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협회, 심평원 직무유기이자 범법행위 비판 ... 민간보험사에 제공할 법적 근거 없어

대한의원협회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개인진료정보를 민간보험사에 판매한 것은 직무유기이자 범법행위라고 맹비난하고 나섰다. 

지난 24일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심평원이 국민들의 개인진료정보를 민간보험사와 민간보험연구기관에 판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심평원은 지난 3년간 KB생명보험 등 8개 민간보험사 및 2개 민간보험연구기관이 당사 위험률 개발과 보험상품연구 및 개발 등을 위해 요청한 '표본 데이터셋'을 1건당 30만원의 수수료를 받고 총52건(누적 약6,420만명분)이나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의원협회는 30일 성명서를 내고 통계작성 및 학술연구 등의 공익적 목적에만 활용해야 할 국민들의 민감한 진료정보를 민간보험사의 영리목적을 위해 팔아 넘긴 심평원의 행태는 심각한 직무유기이자 범법행위라고 비판했다. 

의원협회는 심평원이 민간보험사에 진료정보를 제공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의원협회는 "심평원은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3조제4항에 따른 것으로 '공공데이터의 영리적 이용인 경우에도 이를 금지하거나 제한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이는 이 조항 전단의 '공공기관은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또는 제28조제1항 각 호의 경우를 제외하고는'을 무시해 나온 잘못된 해석"이라고 주장했다. 

또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공단)은 제28조 제1항 제2호에 명시된 '공공데이터의 이용이 제3자의 권리를 현저하게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고, 보험연구원의 노인코호트 자료 제공요청을 거부했다"고 근거를 제기했다.  

심평원이 관계부처 합동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2016.6.30)에 따라 적정하게 비식별 조치가 된 정보는 개인정보가 아닌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밝힌 점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상위법인 개인정보보호법의 '통계작성 및 학술연구 등의 목적인 경우에만 동의 없이 제공할 수 있다'고 한 조항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의원협회는 심평원이 판매한 진료정보는 재식별이 가능한 개인정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의원협회는 "심평원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비식별화했다지만 민간보험사들은 이미 방대한 환자진료정보 데이터베이스를 자체적으로 구축하고 있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상당수 보험사는 가입자가 진료비를 청구할 때 의료기관으로부터 병명이 기재된 의무기록지 사본을 발급받아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심평원이 판매한 데이터셋과 민간보험사가 자체구축한 DB의 상병명을 매칭하면, 데이터셋의 진료정보가 누구의 것인지 알아볼 가능성이 아주 크다는 주장이다. 

의원협회는 "심평원이 불법 제공한 개인진료정보로 민간보험사들은 자사 위험률 및 보험상품개발 이외에도 유질환자 또는 고위험군의 신규가입을 차별하고 기존 가입자의 진료비 청구 시 사전고지 의무 위반으로 진료비 지급을 거절하는 데에 아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우려했다. 

또 "환자의 진료정보에 대한 권리는 심평원이 아니라 환자와 의료인에게 있다"며 "진료정보의 주체인 환자와 의료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심평원이 민간보험사에 진료정보를 제공한 것은 명백히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제약회사가 심평원에 타 제약회사 제품의 처방현황 자료를 요청할 때에는 해당 제약사로부터 '자료제공 동의서'를 받도록 한 반면, 정작 진료정보에 대해서는 환자와 의료인의 동의를 전혀 받지 않은 것은 아주 심각한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의원협회는 정부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2016년 8월 '건강보험 빅데이터,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의원협회는 '누구나, 민간에서, 사업화 목적으로" 등의 문구는 바로 민간보험사를 염두에 둔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와 복지부가 규제개선이라는 미명 하에 민간보험사 활성화를 위해 많은 무리수를 둔 것이 현재 사태 발생에 일정 정도 기여한 것이란 얘기다. 

의원협회는 "심평원은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국민과 의료인의 동의도 받지 않고 아주 민감한 진료정보를 민간보험사의 영리적 이용을 위해 제공했다"며 "국민과 의료인의 심평원에 대한 믿음을 배신한 것일 뿐만 아니라,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아주 잘못된 행태"라고 비판했다. 

또 "환자의 진료정보를 민간보험사에 판매한 공공기관은 세계에서 심평원이 유일무이할 것"이라며 "심평원이 하루라도 빨리 국민과 의료인에게 백배사죄하고, 응분의 법적 대가를 받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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