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남편 역할 가장 중요

지난 7월 경기도 성남시의 한 아파트에서 30대 여성 A씨가 태어난 지 7개월 된 딸을 안고 난간에서 뛰어내렸다. 아이는 결국 죽고 A씨는 크게 다쳤다.

▲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그에 앞서 2월에는 대구에서 29세 여성 B씨가 5개월 된 아들이 울며 보챈다는 이유로 3층 창문 밖으로 던져 숨지게 하는 사고가 있었다. 조사 결과 A씨와 B씨 모두 심각한 산후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산후우울증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잇따르면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의학저널 NEJM 은 산후우울증을 '여성과 신생아, 그리고 가족에 큰 영향을 주는 중요하지만 흔히 발생하는 문제'로 규정하고 있다.

산후우울증은 분만 당 6.5~12.9%가량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모 100명 중 7~15명 수준이다. 출산 후 1개월에 생기는 경우가 흔하지만 1년 이내에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산후우울증 겪는 산모 10명 중 4명 둘째 출산 시 재발 위험↑
남편 역할 중요, 일찍 귀가해 아내 불안 덜어줘야

산후우울증을 겪은 산모 10명 중 4명은 두 번째 출산에서도 산후우울증이 재발할 위험이 있다.

산후우울증이 악화되면 산후정신증으로 진행되는데, 환청이나 망상을 겪고 뇌 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된다. 아기를 자신에게 위협을 가하는 존재로 인식해 위해를 가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심각한 산후정신증으로 악화되는 경우는 산모 1000명 당 1~2명(0.1~0.2%) 정도로 적지 않은 수다.

산후우울증을 앓는 산모들은 "이런 고통을 준 아기를 차라리 낳지 않았으면 좋지 않았을까, 아기를 키울 생각을 하니 암담하고 미래가 무척 부담스럽다"며 아이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호소한다.

세계적 의학저널 란셋(Lancet)에 따르면 산모의 우울증은 아기의 감정 발달과 행동 발달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에게 우울증이나 불안증 같은 정서적 문제를 유발할 뿐 아니라, 사회성 발달을 저하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수용하고 공감하는 능력, 협동 능력에 문제가 발생했다.

사회에서 다른 이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능력인 수용공감능력이나 협동능력은 어린 시절에 부모와 아이의 애착 관계를 통해 형성되는데, 어머니가 산후우울증을 앓는 경우 아이의 정서적 발달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우울증을 극복한 많은 이들은 암 진단이나 가족의 죽음 못지않게 힘들었다고 입을 모은다.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은 평생 동안 겪은 지독한 우울증을 가리켜 "나를 평생 따라다닌 검은 개"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육아라는 막중한 짐을 지고 있는 산모는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산후우울증은 단순히 산모의 정신적 문제를 넘어 이 사회의 미래인 어린이의 정서적인 측면, 나아가 건강과 생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산후우울증이 의심된다면 정신건강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해야한다.

산후우울증을 잘 극복하기 위해서는 산모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남편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산모의 감정 상태를 잘 확인하고, 부인이 홀로 아이를 돌본다면 일찍 귀가해 불안을 덜어주는 것이 좋다. 산모가 아기 때문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경우 남편이나 베이비시터가 아기와 함께 자고 산모는 편하게 잘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불면이 지속되는 경우 전문가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특히 출산 후 1년은 자신과 부인 뿐 아니라 사랑하는 자녀의 평생을 좌우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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