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국감] 전달체계 붕괴·저수가 부작용 '공론화'...대안찾기 주목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문재인 정부 첫 국정감사가 10월 31일을 끝으로, 20일간의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이번 국정감사는 문재인 케어로 시작해 문재인 케어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정추계의 타당성부터 실현가능성, 각종 부작용 우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적과 주문이 쏟아졌다. 

이 과정에서 한국 의료체계의 문제점도 함께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일차의료 붕괴와 상급병원 쏠림현상 등 의료전달체계의 왜곡, 고질적으로 이어져온 저수가-저부담-저보장 체계의 한계와 이로 파생된 각종 부작용,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정부의 책임 방기 등이 그것이다. 

여야를 막론, 다수 의원은 문케어의 성공적인 이행을 위해 일차의료 활성화 등 의료전달체계 개편, 적정수가-적정부담-적정보장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국고지원 현실화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는 의료계가 그간 꾸준히 요구해왔으나,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지원을 얻지 못해 실현하지 못하고 있던 숙원이기도 하다.

“의료전달체계 바로잡고 수가 정상화해야”
의료계 숙원과 맞닿은 국회의 목소리

올 국정감사 최대 이슈는 단연 새정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문재인 케어였다.

10월 12~13일 열린 보건복지부 국감, 24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감, 31일 마지막 종합국감에 이르기까지 문케어가 핵심 주제로 다뤄졌다.

여야의 입장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야당은 재정추계의 적확성, 제도 실현 가능성, 제도 이행에 따른 부작용 등을 문제 삼으며 공세를 폈고, 정부여당은 국민적 요구라며 당위성을 강조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과정에서 드러난 한국 의료체계의 민낯이다. 의료전달체계의 붕괴, 저수가 체계 하에서 성장한 비급여 시장,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책임 방기 등이 문케어와 더불어 주요 이슈로 다뤄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주요 피감기관장. 사진 왼쪽부터 질병관리본부 정은경 본부장,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 보건복지부 권덕철 차관, 식품의약품안전처 류영진 처장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뒤틀린 의료전달체계 바로잡아야”

다수 의원은 보장성 강화정책이 시행될 경우 의료체계 왜곡이 더욱 심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장성이 강화돼 가격장벽이 낮아진다면 환자의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는 우려다.

특히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내놓은 자료는 우리 의료체계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환자 수도권 쏠림-지방병원 재정부족-재정부족에 따른 투자기피-지방병원 노후화-지역 간 의료서비스 격차-환자 수도권 쏠림'으로 이어지는 현행 의료체계의 악순환 고리가 통계로 확인된 것. 

윤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방 환자의 수도권 쏠림현상이 해마다 증가해 지난해에는 무려 320만명의 환자가 자기 주거지역이 아닌 서울·경기·인천 소재 수도권 병의원으로 원정 진료를 온 것으로 확인됐다.

원정진료 환자들의 종착지는 수도권 대형병원이었다. 윤 의원에 따르면 전체 원정 진료비의 61.3%에 달하는 1조 7300억원이 3차 상급종합병원으로 쏠렸다.

수도권 소재 3차 대형병원으로 원정진료에 나선 환자 수는 2012년 기준 72만명 급여비는 1조 1116억원이었지만, 2016년에는 환자 수가 81만 9000명으로 10만명 가까이 늘었으며 급여비도 1조 7300억원으로 6183억원 증가했다.

BIG 5로 불리는 초대형 병원으로의 쏠림도 확연했다. BIG 5 병원에서 발생한 원정진료비는 2012년 3018억원에서 2016년 4510억원으로 1.5배 증가했다. 2016년 기준 상급종합병원 원정진료 환자 급여비의 25%가 BIG5 초대형 병원 외래진료비로 지급됐다.

