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자기결정권 강조돼 의료현장 어려움"... 의료진 상담 수가 책정 필요

내년 2월 4일부터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다.

내년 2월 4일부터 시행되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이하 연명의료결정법)'을 앞두고 의료 현장은 아직 어수선한 것으로 보인다. 

연명의료 결정법에 대한 시범사업이 올해 10월 16일부터 내년 1월 15일까지 진행되고 있다. 시범사업은 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작성·등록(5개기관),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및 이행(10개기관) 등 2개 분야로 실시되고 있다. 

성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비율

28일 보건복지부는 시범사업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사전연명의료의향서 2197건, 연명의료계획서 11건, 연명의료계획서의 이행을 포함해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의 이행(유보 또는 중단) 7건이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은 여성이 남성보다 2배 이상 많았고, 70대에서 가장 많았다.

지역별로는 시범사업 기관이 있는 서울, 경기, 충청, 대전 순이었다.

정부는 순조로운 상황이라지만 현장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법이 제대로 안착하려면 수가 적용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의대 허대석 교수(서울대병원 종양내과)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려면 1:1 상담으로 적게는 30분에서 많게는 1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심지어 2~3번의 상담이 필요할 때도 있다"며 "병원에서 의사가 30분~1시간의 상담시간을 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보상체계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부분은 복지부도 인정하고 있는 듯하다. 

11월 국립의료원에서 열린 '올바른 연명읠결정 문화정착을 위한 공공의료기관의 역할' 토론회에 참석한 복지부 박미라 생명윤리정책과장은 "인센티브다 보상체계 없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판단하고 있다"며 "시범사업 목적에 이런 부분도 들어 있다며, 당장 답을 할 수 없지만 가급적이면 수가를 넣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 연명의료중단등 결정에 관한 환자 의사 확인 방법

법을 제정하면서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너무 강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미국, 유럽, 일본, 대만 등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연명의료결정법이 가장 보수적이라고 주장한다. 

허 교수는 "미국, 유럽 등은 환자가 본인의 의사를 분명히 할 수 없을 때 '환자 입장에서 무엇이 최선인지에 대해 가족과 의료진이 상의해 연명의료 여부를 결정한다"며 "우리나라는 환자가족 전원 합의와 의사 2인의 확인 등 복잡한 절차를 요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 입장은 이 법 자체가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기 위함이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사회적 요구가 있을 때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의사에 대한 처벌 조항도 의사들을 움츠려들게 하는 요소다.

법 제15조에는 연명의료중단등결정 이행의 대상이 아닌 사람에게 이행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명시돼 있다. 

단국대 인문사회의학교실 박형욱 교수는 "법률 제15조 위반의 범위는 매우 광범위하게 해석할 수 있어 현장의 의료인들이 감내해야 할 법률적 위험은 커졌다"며 "의료현장에서 의사들이 감당할 수 없는 규정이 있다면 도입된 법률은 오히려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윤성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장은 연명의료에 대한 문화 조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호스피스-완화의료제도 확립과 시설을 확충하고, 죽음에 대한 의료인과 일반인의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병원 내 윤리위원회를 활성화하고, 임종환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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