 보충하고 동시에 체중감량 치료도 필요하다.

체중 감량의 경우 이전판에서 말초 부종 유무에 따라 하루 체중 감량 목표를 1kg과 0.5kg로 규정했는데, 새 개정판에서는 말초 부종이 있는 경우 제한을 두지 않았고, 부종이 없는 경우에만 하루 0.5kg 감량을 목표로 정했다.

난치성 복수 간이식 권고

난치성 복수 치료는 간이식을 우선 권고했다. 이전판에서 반복적인 대량 복수천자를 강조한 것과 다른 부분이다. 이식 이전까지 저염식을 유지하고, 대량 복수천자로 복수를 조절해야 한다. 이때 복수 1L당 6~8g의 알부민 주입도 필요하다.

복수조절을 위해 경경정맥 간내문맥전신 단락술도 시행할 수 있다. 난치성 복수에서 베타차단제의 사용은 복수천자 후 순환장애의 빈도를 높여 신기능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투여해야 하며 혈압과 신기능 모니터링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발성 세균성 복막염 정의 및 진단기준에서는 치료 및 예방 부분이 추가됐다. 자발성 세균성 복막염이 의심되는 경우 복수천자 결과에 따라 다형핵 호중구 250㎣ 이상이면 복수천자 배양에서 균의 동정 여부에 상관없이 자발성 세균성 복막염으로 진단하고 경험적 항생제를 투여해야 한다.

또 복수의 다형핵 호중구가 250㎣ 미만이더라도, 감염의 증상이나 징후(37.8℃ 이상의 체온, 복통 또는 압통)가 있으면 배양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경험적 항생제를 투여해야 한다.

급성신손상 요량 변화 버리고 혈청 크레아티닌

급성신손상 및 간신증후군 부분은 이번 개정판에서 가장 많이 변화됐다. 국제 신기능 관련 기준으로 많이 사용되는 RIFLE(Risk, Injury, Failure; Loss, End-Stage Renal),  AKIN(Acute Kidney Injury Network). KDIGO(Kidney Disease Improving Global Outcome) 가이드라인은 요량의 감소를 급성신손상의 진단 및 단계 설정에 사용해 왔다.

 

하지만 간경변증 환자에서는 신기능의 악화 없이도 요량이 감소할 수 있고 신기능 변화 없이 이뇨제의 사용 또는 증량으로 요량이 증가할 수 있어 요량을 이용한 진단 및 단계 설정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최근 International Club of Ascites(ICA)가 급성신손상의 새로운 진단기준을 제시했고, 그 결과를 이번 개정판에 반영했다.

새로운 진단기준은 요량의 변화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혈청 크레아티닌(sCr)이 48시간 이내에 0.3mg/dL 이상 증가하거나 1주 이내에 기저치에 비해 50% 이상 증가하는 경우다. 또한 sCr의 상승 정도에 따라 3단계로 분류한 것이 특징이다.

간신증후군은 이뇨제 및 혈장 무반응으로 정의

간신증후군도 2007년 ICA가 진단기준을 개정하면서 2주 이내 sCr이 두 배 이상 증가해 2.5mg/dL 이상이 된 것으로 정의했는데 이후 신기능의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텔리프레신(terlipressin) 등 혈관수축제와 알부민 치료의 시작 시기가 너무 늦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개정을 이끌었다.

 

이에 따라 새로운 기준은 sCr의 기준치를 없애고 ICA에서 정의한 급성신손상이 있는 간경변성 복수 환자에서 2일간의 이뇨제 중단 및 혈장 증량(체중 1kg당 1g의 알부민 투약, 최대 100g)에도 반응하지 않는 경우로 정의했다. 또 sCr에 무관하게 혈관수축제 및 알부민 치료를 시작하도록 권고해 좀 더 빨리 혈관수축제 및 알부민 치료를 시작할 수 있도록 했다.

진료지침위원장인 백용한 교수(성균관의대 소화기내과)는 “복수는 간경변증 환자의 가장 흔한 합병증으로, 일단 발생하면 사망위험이 높아진다”면서 “이번 가이드라인을 통해 체계적인 진단과 치료법을 제시함으로써 간경변증 환자의 합병증 관리가 가능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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