눈에 띄는 것은 원정진료자의 절반(48%)에 가까운 155만명이 1차의료기관을 이용했다는 점이다. 암 등 중증질환뿐 아니라 1차의료기관에서 볼 수 있는 경증질환도 수도권 진료를 선호하고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노후·중고 의료장비는 지방쏠림이 확연했다. 윤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노후·중고 의료장비 지역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보다 강원·충북·경북 등 지방 지역에서 노후 의료장비와 중고 의료장비 활용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윤 의원은 "거주지역 1차의료기관을 통해 치료가 가능한 경증 진료를 위해 수도권으로 원정 진료를 오는 등 의료전달체계의 붕괴 문제가 심각하다"며 "지역 간 의료 환경 격차가 심화되면서 수도권의 큰 병원으로 몰림 현상이 강화되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후 의료장비의 지방 쏠림, 환자의 수도권 쏠림'이라는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권역별 공공의료기관 강화를 위해 지역 거점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현대화 투자와 의료자원의 지역별 형평 분배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천정배 의원은 "복지부가 사회적 논란이나 이해 당사자의 반발 등을 우려해 소극적인 대책으로 일관할 경우, 의료 이용량 급증 등 부작용을 막지 못하고 대형병원 쏠림 현상도 방치할 우려가 있다"면서 "환자들이 '질병에 관계없이 무조건 대형병원으로만 가는 것은 엄청난 손해다'는 경각심을 가지도록 정부가 강력한 의료비 관리 및 의료전달체계 개선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급여 확산은 저수가 때문…수가 정상화해야”

저수가 문제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많은 의원은 비급여의 지속적 팽창이 상당 부분  '저수가' 체계에서 기인했다고 지적하면서, 문케어 이행과 더불어 수가 정상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학적 비급여 전면 급여화는 문케어의 핵심 중 하나로 꼽힌다. 그간 4대 중증질환을 중심으로 일부 항목에만 본인부담률을 높여 건강보험을 적용하던 현행 정책을 개선해  미용·성형을 제외한 의학적 비급여를 2022년까지 모두 단계적으로 급여화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정부가 추계한 의학적 비급여 규모는 2015년 기준 11조원 수준(간병비 제외)으로, 정부는 비급여 급여화 작업을 통해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 

주목할 만한 점은 국회가 현행 저수가 체계를 비급여 확대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하고, 이의 개선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는 점이다. 비급여 진료비가 그간 저수가에 따른 의료기관의 손실을 보전하는 역할을 해왔고, 때문에 비급여 급여화 작업과 더불어 수가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자유한국당 김명연 의원은 "평균적으로 원가의 70%에 불과한 의료수가를 인상해야 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비급여를 전면 급여화하면 의료기관의 도산이 우려된다"며 복지부에 수가 인상 추진을 강력히 촉구했다.

같은 당 김상훈 의원 또한 "저수가 정책을 통해 버텨 온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제도지만, 언제까지 의료계의 희생과 양보에만 기댈 수는 없다"며 “무작정 보장성만 확대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수가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여당도 힘을 보탰다.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비급여 전면 급여화의 성패가 적정 수가 보전 여부에 달렸다"고 강조하고 "복지부가 적정 수가 보전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 의원은 "특히 저수가로 인한 외과계 몰락이 심각하다"며 "외과계 수술 등에 대한 위험수당 지급, 고난도 수술에 대한 보상 등 배려가 절실하다"고 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계와 협의해 합리적 수준의 수가 인상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장관은 "(건보 보장성 강화대책 발표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수차례에 걸쳐 적정 수가 보상 의사를 밝혔다"며 "의료계와도 만나 적정 수가 보상 의견을 전달했다. 합리적인 선에서 적정 수가를 결정해 보상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건보 재정 책임 방기…국고지원 현실화해야”

한편 문케어 추진과 맞물려, 건강보험 국고지원 현실화를 위한 논의에도 불이 붙는 모양새다.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행 법률은 매년 예산의 범위에서 해당 연도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4%에 상당하는 금액을 건보에 국고로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해마다 가입자 수 증가율과 보수월액 증가율을 고려치 않은 과소추계로, 실제 예산을 과소편성해왔다.

이렇게 지난 10년간 못 받은 일반회계 국고지원금은 6조 8500억원에 이르며, 올해에도 국고지원 부족분이 2조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이 발표된 이후, 이를 위한 든든한 건강보험 재정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국가가) 마땅히 줄 돈을 주지 않는 행태에 대한 확실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전달체계 개편, 적정수가-적정부담-적정보장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국고지원 현실화 등은 의료계가 그간 꾸준히 요구해왔으나,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지원을 얻지 못해 실현하지 못하고 있던 숙원이기도 하다.

의료계 관계자는 "국회가 우리 의료체계의 현실과 문제점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성과"라며 "의료전달체계 개편이나 국고 지원 현실화 등은 정책 추진과 더불어 법 개정 등이 병행돼야 할 사안으로, 향후 이들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복지부 정통령 보험급여과장은 "여야 모두 이번 국감과정에서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획기적인 보장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동의를 표했다"며 "여러 우려와 제안점을 반영해 성공적으로 제도를 이행해 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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