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울 강남구 우리들내과 안수열 원장

 

서울 대치동의 우리들내과. 

이곳의 특장점은 대형병원과의 협진이다. 간암 등 대형병원에서의 긴급한 처치가 필요한 경우 삼성서울병원 등 큰 병원에서 당일 추가검사와 외래진료, 수일 내 실제 수술까지 가능할 정도로 긴밀한 협조체계가 가동되고 있다.

수술받은 환자는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관리를 받는다. 책에서만 보던 진짜 '의뢰-회송(되의뢰)'이 실현되는 곳이다. 

네트워크 시스템이라는 기술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우리들내과 안수열 원장은 환자 의뢰시 단순히 진료기록지와 소견서만 들려보내는데 그치지 않는다. 환자를 진료할 대형병원 교수에게 유선이나 온라인을 통해 자세한 히스토리를 전달하고, 향후 치료계획에 대한 의견도 나눈다.

환자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오랫동안 해당 환자를 지켜봐 온 자신이며, 환자를 대신해 새로운 의료진에게 그의 이야기를 들려줄 사람 또한  자신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이런 마음을 가장 잘 알아주는 이들도 환자다. 그의 진료실 안에서는, 옛 진료실 풍경에서나 등장했던 '고추장 촌지(?)'가 여전히 종종 목격된다. 환자가 들고 온 항아리 속에는 안 원장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이 꾹꾹 눌러 담겨져 있다. 

간 전문의 1세대...교수에서 병원장, 그리고 개원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진료실 한쪽 벽면에는 대한간학회 정회원임을 인증하는 인증서가 걸려있다. 회원번호는 '98번'. 까마득한 앞 번호다. 안수열 원장은 국내 간 전문의 1세대에 속한다. 

"1995년 대한간학회가 만들어졌어요. 이전까지는 대한간연구회였죠. 전국에서 100명의 전문의를 초대 간학회 정회원으로 인증했어요, 내과 50명, 외과 40명, 병리와 방사선을 합해서 10명, 이렇게 100명이었죠. 그 중에 제가 98번을 받았어요. 지금은 많은 분들이 돌아가시거나 현직을 떠나, 제 앞번호를 가진 분이 5명 안팎 되려나. 학회 초기에는 어려움이 참 많았는데, 지금은 메머드급 학회로 성장했네요."

안 원장은 1960년생으로 경북의대를 졸업한 뒤 동 대학에서 내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고신의대에서 첫 교수 명함을 받았다. 그의 나이 32살 때다. 이후 고신의대와 영남의대에서 내과학교실 교수를 지내며 오랫동안 면역학, 간염 치료백신에 관한 연구를 했다.  

당시 연구를 지원했던 후원자의 부름으로 서울로 올라온 그는 간전문병원인 우리들내과병원을 맡아 운영하다, 2006년 지금의 자리에 우리들내과를 개원했다. 개원의 생활 12년차, 그는 환자가 찾아오는 의사가 됐다. 멀리 제주도에서부터 그를 믿고 찾는 환자들이 있다.

"오래 본 환자들이 꽤 많죠. 제주도에서도 오시고 멀리 욕지도에서도 오시고. 대단한 재주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편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옛 스승께서 환자를 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심퍼시(sympathy, 동조·공감)'라고 강조하셨어요. 환자에게 공감하는 마음만 있다면 충분하다고. 실력이 있고 없고는 그 다음의 문제라고요. 부모나 형제를 대하듯 환자를 봅니다. 아무리 작은 관심이라고 환자에게는 대단히 큰 힘을 주죠. "

'마음에 기술을 더하다' 대형병원과의 협진, 환자에 도움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여기에 특별한 기술도 더해졌다. 삼성서울병원 등 대형병원과의 실질적 협진 시스템이 그것이다. 

인터뷰 차 방문한 그의 의원에서는 어딘지 모를 분주함이 느껴졌다. 안 원장이 진료실 안팎을 오가며 간호사, 환자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참이다. 이유를 물으니 공교롭게도 직전 진료환자에서 간암 의심소견이 발견됐다고 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환자에게 삼성서울병원의 '진료예약' 문자가 도착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늦은 오후라 내일 아침 병원에 가서 CT촬영 등 추가검사를 한 뒤 진료를 본다고 했다. 

대형병원 외래진료 한번을 보기 위해 환자가 수 개월씩 기다리는 일이 흔한 상황이라 어리둥절해 했더니, 안 원장이 진료실 컴퓨터 화면을 보여줬다. 삼성파트너스센터(SPC)다. 안 원장이 이를 통해 환자의 진료를 의뢰하고, 삼성서울병원에서 해당환자를 접수받아 피드백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간암 등 대형병원의 처치가 필요한 경우에는 이를 통해서 환자를 의뢰하고, 협진을 합니다. 단순히 소견서만 써서 보내는 것이 아니라 환자를 진료할 대형병원 교수와 유선이나 온라인을 통해 대화하며 자세한 히스토리를 전달하고, 향후 치료계획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도 하죠. 환자를 가장 잘 아는 것은 저이니까요. 제가 삼성서울병원 자문위원으로 있기도 하고 그쪽의 교수들과도 일면이 있어 일이 조금 더 원활한건지 모르겠네요."

이런 과정을 거쳐 대형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환자는 수술 후 다시 우리들내과로 돌아와 관리를 받는다. 교과서적인 외뢰-회송(되의뢰) 체계다.

"일반적으로 암이 의심되면 개인병원에서 대형병원에 환자를 보내는 조치로 끝이 나는 경우가 많아요. 여기서는 저희가 환자를 보내고, 병원에서 수술을 받으면 다시 되의뢰를 해줍니다. 환자가 수술을 받고 이곳으로 돌아와서 관리를 받게 되는 것이죠. 환자의 만족도도 높고, 저의 마음도 편하고, 협진이라는 것이 실제로도 잘 이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

여러 치료제의 개발로 과거에 비해 치료환경이 나아졌지만, 간 질환에 대한 경각심을 늦출 수는 없다. 계속해서 연구와 진료를 해나갈 계획이다.  

"여러 치료제의 개발로 B형과 C형간염은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봅니다. 다만 지방성 간경화가 많아지고 있어 앞으로 사회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어요. 간 질환을 전문으로 보는 의사들이 그리 많지는 않아요. 그래서 우려도 있고 아쉬움도 있죠. 환자들이 계시니, 저는 최선을 다해서 계속 연구하고 진료를 해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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