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AHA 가이드라인 주목...베타차단제 1차약제 제외 가능성도

 

지난 13일, 미국심장학회(ACC)와 심장협회(AHA)로부터 고혈압 진단기준 변화 소식이 날아들었다. 고혈압 경계치와 목표혈압을 기존보다 낮춘 것이 골자. 대한고혈압학회는 새 진단기준을 내년 초 발표 예정인 가이드라인에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혀 의료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의료계뿐 아니라 이 같은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곳이 있다. 바로 제약사들이다. 급여기준 적용 및 기타 제반문제들이 있을 수 있지만 고혈압 환자가 증가함에 따라 처방 약이 늘어나 수혜를 얻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미국발 고혈압 가이드라인이 국내 항고혈압 약물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현재 고혈압치료제 동향에 대해 짚어봤다.

고혈압 환자 650만명 증가…약물 복용 신규환자는 5%

고혈압을 진단기준 변화를 두고 가장 많은 관심이 집중되는 부분은 고혈압 환자의 증가다.

학회에 따르면 국내 고혈압 진단기준이 130/80mmHg 이상으로 변경될 경우 국내 성인 2명 중 1명이 고혈압 환자가 된다.

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KNHANES)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하면, 현 고혈압 진단기준인 140/90mmHg 이상에 해당하는 30세 이상 고혈압 환자는 약 1000만명이다. 새로운 진단기준을 적용할 경우 1650만여 명으로, 650만명가량의 고혈압 환자가 늘어나게 된다. 또 전체 고혈압 유병률은 현 진단기준에서 32%이지만 진단기준이 달라지면 50.5%로 약 18%p 증가한다. 

학회 측은 이들 신규 고혈압 환자가 모두 약물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약물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5~10%로 추정되며 약 90%는 약물치료 없이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혈압을 관리하면 된다는 것이다. 

 

학회 이사장 조명찬 교수(충북의대 심장내과)은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하는 고혈압 환자는 많아야 5~10% 사이로, 650만명 환자가 늘어난다면 그중 대략 30~60만명 정도"라며 "이들 30만명에서 절반은 원래 심혈관질환을 앓고 있던 환자들이고, 나머지 30만명은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이어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은 비만이나 고지혈증, 당뇨병 등 다른 동반질환이 있어 적극적으로 치료받아야 심혈관질환 발생률이 낮아지기 때문에 어차피 약을 써야 하는 환자군"이라며 "실제로 약을 추가로 써야 하는 환자들은 650만명 중 약 5%인 10~20만명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생활습관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의료비와 약제비 증가에 대한 우려도 해소했다. 

조 교수는 "고혈압 기준이 강화되면 그동안 본인이 고혈압인줄 몰랐던 환자들이나 치료를 하지 않았던 환자,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던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혈압을 조절하게 돼, 약제비는 증가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심혈관질환이나 사고 등 2차적인 의료비용을 따지면 오히려 이득일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생활습관 개선"이라고 강조했다.

베타차단제, 고혈압 1차 약제서 제외

AHA·ACC의 새로운 가이드라인 중 고혈압 약제의 선택에서 특이한 사항은 1차 선택 약제가 △치아지드 이뇨제 △칼슘차단제(CCB) △안지오텐신 전환효소억제제(ACEI) △안지오텐신 수용체차단제(ARB)로 제한함으로써 베타차단제가 배제된 점이다. 

국내에서 많이 사용되는 베타차단제인 아테놀롤은 다수의 연구에서 대조 고혈압 약제보다 열등한 결과가 관찰돼, 베타차단제 사용이 권유되는 협심증, 심부전 등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에서도 사용하지 않기를 당부했다. 

이는 영국에서도 마찬가지며 국내 가이드라인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조 이사장은 "국내 환자에게 베타차단제가 부정적이라는 결정적인 근거가 없어 현재 가이드라인에 남겨놓은 상태지만 2세대, 3세대 약제가 개발된 상황에서 굳이 베타차단제를 써야 하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라며 "관련 연구가 많이 나와있어 분석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베타차단제는 카르베딜롤 성분의 딜라트렌으로 유비스트 기준으로 지난해 502억원(딜라트렌SR포함)의 처방액을 기록했다.

반면 아테놀롤 약제들은 실제 처방에서도 하락세다. 대웅아테놀롤 처방액이 2014년 116억원에서 2015년 105억원, 2016년 93억원으로 감소했고, 한미아테놀롤 역시 같은 기간 106억원에서 85억 74억원까지 떨어졌다.

병용요법 시기 빨라져…복합제 대세론 뒷받침?

이와 함께 새 가이드라인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병용요법 시기가 앞당겨진 점이다. 고위험군 고혈압 환자에서는 140/90mmHg 이상일 경우 초기부터 두 가지 이상 고혈압 약제 사용 또는 복합제(fixed-dose combination)를 권유하고 이는 초기 혈압이 조절 목표에서 20/10mmHg 높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즉, 140/90mmHg 이상부터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학회 총무이사 강석민 교수(연세의대 심장내과)는 "하나의 약제로 혈압조절이 안 되면 다른 약을 더해 병용처방을 하는데 약을 3개, 4개 복용해야 한다면 환자들도 부담"이라며 "순응도가 높고 혈압 조절이 잘 되는 복합제 처방이 현재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국내 항고혈압제 시장은 이미 복합제가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2제를 넘어 3제 복합제가 등장하는 추세다.

유비스트 기준으로 지난해 원외처방액 100위권 안에 있는 항고혈압제  13개 중 5개가 복합제이며, 특히 1위에서 3위까지 약물이 ARB/CCB 복합제가 차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트윈스타가 작년 976억원의 처방액을 올렸으며 아모잘탄이 676억원, 엑스포지가 661억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했다.

지난해 250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한 세비카HCT는 국내 유일한 3제 복합제였지만 아모잘탄에 이뇨제를 더한 아모잘탄플러스가 등장했으며 이어 ARB성분이 다른 3제 복합제 투탑스플러스도 출시됐다. 유한양행과 제일약품 등도 3제 복합제를 준비 중으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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